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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래 나의 시

김정은 전문 기자
  • 입력 2023.02.21 17:10
  • 수정 2023.03.1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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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트먼

휘트먼(출처=나무위키)
휘트먼(출처=나무위키)

월트 휘트먼(Walt Whitman)은 1819년 5월 31일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 웨스트힐스에서 태어나 1892년 3월 26일 뉴저지 캠던 자택에서 폐렴과 가슴 종양 전이로 사망한다. 부검을 통해 기관지 폐렴으로 인한 폐 기능 저하와 종양을 발견하고 기록지에 좌측 늑막염, 급성 결핵, 신장염으로 썼다.

집에 시신이 공개되어 세 시간에 천 명 넘는 사람이 방문해서 관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헌화로 가려졌다. 시인, 수필가, 기자, 교사, 정부 직원이고 형식을 거부한 자유시 창시자며 일인자로 자유시의 아버지라 불렸고 동성애자다. 가난한 농부이자 목수였던 아버지 월터와 네덜란드계 퀘이커 교도였던 어머니 루이자 사이에서 아홉 명의 자녀 중 둘째로 태어난다.

아버지는 아들 7명 중 세 명 이름을 미국 지도자 이름인 앤드루 잭슨, 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을 따서 지었다. 장남 제시와 다른 아들은 요절했다. 아버지의 사업 투자 실패로 어린 시절 불행했고 가장 행복했던 건 1825년 7월 4일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프랑스 영웅 라파예트가 그를 안아 볼에 키스해 준 거라 회고한다.

11세에 공부를 그쳤고 후에 시집 풀잎을 자비로 출판했으나 외설 논란으로 친구가 구해준 직장도 잘리고 시도 생애 여러 번 고쳤다.

 

I Sit and Look Out

 

I sit and look out upon all the sorrows of the world, and upon all oppression and shame;

I hear secret convulsive sobs from young men, at anguish with themselves, remorseful after deeds done;

I see, in low life, the mother misused by her children, dying, neglected, gaunt, desperate;

I see the wife misused by her husband--I see the treacherous seducer of young women;

I mark the ranklings of jealousy and unrequited love, attempted to be hid--I see these sights on the earth;

I see the workings of battle, pestilence, tyranny--I see martyrs and prisoners;

I observe a famine at sea--I observe the sailors casting lots who shall be kill'd, to preserve the lives of the rest;

I observe the slights and degradations cast by arrogant persons upon laborers, the poor, and upon negroes, and the like;

All these--All the meanness and agony without end, I sitting, look out upon,

See, hear, and am silent.

 

앉아서 바라본다​

 

나는 세상 모든 슬픔과 고난과 치욕을 마주하고

나는 지난날을 후회하고 괴로워하는 젊은이의 격한 흐느낌을 듣고

나는 가난해서 자식에게 홀대받아 방치되어 여위고 절규로 죽어가는 어머니를 보고

나는 남편에게 학대받는 아내, 사랑 없이 젊은 여성을 유혹하는 자들을 보고

나는 숨길 수 없는 질투와 짝사랑의 아픔, 이런 세상의 모습을 느끼고

나는 전쟁, 질병, 폭정, 희생자와 포로들을 보며

나는 항해 중 굶주림, 나머지를 위해 죽어야 할 사람을 고르는 선원들을 보고

나는 오만한 자들이 노동자 빈민 흑인에게 모욕과 멸시를 퍼붓는 것을 지켜보고

모든 끝없는 비열함과 고통을 난 앉은 채 바라본다

보고 듣고 침묵한다

 

앉아서 바라본다

 

세상 모든 슬픔과 고난과 치욕을 마주하고

지난날을 후회하고 괴로워하는 젊은이의 격한 흐느낌을 듣고

가난해서 자식에게 홀대받아 방치되어 말라 절규로 죽는 어머니

남편에게 학대받는 아내, 사랑 없이 젊은 여성을 유혹하는 자들

숨길 수 없는 질투와 짝사랑의 아픔, 이런 세상의 모습을 느끼고

전쟁, 질병, 폭정, 희생자와 포로들을 보며

항해 중 굶주림, 나머지를 위해 죽어야 할 사람을 고르는 선원들

오만한 자들이 노동자 빈민 흑인에게 모욕과 멸시를 퍼붓는

끝없는 비열함과 고통을 앉은 채 바라본다

보고 듣고 침묵한다

 

