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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 쓰는 감정] 나를 지키기

이진성
  • 입력 2023.02.21 17:05
  • 수정 2023.02.2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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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1. 16:12

현장에서 동갑내기 친구를 만나기는 상당히 어려운 경우다. 그래서 동갑인 배우나 연출, 스텝을 만나면 더 말을 많이 걸고 친해지려고 하곤 한다. 생각하는 범위와 겪어온 삶의 기록들이 비슷하기 때문에, 공감하기 쉽기 때문에. 그런 이유들로 동갑인 사람을 만나면 금방 속에 있는, 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함께 생각한다. 우리의 나이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결혼과 연애.

 

 

오랜만에 동갑내기 연출을 만나서 식사를 하게 됐었다. 우리 나이에 흔히 하는 말이니까, 연애는 안 하냐고 물었다. 기억을 더듬어 그 친구의 말을 떠올려 보면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나를 지키는 거 먼저 하고.' 그때는 친구의 말이 너무 멋스러워서 허세스럽다고 서로 낄낄 대고 넘어갔다. 요즘 거의 매일 같이 사람들이 연애 안 하냐고 물어보는데, 이제 나도 그때의 그 친구처럼 대답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일단 나를 좀 지키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없다. 그래도 못난 모습으로 살 수는 없으니까 나부터 이 험난한 사회에서 지켜야 한다. 연봉, 집, 차 모든 것들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욕심으로부터. 누구 아들은, 누구 남자친구는 이렇다더라 하는 비교에서부터. SNS에 올라오는 대단한 사람들을 향한 저급한 허영으로부터. 일단 나부터 지켜야 한다. 티브이에서 떠드는 인구절벽 이야기를 보면서 인구절벽보다 내 인생 절벽이 더 급하지.

 

 

점점 욕심이 줄어든다.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에 오래 투자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를 알아보고 서로 필요에 의한 끌어당김에는 더 많은 투자를 한다. 흔히 말하는 간 보는 것에 신경 쓰고 살 수가 없다. 내 인생 말고 투자할 여력이 없는 것 같다. 나를 지키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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