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내 삶은 시』 ‘한 스텝에 한 장발 휘날리며’ (6)

윤한로 시인
  • 입력 2023.03.10 23:4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 삶을 시로 엮은, 내 시를 삶으로 엮은

3부, 한 스텝에 한 장발 휘날리며(6)

 

우리 보고

걔네들이라고

그럼 느네들은

 

적음 선사

 

기억할수록 명치께가 아린다 빛난다

서라벌 67 스님 시인 적음 최영해 형

모든 장르와 학번과 술집과 더더욱 온갖 사이비들을

한칼에 뛰어넘었지

시 그거 도대체 한 근에 얼마나 하는 거유

문학을 빙자해 철저히 망가지던 행각들

쌍과부집, 할매집, 전주집, 무진장, 보은호텔, 새집, 연지여인숙

회화과 목일이, 조각하는 강참모, 공대 도라이, 숭실대 주형이

체육과 병숙이, 연영과 안덕환, 닭, 초급대 악훈이

발길 머물지 않은 니나노 갈보집이 여인숙이 화실이

머물지 않은 선배 후배 동기가 어디 있을까

대선사 뒤꿈치처럼 개질개질한 수첩 가득

영롱한 성좌를 이루던 그 이름 전화번호들이

바로 시였지 영혼의 고향이었지

순수도 아니고, 한창때 참여도 못 되는 주제

우리들 그저 군더더기 나부랭이였을 뿐

소주를 까고 깔창을 날리고

명태를 부르고 한많은 오백년을 불렀다

인천에성냥공장은 영원한 십팔번이었다

훨훨 적음 형 승포 자락 휘달리며 뛰었지

성냥공장성냥만드는아가씨

적음 형 모습 그토록 불꽃같이 타오르던 것은

왼쪽 눈에 심은 개눈 때문이었으리

마침내 형의 시 한 구절

‘년놈들아’ 오줌을 깔기는구나, 저 절창엔

부르동들 마냥 기성을 지르며 토끼는구나

홀딱 벗어제끼쇼, 아주

한 예술 한 깽판

우리가 알던 최영해 적음 형

그러구러,,,

마침내 청량산 청량사 언저리쯤

세상을 뜨는구랴

이 세상 무전취식 우아하게 끝내곤

연못시장 모퉁이 표표히 돌아가듯

추워죽겠다통장으로연탄값십만원만보내라시발놈아

킬킬킬킬키득키득키득

그립고나 적음 형

추운 겨울밤, 보은호텔 조바 샅처럼 파고들고 싶은

푸석푸석한 그리움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