휘트먼이 시를 많이 고쳤듯 번역도 두 가지로 해보았다. 간결한게 좋지만 나는을 두운으로 강조한 게 의미 있을 듯도 하다. 자기가 똑똑히 보고 알면서도 마지막 침묵하는 의미다.

행 중간에 본인과 연관 있는 부분에 I가 다시 들어가는 것 같고 마지막에 방관자 느낌으로 I를 안 넣고 윗줄만 넣은 듯하다.

look out이 살피다, 주시, 주의하다, 응시하다, 내다보다 의미가 있고 단어 자체에서 이미 집에 앉아 밖을 내려다보는 방관자적 시점이다. 번역에선 시적 어감을 선택했다.

look out upon은 대면하다. 마주보다의 뜻이다. 그 의미 살리려 본문에선 앉아서를 번역하지 않았다. 앉아서 마주하는 건 어색하다.

젊은이가 행한 일, 저지른 일이지만 아랫줄과 모양 맞추려 지난날을로 했다. 죽고 방치되고 여윈 절망하는 영어 순서대로 하면 안 된다. 시는 점층법으로 해석해야 한다.

두 번째 번역에선 나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란 의미로 주어를 생략했다. 말라, 절규를 ㄹ 라임으로 넣어 봤다. 여위고가 더 시적이긴 하지만 길이도 줄이려 말라로 했다.

이 모든 것, 끝없는 비열함을 이 모든 끝없는 비열함, 모든 끝없는 비열함으로 할 수 있지만 윗줄 글자 수를 맞췄다. 부사가 들어가면 임팩트가 없어 의미상 뺌이 낫다.

첫 번역에선 글자 수가 윗줄과 맞아 넣었다. 무시와 멸시냉대와 천대로 라임을 맞춰도 되지만 퍼붓다에는 모욕과 멸시가 어울린다.

see, mark, observe, look out, look out upon, 보다, 주목하다, 느끼다, 관찰하다, 바라보다, 마주하다 모든 의미 차이를 다 보다로 번역한 기존 번역은 지루하다.

플로베르의 일물일어설처럼 적합한 곳에 중복되지 않는 번역을 하는 것이 좋다. 보통 시에서 같은 단어 3번 이하로 씀을 권장한다.

 

When I Heard The Learned Astronomer

 

​When I heard the learn’d astronomer,

When the proofs, the figures, were ranged in columns before me,

When I was shown the charts and diagrams, to add, divide, and measure them,

When I sitting heard the astronomer where he lectured with much applause in the lecture-room,

How soon unaccountable I became tired and sick,

Till rising and gliding out I wander’d off by myself,

In the mystical moist night-air, and from time to time,

Look’d up in perfect silence at the stars.

 

천문학자들이란

 

유식한 천문학자 강의 들으니

증명과 수식 내 앞에 나열하고

더하고 나누고 재는 도표와 도형 보이며

강의실 환호 속 강의하는 천문학자

말할 수 없이 지겨워

빠져나와 홀로 거닐며

눈물어린 신비로운 밤공기

온전한 침묵 속 별들을 바라본다

 

제목이 유식한 천문학자 강의를 들을 때지만 내용상 천문학자들이란으로 의역해도 될 듯하다. 더 나아가 학자들이란 해도 어울린다. 천문학자에게만 한정되는 사고가 아니기 때문이다. 너무 일반적보단 구체적으로 해야 제목이 눈에 들어오니 천문학자를 넣는 게 낫겠다. 제목도 시다. 시적이어야 한다. 시 내용을 포괄하는 의역도 나쁘지 않다.

learned를 본문엔 ’로 짧게 한 듯하다. 유식한 천문학자를 반어적 조롱으로 써서 유머러스하다. when을 다 때로 번역하면 재미없다.

