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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와 프로파일러

김정은 전문 기자
  • 입력 2023.03.1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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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예방

 

살인자와 프로파일러는 앤 울버트 버지스가 쓰고 김승진 님이 번역하고 북하우스에서 2023년 2월 24일 초판이 나왔다. 가장 최근에 나온 범죄 프로파일링 기법 책이다.

저자는 1936년생으로 보스턴칼리지 간호대학원 교수며 법과학, 정신 의학 전문 간호사로 20년 넘게 FBI와 일했다.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에게 낙인찍는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는데 앞장섰다.

책이 두께에 비해 어렵지 않게 읽힌다. 자기 얘기를 덧붙이며 쉽게 친숙하게 썼으며 사례를 들어 지루하지 않다. 사례가 너무 자세해서 놀랍지만 생생하게 범죄에 대해 접근할 수 있다. 범죄분석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많이 접했을 사건들이 많고 뉴스나 유튜브에서는 알 수 없는 내면과 심리를 파악할 수 있어 유익하다.

범죄자들의 어린 시절은 불쌍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전혀 불쌍하지 않다. 사람을 사람이게 하는 건 사람다움이다. 사람다움을 잃은 사람들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 자기파괴에 대해서 아무 동정이 없는 것도 불쌍한 일이다. 처벌로 자신도 손상되는데 그런 미래도 예측 못할 한심함이 안타깝다.

행동 하나로 자기 목숨을 내놓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많은 선택지가 있는데 잘못을 선택하는 판단력이 없는 것도 인간적으로 안 됐다.

책에선 여러 프로파일 기법이 나오는데 심문 기법이 인상적이다. 키네식 기법은 압박을 가해 반응을 보는 거고 리드 기법은 심리학적 장치를 사용해서 심문당하는 사람이 자기 범죄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편하게 느끼게 한다. good cop, bad cop 같다.

살인을 도중에 멈춘 사건도 흥미롭다. 피해자 아버지가 암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말에 젊은 시절 암에 걸려 죽은 자기 형이 떠올라 살려뒀다고. 너무 안 좋은 일을 겪은 사람이라고.

온보현 사건이 떠올랐다. 보통 병원에서 타는 여성은 안 건드릴 거 같은데 그 사건은 대학병원서 택시에 탄 여성을 대상으로 했다. 죽이려 무덤을 파는데 다른 여성과 달리 반항하지 않고 그저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려 물어보니 아버지가 암에 걸려 돌볼 사람이 자기밖에 없다고. 그 말에 온보현은 그 여성을 다시 데려다줬다.

범죄자들에게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나 보다. 고전 작품에서 도둑을 만나 대화로 설득한 내용이 있는데 그와 같다.

일단 차에 타면 죽는다. 타기 전에 칼에 찔리더라도 소리치고 도움을 구하고 도망가야 한다. 요즘 사람들은 도와주세요 하면 내다도 안 본다. 불이야 해야 한다고 현직 경찰에게 들은 적 있다. 여자들은 구두나 힐로 상대 정강이를 차면 도망갈 시간 번다고. 정강이뼈가 가장 아프기 때문에 그곳을 차야 한다. 목이 졸릴 땐 절대 팔을 풀 수 없다. 그 경우는 무조건 눈을 찔러야 산다고 한다.

범죄 책을 보면 피하는 방법도 알 수 있다. 사례 속에서 배울 수 있고 예방도 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무엇보다 유용하다. 해외여행도 많아지는 현대에 글로벌한 범죄도 다양하게 익히고 파악하면 든든한 힘이다. 살면서 가장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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