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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사빠의 근간

이진성
  • 입력 2023.05.0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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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1. 17:40

어릴 적 엄마는 시장에 가면 내 손을 자주 놓았다. 지폐도 꺼내야 하고 그야말로 손이 모자라니까. 걸음은 어찌나 빠른지 겨우 걷던 내 발걸음으로 엄마를 뒤쫓아 가기에 턱없이 느렸다. 한걸음 뒤쳐지면 두 걸음 뛰어서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그러다 어느 날 진짜 놓쳐서 시장통에서 길 잃은 아이가 됐었다. 놓친 엄마손을 기어코 다시 찾아서 약지 소지를 겨우 움켜쥐고 올려다보니 다른 아줌마였다. 저녁이 되어서 엄마를 만날 수 있었고, 나는 엄마가 혹시 못 찾을까 봐 그 자리에 있는 가게에 들어가서 한참을 울었다. 그 뒤로 나는 집 나가라는 말이나 내쫓기는 일에 경기하듯 떨곤 했다.

소설 속에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를 보다가 문득 '혹시 나도? '하는 상상을 한다. '엄마도 30살의 삶이 힘들었을까? 손을 놓을 때 우연히 내가 길을 잃기를 바란 건 아니었을까? 나를 찾으러 올 마음이 없던 것은 아닐까? 나는 왜 형제 없이 혼자였을까. 나마저도 없으면 우리 가족은 갈라섰을까?' 그 답은, 내 평생 나를 키우신 부모님의 노고로 이미 알고 있지만, 그날의 불안감을 되짚어보면 저런 의식들이 나오곤 한다.

 

예전에 어떤 여자가 '오빠 혹시 어릴 때에 버림받은 적 있어?'라고 물었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난 일이 바로 저 일이다. 시장에서 길 잃은 날. 그 질문에, 마치 오은영 박사님처럼 꿰뚫는 예리함에 나는 뚝딱거렸다. 그 일은 말하지 않았던 나의 결핍의 근간이었고 나도 정체를 올랐던 내면이었다.

그리고 그 사건 이후로 관계 맺기에 어려움이 있던 것 같았다. 조금의 호의에도 쉽게 반응하고 의지하려고 하는 것이다. 빨리 상대와 특별해지고 싶고 자꾸 노력한다. 마음에 어떤 부분이 자꾸 배가 고파서 그동안 굶었던, 공허한 상태를 채우려고 했던 것 같다. 속칭 금사빠라고 하는 것이다. 마음속에 내가 말을 한다. 언제 또 혼자가 될지 몰라. 빨리 의지할 곳을 찾아야 해 빨리'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은 아니지만, 내가 금사빠였던 근간은 그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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