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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브라우닝

김정은 전문 기자
  • 입력 2023.04.12 12:29
  • 수정 2023.04.12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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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

로버트 브라우닝(출처=네이버 이미지)
로버트 브라우닝(출처=네이버 이미지)

로버트 브라우닝(Robert Browning)은 1812년 5월 7일 영국 런던 교외 캠버웰에서 태어나 1889년 12월 12일 이탈리아 베니스 아들 집에서 사망한다. 웨스트민스터 사원, 테니슨 묘지 옆에 묻힌다.

고전문학을 즐겨 6천 권의 책을 모았던 부유한 은행가 아버지로부터 사색을, 음악가였던 어머니로부터 재능을 물려받아 다양한 편곡도 했다. 몇 군데 사립학교를 다녔으나 반감이 생겨 가정교사를 두어 천재 교육을 받았다.

14살에 라틴어, 그리스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에 능통했고 셸리, 바이런, 키츠를 읽었다. 셸리 추종자라 그를 따라 잠시 무신론자였고 채식주의자였다. 부모님이 복음주의 신앙이라 영국 교회신도만 다니는 옥스퍼드와 캠브리지를 들어가지 못 했고 런던 대학 강의만 1년 들었다.

할아버지는 노예주였지만 아버지는 폐지론자였다.여동생도 재능있었고 올케가 죽은 후 오빠를 도왔다. 로버트는 엘리자베스 바렛 브라우닝의 남편이다. 이미 유명한 엘리자베스였고 신체가 불편했지만 낙마사고가 아니라 유전병이 있었던 시인이다.

신분이 낮은 로버트가 딸의 유명세를 이용해 성공하려 한다는 장인의 반대로 이탈리아로 도망가서 결혼하고 살았다. 여성해방론자였고 노예제와 동물해부를 반대했다. 극적인 시와 고전 주제, 사건에 대한 시를 주로 썼지만 길어 사랑 시를 뽑았다.

My Star​

All that I know

Of a certain star,

Is, it can throw

(Like the angled spar)

Now a dart of red,

Now a dart of blue,

Till my friends have said

They would fain see, too,

My star that dartles the red and the blue!

Then it stops like a bird; like a flower, hangs furled:

They must solace themselves with the Saturn above it.

What matter to me if their star is a world?

Mine has opened its soul to me; therefore I love it.

나의 별

어느 별에 대해

내가 아는 건

빛난다는 것

수정처럼

붉게

푸르게

친구들도

보려할 정도로

붉고 푸른 내 별!

접힌 새처럼 꽃처럼 별은 멈추고

토성이 내 친구들을 위로하네

그들 별이 대단한들 어떠하리?

내게 마음을 준 내 별을 사랑하네

You'll Love Me Yet ​

You'll love me yet! - and I can tarry

Your love's protracted growing:

June reared that bunch of flowers you carry

From seeds of April's sowing.

I plant a heartful now: some seed

At least is sure to strike,

And yield - what you'll not pluck indeed,

Not love, but, may be, like!

You'll look at least on love's remains,

A grave's one violet:

Your look? - that pays a thousand pains.

What's death? - You'll love me yet!

언젠가 나를 사랑하기를

언젠가 나를 사랑하기를 기다릴게요

그대 사랑 자라나길

그대 가진 한아름 꽃도 유월에 피죠

사월의 씨앗에서

정성껏 가꾸어

조금은 싹트죠

사랑은 아니라도

자라죠 좋아함이!

사랑이 두고간

무덤가 제비꽃

그대의 눈길로 천 번의 고통이 사라지죠

죽는다해도 그대가 사랑한다면

나의 별 시는 모래시계 한 면 모양으로 디자인했다. 원작자의 의도는 아니지만 한글 시 보기에 예쁘게 다듬었다. 괄호 부호가 번역에선 어울리지 않아 생략했다.

angled spar는 빙주석(Iceland spar 또는 Iceland crystal)으로 아이슬란드에서 많이 나며 수정처럼 빛나며 프리즘에 사용하는 광물이다.

방해석의 일종으로 무색투명이지만 불순물이 있으면 붉은 색이나 푸른색이나 노란색, 녹색 등을 띤다. 여기선 시어의 아름다움을 위해 수정으로 번역했다.

이 시는 아내 엘리자베스와의 사랑이 느껴진다. 하늘의 많은 별이라도 빛이 통하지 않으면, 세상의 수많은 사람이라도 맘이 통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그 빛이 내게 오고 그 맘이 내게 닿아야 사랑하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우주의 무한한 먼지일 뿐이고 인연 없는 스침일 뿐이다.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한 내 별을 사랑한다.

