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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600] 이 한 장의 앨범: 조성진의 헨델 프로젝트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3.03.0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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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의 8번째 음반 '헨델 프로젝트'는 2월 3일 발매한 조성진의 6번째 도이체 그라모폰 솔로 정규 앨범이다. 헨델의 하프시코드 모음곡은 현대의 피아니스트들에게 많이 연주되지는 않은데 저번 <방랑자>음반에서 알반 베르크의 소나타를 녹음한데 이어 이번에도 고금의 명곡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하는 그 자체부터 조성진의 남다른 면을 알 수 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여덟번째 음반 '헨델 프로젝트'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여덟번째 음반 '헨델 프로젝트'

10대 때부터 헨델, 라모, 쿠프랭과 같은 바로크 작곡가에 관심을 가졌다고 하는 조성진은 이번 앨범에서 헨델의 건반 모음곡과 브람스의 '헨델변주곡'을 같이 수록하였다. 헨델 당시의 건반악기인 피아노의 전신 하프시코드을 위해 작곡한 곡을 어떻게 피아노로 구현해 놓았을까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바로크 음악은 필연적으로 해석의 폭이 넓을 수밖에 없는데 낭만주의적 표현이나 글렌 굴드 같이 연주할 수 있지만 조성진 만의 방식으로 연주, 합주협주곡을 피아노로 재현, 왼손의 성부는 바순처럼, 오른 성부는 바이올린처럼 상상하면서 연주하였다고 조성진은 인터뷰에서 밝혔는데 이는 음악의 구조를 파악한다면 지극히 당연한 접근이다. (그래서 연주자들이 제발 자기가 연주하는 곡만 주야장천 손가락 돌리기 테크닉에만 집중하지 말고 교향곡 좀 듣고 스코어도 읽으면서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음반에 담긴 2,5,8번은 모두 헨델 하프시코드 모음곡 1권 수록곡이고 모음곡 2권에서 두 개의 악장을 담았는데 내림나장조 모음곡 제7번 HWV 444의 사라방드와 내림나장조 모음곡 제1번의 네 번째 악장 사단조 미뉴에트가 마지막 트랙을 장식하는데 빌헬름 캠프의 편곡 버전이다. 이는 마치 젊은 날의 마우리치오 폴리니가 오랜 침묵과 수련의 기간을 끝내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프로그램 스트라빈스키, 베베른, 프로코피예프를 들고나온 것처럼 올해 스물여덟의 조성진 또한 이번 헨델 프로젝트를 통해 묵묵하게 자기 길을 가고 있음을 보여준 자세이지 아닐까 싶다.

 

헨델 하프시코드 모음곡의 감상 포인트

① 경박하지도 않으면서 엄숙하게 가라앉지도 않아 절제의 미를 이룬다.

② 세상의 모든 평지풍파에서 벗어나게 하는 고요함에 빠져보자.

③ 애잔하다. 우수에 넘친다. 바로크라고 옛날 음악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이런 가슴 시린 아름다움을 한번 느껴보자.

브람스 헨델 변주곡의 감상 포인트

① 브람스라고 잊고 들어라! 알지도 모르면서 떠들지 말아라! 만약에 당신이 이 곡을 처음 듣고 앞의 헨델과 유사하다고 느꼈다면 그게 맞는 거다! 헨델과 브람스의 100년이 넘는 시간차가 전혀 감지되지 않는다.

② 하지만 몇몇의 변주곡에는 브람스만의 색채가 너무나 농후하다. 특히 5번 같은 곡에서는 느린 박자에 브람스 특유의 성부를 바꿔 반복하는 작법을 통한 대위법적 전개로 애탄(Mouring) 또는 연민(Commiseratio)를 자아내게 만든다.

③ 푸가는 지적 유희의 최고봉이다. 성부 결집을 통한 음악적 함축도는 듣는 이를 환희에 넘치게 만든다.

바로크 시대 건반악기인 하프시코드를 위해 작곡된 곡이 현대 피아노의 청명한 울림, 섬세하고 부드러운 뉘앙스, 감성적인 색채와 어울리면서 원곡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원곡에는 기입되지 않은 셈여림과 아티큘 레이션이 보충되어 특별한 클라이맥스 없이 평온한 느낌으로 안정되게 진행된다. 이러다보니 괜한 욕심과 바람이 생긴다. 다음에는 한김에 바흐의 <골든베르크 변주곡>을 녹음하면 어떨까? 헨델을 듣고 보니 견물생심이 솟구쳐서 그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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