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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구의 `평화의 섬 제주에서 바티칸까지` 64

문정기
  • 입력 2023.04.2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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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라 판타지아)

 

평화의 섬 제주에서 바티칸까지 64

(넬라 판타지아)

그리스 마케도니아의 산악지역에는 아름다운 야생화가 널렸다. 2번 국도를 따라 알바니아로 넘어가는 길은 험하고 고즈넉하다. 저 앞에서 하얀 궁둥이 노루가 풀을 뜯어 먹다가 나를 발견하고 저쪽으로 달아난다. 협곡은 깊고 새들의 노래 소리는 밝고 발랄하다. 지지배배 짹짹 짹 쏭쏭쏭쏭 뻐꾹 찌르르르 관현악 합주가 펼쳐진다. 마치 환상 속에 들어온 듯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엔리오 모리코네의 넬라 판타지아의 관현악 연주가 울려 퍼지는 것 같다. 이때 뻐꾸기의 연주는 오보에처럼 단연 독보적이다.

나도 어느새 음을 주절주절해본다.

넬라 판타지아 이오 베더 운 몬도 주스토(나는 환상 속에서 새 세상을 봅니다.)

리투티 비바노 인 파체 에인 오네스스타(모두들 평화롭고 정직하게 사는 세상을)

요 소뇨 다미메 케 소노 셈프레 리베레(나는 항상 자유로운 꿈을 꿈꾸고 있습니다.)

코메 레 누볼레 케 볼라노(저기 떠다니는 구름처럼)

피엔 두마니타 인 폰도 라미마(영혼 깊은 곳에 있는 충만한 자비로운 영혼을)

꽃들은 언제 어디서 보아도 아름답지만 비옥하고 너른 들판에서 자라는 꽃보다 바위투성이의 황량한 산비탈의 야생화는 더 생생하고 강인하며 정교한 아름다움이 있다. 역경을 이겨내며 꽃피운 환희와 기쁨이 있다. 암벽의 갈라진 틈새의 비좁은 공간에서 기어이 뿌리를 내려 모진 바람 다 맞으며 꽃을 피우고야마는 강인한 생명력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작고 진하지 않지만 기품 있는 색과 자태의 꽃과 아슬아슬한 엄숙한 절경과 조화는 나그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아! 이것은 기적이다. 사랑스런 기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작은 기적을 신들이 창조했을 것이라고 상상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을 것이다. 내 발걸음은 이런 곳에서 환상과 뒤섞이고 만다.

인간의 상상 속 욕망이 그대로 투영된 그리스 신화 속의 신들은 사랑과 질투와 배신, 오만과 속임수로 얽히고설킨 인간사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주던 신들은 지금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아마도 산야에 야생화로 환생해서 못 다한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는 것 같다. 이야기 속에 꽃은 고유한 특성을 지닌 채 등장한다. 신과 인간과 꽃은 경계가 모호해지고 유기체처럼 얽혀서 돌라가며 잔잔한 감동을 준다. 신화는 자연과 상생하는 인간의 삶이 우리의 미래의 삶이라는 것을 계시하는 듯하다.

제우스는 인간의 성적 욕망이 투영된 신이기도 하다. 수많은 여인들을 유혹하는 그는 아내 헤라 여신의 질투를 사게 되고 결국 비운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강의 신 이나코스의 딸 이오는 너무 너무 예쁜 요정이었다. 제우스는 이오와 사랑을 나누다 부인 헤라가 다가오는 것을 발견하고 부끄러운 행동을 가리려고 먹구름을 일으켜 주위를 컴컴하게 만들고 이오를 암소로 변신시킨다. 헤라가 구름을 헤치고 보니 남편은 거울같이 잔잔한 강기슭에 있었고, 그 곁에 한 마리의 아름다운 암소가 서 있었다.

신의 촉과 여자의 촉을 다 가진 헤라는 제우스에게 이 암소를 자기에게 달라고 한다. 헤라는 이오를 아르고스에게 감시하게 하였다. 제우스는 연인이 고통 받는 것을 볼 수 없어서 헤르매스로 하여금 아르고스를 없애고 구출하라고 하였다. 헤라의 복수심은 더욱 불타올랐다. 자신이 쫓기는 것을 안 이오는 이오니아 해를 헤엄쳐 도망치려 하였다. 이오는 힘이 빠져 바다에 빠져 죽고 말았고 이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여인은 죽어서도 별이 되었다. 이오가 빠져 죽은 바다는 이오니아 해가 되고 제우스는 이오의 죽음을 안타까워서 이오의 눈을 닮은 제비꽃을 만들었다.

봄에 가장 먼저 피는 대표적인 꽃은 뭐니 뭐니 해도 수선화이다. 어느 날 숲의 요정과 사랑에 빠진 제우스를 미행하던 헤라는 자꾸 말을 거는 에코 때문에 밀회 현장을 놓치게 되었다. 에코가 제우스를 도와주었다고 생각한 헤라는 영원히 다른 사람 말을 따라 하는 형벌을 내렸다. 미소년 나르키소스에게 사랑에 빠진 에코는 자신의 마음을 고백해 보지만 그녀는 나르키소스의 말을 되풀이 할뿐이었다. 나르키소스는 자신의 말을 따라만 하는 에코를 무시하고, 에코는 부끄러워 숲 속 깊은 동굴에 자신을 숨기고 나날이 여위어 몸은 바위가 되고 목소리만 남게 되었다.

이를 본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는 나르키소스에게 저주를 걸었고, 나르키소스는 물가에 비친 자신에게 사랑에 빠졌고, 물가에 비친 자신에게 사랑을 말을 건네다 애만 태우다 죽게 된다. 그 자리에서 죽은 나르키소스는 수선화로 피어난다.

일주일 이상을 산을 오르내렸다. 산은 깊고 계곡은 험했다. 산이 가팔라서 직선으로 못 올라가고 지그재그로 손수레를 밀며 오른다. 손수레를 미는 손이 저려온다. 도대체 나는 어느 신의 저주를 받았기에 이 고생 사서 하나? 갑자기 산 아래서부터 먹구름이 몰려온다. 제우스는 또 무슨 부끄러운 행동을 가리려고 먹구름을 일으키나? 아레스는 제우스와 헤라에 아들로 전쟁의 신이다. 아레스가 전쟁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슨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즐길 뿐이다.

요즘 대통령의 언행을 보면 전쟁의 먹구름을 불러일으키는 주술행위를 하는 것처럼 아슬아슬 하고 위험천만하다. 나의 달리기는 일종의 ‘평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주술행위이자 애절한 기도이다. 반듯이 평화의 바람을 일으켜 전쟁의 먹구름을 흩어버리고야 말리라!

 

어느새 넬라 판타지아를 웅얼거리며 나는 알바니아 국경을 넘었다. 국경 3km 전에 식당이 없을 줄 알고 가지고 온 비상식량으로 대충 요기를 하였다. 그리고 일어나서 바로 식당을 발견하고 안에 들어가 피자를 시켜 먹었다. 나오는데 왠 검둥이가 젊잖게 따라오기에 그냥 놔두었더니 국경까지 따라오더니 수속 밟는데 없어졌다.

알바니아라는 새로운 세계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리j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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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이 절실합니다. 후원구좌 농협 352-1344-2258-63 예금주 강명구

전문기자 문정기

공학박사/과학문화평론가

전 국가과학기술위원

 

*본 기사는 강명구씨와의 협의에따라 시리즈로 연재되는 기획기사입니다.

 

*강명구씨의 이후 일정,  (   )는 주행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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