두 번째 시에서 언젠가와 언젠가는은 다르다. 언젠가는 과거에도 쓰인다. 언젠가 네가 말했잖아 이렇게. 하지만 언젠가는은 언젠가는 네가 가겠지 이런 미래형이다. yet은 아직 안 온 미래를 말하지만 시에서 언젠가 한 때는 너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냐는 느낌을 넣고 싶고 시공을 초월하고 싶어 언젠가로 번역했다.

그대가 본다면? 죽음이 무슨 상관? 의문문을 평서문으로 번역했다. 더 시적이다. a world, worlds는 몹시, 엄청나게 의미가 있다.

로버트의 시에선 상관없다는 의미가 많이 나온다. 언어가 사람을 좌우한다고 그런 어투에서 보면 시인이 외부 의견에 맞서는 주관과 주체성이 강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니 모두가 반대하는 사람과의 결혼도 밀어부치는 용기가 있다.

 

Life in A Love

Escape me?

Never—

Beloved!

While I am I, and you are you,

So long as the world contains us both,

Me the loving and you the loth,

While the one eludes, must the other pursue.

My life is a fault at last, I fear:

It seems too much like a fate, indeed!

Though I do my best I shall scarce succeed.

But what if I fail of my purpose here?

It is but to keep the nerves at strain,

To dry one's eyes and laugh at a fall,

And baffled, get up to begin again,—

So the chase takes up one's life, that's all.

While, look but once from your farthest bound,

At me so deep in the dust and dark,

No sooner the old hope drops to ground

Than a new one, straight to the selfsame mark,

I shape me—

Ever

Removed!

사랑의 삶

떠난다고요?

안 돼요

내 사랑!

내가 나이고 그대가 그대이고

우리 둘 이 세상에 있는 한

사랑하는 나와 사랑하지 않는 그대

그대가 달아나면 내가 따르죠

내 삶이 잘못될까 두렵죠

운명보다 더한!

최선을 다해도 이루지 못하리.

사랑이 끝난다면?

온 힘을 다해

눈물을 닦고 웃으며

싸우고 다시 시작하죠

삶을 다 바쳐.

멀리서 한번이라도 본다면

짙은 먼지와 어둠 속의 나를,

오랜 소원을 이루지 못 해도

바로 같은 소원을

가지리

언젠가

헤어진대도!

부정문·의문문·조건절에서 쓰이는 ever는 언젠가의 의미지만 우리말로 보통 번역하지 않고 형용사, 분사 앞이면 언제나, 항상 의미다. 여기서는 시적으로 번역했다. never와 ever의 수미상관도 잘 이루어져 있다. 떠나면 안 된다지만 헤어져도 어쩔 수 없다로 끝난다.

이 시는 요즘으로 보면 스토커 시다. 예전엔 순수한 사랑이 있어서 이렇게 쓰지만 현대는 이러기 힘들다. 시에선 운명적인 사랑을 말하니 어울린다. 내가 나이고 그대가 그대이다의 의미는 주체성 있음을 말한다. 나는 나로서 그대를 사랑하고 그대는 그대로서 나를 사랑하지 않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

작가는 나는 사랑하지만 너는 내 사랑을 꼭 받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루지 못하는 사랑을 전제하고 받아들인다. 소원만 하는 거지 억지를 부리지 않는다. 자신은 노력하지만 상대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그게 사랑이다. 운명을 따른 사랑이 아니라 사랑을 따른 운명이 잘못이다. 사랑을 운명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사랑하면 운명이 되야한다는 착각도 안 된다. 왜냐하면 운명이라면 저절로 이루어진다.

억지로 매달리고 따라다녀서가 아니라 쳐다보지 않아도 이루어져야 운명이다. 그렇지 않으면 집착이고 사랑이 아닌 폭력이다. 결혼한 후에 운명을 만나면 어떡하냐는 질문은 틀렸다. 운명이면 결혼 전에 만난다. 그게 숙명이다. 당신의 운명은 당신이 만들 수 있다는 착각을 버려라.

익명으로 낸 로버트의 첫 작품은 인정받지 못 했고 이후 시들도 넘 어려워 테니슨은 처음과 마지막만 이해했다고 했고 다른 비평가들도 조롱했기에 여러 번 도전해서 성공한 반전을 거듭한 시인이다.

앤서니 버제스는 우리 모두는 브라우닝을 좋아하고 싶지만 그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적대적 비평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두 로버트 브라우닝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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