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한쪽에 쓰는 감정] 내게 쓰는 돈

이진성
  • 입력 2023.04.10 02:0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3.04.10. 01:13.

몇 달 전부터 컨버스에서 새로 나온 제품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가격을 보고는 8만 원이라는 가격을 보고 놀라서 핸드폰을 껐다. 그리 비싼 것은 아님에도 나에게 그 정도 효용이 있는지 고민을 하게 됐었다.

 

그러다가 당근 마켓에서 같은 종류의 신발이 싸게 나와서 바로 구매를 했다. 딱 한 번 신은 신발이었다. 풀박스 포장까지 새것 같았다. 너무 신나는 일이었다. 사람이 돈 3만 원에 이렇게까지 행복해질 수 있구나 싶었다. 정말 신발을 들고뛰어보자 팔짝하면서 입이 쭉 찢어지게 귀가를 했다.

 

그러고 보면 나도 나한테 쓰는 돈을 참 아낀다. 동생들 모아서 회식을 하며 밥값만 십만 원 넘게 나와도 큰 고려를 하지 않는데, 내 밥은 언제나 바나나 계란 햄버거로 채운다. 그러면서 푼돈 아껴서 다른 사업이나 적금을 들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 존재하지도 않는 미래를 위해서 오늘도 잘 살았다고 독백한다. 그런 터무니없는 위안을 하며 잔다. 마냥 터무니없지만은 않게 많은 목표를 이뤘다. 그런 이야기를 동료들과 하면서 내 또래들은 '나도, 나도' 하며 호응한다. 친한 형은 내 말을 듣고, 나한테 먼저 쓰라고 한다.

 

아직 나는 답을 모르겠다. 왜 내가 나한테 쓰는 돈을 아까워하는지. 나한테 더 많이 쓰면 뭐가 달라지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가끔 시도해봐야겠다. 어쩌면 새로운 뭔가를 배울 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여행을 갈지도 모르겠다. 명품을 살지도 모를 일이다. 예측 조차 할 수 없지만 한 번 해보고 싶다. 신발 하나 사고 별 것에도 아닌 것에 신나서 송파구를 뛰어다닌 그날이 너무 좋았다. 나에게 쓰는 죄책감을 걷어내면 정말 신나는 일이 펼쳐질 것만 같다. 나도 내가 매일, 그날처럼 신나서 몸을 흔들며 까불고 행복하고 싶다. 나는 내가 그랬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