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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신간]어린이의 마음으로 쓰여진 맑고 순정한 시, ‘봄, 봄을 봄’ 출간

권용 기자
  • 입력 2023.03.28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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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마음으로 쓰여진 맑고 순정한 시, 평생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살아온 시인의 궤적이 창작해낸 시어들이 시집으로 탄생했다.

시인은 베트남 꽝응아이에서의 봉사활동을 비롯해 인류 공동체를 위한 희생을 자신의 시에 비추고 있다. 평생을 어린이들과 부대끼며 살다 보니 여리디 여린 맑고 깨끗한 동심이 몸과 마음에 그대로 녹아 시로 승화된다.

쏟아내는 시어들이 맑고 순결하게 살아나 오염된 세상을 씻어준다.

 

 

 

열한 살에 알던 그 애

열일곱에 만난 그녀

예순 넘은 나이에 소식 들었네

무슨 일인지 밤새 뒤척이다가

그 이유를 알았네

그 밤은 잠깐 열일곱 살이었네

 

그 밤, 그 애는 얼마나 깨끗하고 아름다운 노년의 심상인가.

 

한 편 ‘낡음과 늙음의 찬미’에서 보여주는 ‘오래되다, 헐었다, 너절하다, 쇠퇴하다, 색이 바랬다, 고물, 버려진 침대, 아버지와 동행하는 고물 자전거’와 같은 성찰과 관조의 언어와 세계 또한 깊이 와 닿아 거듭 들여다보게끔 한다. 이는 노년의 여유로움과 평안함, 내려 놓을 줄 아는 지혜, 마치 손때 묻은 손잡이의 광택 같은 것이리라.

 

그러나 이제 이 시집에서 돋보이는 것은 무엇보다 생생하게 가미된 리얼리티이다.

 

바람과 파도에 밀리고 찢긴

상처가 풍경이 되는

그 섬에 가고 싶다

도시 정글에서 씹히고 찢어진 영혼도

그 섬에 가면 풍경이 되리라

- ‘그 섬’에서

 

시 ‘그 섬’은 절실한 사람에게 내어주는 구원의 마음처럼 따뜻하다. 혼돈의 시대, 깨끗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등대와 같은 선물이다.

 

시인은 서울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체육대학교대학원에서 교육학석사를 마쳤다.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2003년 ‘아동문학’에서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교직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면서 아동문학가, 시인으로 작품 활동을 계속했다. 국제해외봉사단(KOICA)를 통해 베트남에서 2년 간 봉상활동을 했고 시집 ‘기다림으로 피고 그리움으로 지고’, ‘씨’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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