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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 쓰는 감정] 좋아할 때 몰랐던 나

이진성
  • 입력 2023.04.17 00:31
  • 수정 2023.04.17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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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6.23:36.

좋아할 때 몰랐던 나. 아침 일찍 촬영장에 가면서 선배님을 모시러 갔다. 집도 가깝고 게다가 가는 길이라 조건이 아주 좋았다. 차에서 냄새는 안 나는지 시트가 지저분하지는 않은지 세차를 할까 말까 고민도 한다. 안전하게 운전해야지 하고 짐을 한다. 예전부터 선배님의 작품을 보고 감동받은 도 많았고 감탄하면서 봤던 터라 실례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다. 그동안 '나중에 같이 작품에 나오면 좋겠다.'라고 상상했던 것이 실현되어서 더없이 기뻤다. 그리고 촬영장까지 가면서 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거지? 해도 되는 말인가?' 하는 고민을 했다.

그러다 대화의 화두는 기어 나의 멍청한 지점인 연애 이야기로 왔다. 바보처럼 머리를 긁적이며 웅얼거렸던 것 같다. 선배님께선, 사랑하면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한다고 하신다. 상대가 어떻게 들을지 고민하고, 내 말투가 나쁘게 들리지 않게 노력한다고. 그러면서 발견한다고. 내가 이런 모습이 있구나 하면서.

고 보면 사랑한다는 것은 발전하는 것이다. 내가 더 나아져야지,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하는 것이다. 마침내 배려심이 담긴 말투로 자신의 입모양을 바꾸는 것이다. 그리고 달라진 스스로를 발견하고 상대에게 고마워하고 더 나은 자신이 되는 게,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 같다.

요샛말로 뚝딱거린다고 한다. 고민하고 잘 보이려는 게 어색해서 그러는 거다. 몰랐던 나를 발견하는 오늘의 나는, 연기 앞에서 조금 뚝딱 거렸다. 너무나도 함께 작업하고 싶은 마음에 오버해서 아침 세안을 했다. 같이 사진 찍자는 말을 입 안에서 대여섯 번 굴리다가 끝내 삼켰다. 그리고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더 나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아직 추운 날인데 나는 날씨가 아닌 좋아하는 무언가 앞에서 떨었다. 나도 떠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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