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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599] 리뷰: 이유진 바이올린 독주회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3.02.26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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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25일 토요일 금호아트홀 연세

들어가자마자 세 번 놀랐다. 첫째로 금호아트홀 연세의 후텁지근한 난방에, 둘째로 베토벤인지 알았는데 갑자기 모차르트가 울려서, 마지막으로 이유진의 소리가 너무 청아해서. 콜번 학교와 커티스 음악원을 졸업한 금호영아티스트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유진의 2월 25일 토요일 금호아트홀연세에서의 독주회는 피아니스트 홍소유가 반주를 맡았다.

프로그램 상엔 첫 곡으로 베토벤 6번 소나타가 명시되어 있었는데 두 번째 곡으로 예정된 모차르트의 C장조 론도 K.373이 먼저 연주되었다. 현의 튕김과 아티큘레이션의 명확함으로 악절과 프레이즈 간의 명징한 대비가 인상 깊었다. 이어서 프로그램의 네 번째 곡인 포레의 소나타 1번이 연주되었는데 2악장 피아노의 하향 부점 반주에 따라오는 바이올린의 캐논 모방이 안정적이었다. 이유진의 보잉은 몸 안으로 들어올 때 소리가 꺾어지면서 굴절이 생기지만 반대로 밖으로 뻗어나갈 때는 프레이즈의 폭이 넓어 금호아트홀 연세의 울림과 잘 어울렸다. 3악장의 분절과 피아노와의 숨 가쁜 속주에 이어 트리오에서 첫 음을 테누토로 끌더니 트리오 선율의 연타음 역시 밖으로 뻗어나가는 보잉을 통해 소리를 퍼지게 하였다. 2악장과 마찬가지로 부점이 주가 되는 4악장에서의 물결치는 넘실거림은 여유 있고 우아했지만 고음으로 갈수록 피치카토가 탄력을 잃어 피아노에 파묻히는 감이 있었다.

프로그램이 뒤죽박죽인 이유를 묻기 위해 인터미션 때 카운터에 갔더니 연주자의 사정으로 변경되었다는 A4 정도 크기의 공지문이 세워져 있었다. 2부에는 베토벤과 시마노프스키를 하는데 원래 적시된 6번도 아니고 8번으로 순서뿐만 아니라 곡도 변경되었다. 연주자 사정에 따라 프로그램이 바뀔 순 있지만 자세한 안내나 방송도 없이 카운터에 달랑 종이 한 장 있다면 그거 누가 관심 있게 보겠는가! 하긴 필자 말고 오늘 온 관객들 중에 손에 쥔 프로그램과 실제 연주곡이 다르다는 걸 알기나 하고 황당했던 사람이 또 있었을까? 영화 보러 갔는데 분명히 올바른 극장에 들어왔는데 화면에는 쥐고 있는 티켓과는 다른 영화가 나오는 격이 아닌가! 그렇다면 대부분의 관객들이 항의했을 텐데 오늘은 이현령비현령인가?

전화위복이다. 베토벤의 8번 소나타는 이유진의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선곡이었다. 자~~그럼 이유진의 장기는 무엇이었을까?

① 포레의 3악장에 이어 베토벤의 3악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난 기동력

② 모차르트를 이어 베토벤에서 화룡점정을 찍은 고전파 정형미의 완결판, 명확한 구성력과 대비: 모티브와 프레이즈, 강약, 장조와 단조에서의 음색, 주제 전개, 피아노와 독주 바이올린 그리고 아치형인 2악장의 A와 B 부분, 3악장의 성부 전환, 그리고 피아노에서도 나타난 오른손과 왼손, 왼손에서의 베이스와 나머지 음들

끝 곡인 시마노프스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녹턴과 타란텔라>는 폴란드 작곡가지만 폴란드 답지(?) 않은 마치 중동의 이국적인 소리와 분위기가 연출되면서 베일에 싸인 신비한 여인과 같은 고음처리와 러시아군이 코앞에 닥친 마치 현재의 불안한 폴란드 정국과 같은 마주르카가 섞인 이태리 춤곡 타란텔라로 현란하게 몰아갔다.

오늘 프로그램이 바뀌고 정신이 없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순발력의 끝판을 보여준 이유진이 연주 전후로는 너무 둠 뜨고 잔 행동이 많고 불필요한 현 터치도 종종 보였다. 악식론을 정통한 안정된 속주, 거기에 우아함이란 3박자를 갖춘 이유진이 오늘 들려주지 못한 베토벤의 6번 소나타를 다음엔 기대한다. 그때는 이번 달에 베토벤 전곡 연주회 스타트를 끊은 바이올리니스트 태선이 하고의 비교 또는 동행도 흥미로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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