하니, 하면의 의미도 있어 기존 번역들과 다르게 했지만 때로 번역해서 각각이 다 지겹단 의미를 강조해도 좋겠다. 같은 단어가 나열되면 지겨우니 시인의 의도일지도 모르겠다. 증거와 숫자로 한 기존 번역은 잘 맞지 않다. 증거는 법이나 범죄에 주로 쓰이고 시적이지도 않다. 증거를 가지고 증명하는 건데 유식한 학자가 증거에 머무를 리 없다. 숫자도 수식의 전 단계다.

밤의 촉촉한 대기 속으로 이런 번역이 있던데 대기는 이과 용어로 시에 어울리지 않는다. 실컷 천문학자 욕해 놓고 대기라니. 또 습기보다 눈물어린이 더 어울린다. 밤도 자기를 측량으로 이론적 접근만 하고 직접 바라봐주지 않는 거에 우는 거다.

완벽한 침묵, 완전한 침묵 기존 번역은 어울리지 않는다. 완벽은 결점이 없는 거고 완전은 결여가 없는 거다. 둘 다 흠이 없다는 건데 흠 없는 침묵은 맞지 않다. 온전한이 본바탕 그대로의 의미로 우주의 침묵과 잘 어울린다. 완벽과 완전은 이성 단어이고, 온전은 감성 단어라 침묵이란 상태에선 온전이 더 적절하다.

교조주의와 탁상공론이 생각난다. 현실은 외면하고 내가 아는 틀에 네가 있어야 해 그래야 이해할 수 있어 네가 증명해야 해 하는 모습.

죽어가는 이에게 언제부터 못 먹었냐 얼마나 줄까 하기보다 당장 먹여야 한다. 따지고 계산하다 장례 지낸다.

 

Song of Myself 1

 

I celebrate myself, and sing myself,

And what I assume you shall assume,

For every atom belonging to me as good belongs to you.

 

I loafe and invite my soul,

I lean and loafe at my ease observing a spear of summer grass.

 

My tongue, every atom of my blood, form'd from this soil, this air,

Born here of parents born here from parents the same, and their parents the same,

I, now thirty-seven years old in perfect health begin,

Hoping to cease not till death.

 

Creeds and schools in abeyance,

Retiring back a while sufficed at what they are, but never forgotten,

I harbor for good or bad, I permit to speak at every hazard,

Nature without check with original energy.

 

나의 노래 1

 

나를 찬미하고 나를 노래한다

내가 그렇듯 그대도 그러리

내 모든 원자를 그대도 가졌으니

 

한가로이 내 영혼 불러

편히 기대 여름 풀 새싹 바라본다

 

내 혀, 내 피 모든 원자가 이 흙, 이 공기에서 생겼고

여기서 태어난 부모가 낳은 부모에게 여기서 태어났다

그들의 조상도 마찬가지

건강한 37세 나는 시작한다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길 바라며

확신할 때까지 두고 잊지 않은

신념과 주장을

좋든 나쁘든 위험 속에도 말하리

태생적 힘을 지닌 거침없는 자연을

 

내 노래라고 한 기존 번역은 가벼워 보이고 나 자신의 노래라고 하거나 나 자신에 대한 노래라 한 기존 번역은 길고 의미가 늘어진다.

loafe는 loaf의 고어다. school을 교리로 기존 번역이 나온 것도 있는데 종교를 말하는 게 아닌 듯하다. 민주주의 옹호자라 사상으로 해석함이 낫다. 나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50편도 더 썼다.

4판에는 링컨 대통령 추도시 앞뜰에 라일락 필 때도 있다. 휘트먼 시를 고를 때 내용은 좋은데 살짝 야한 부분이 있어 제외한 시가 있다. 아마 여러 시가 그래서 혹평을 받기도 한 듯하다. 하지만 당시 사상가이며 시인으로 유명한 랄프 왈도 에머슨이 칭찬 편지를 5장이나 써줘 잘 팔려 집도 샀다.

첫 행은 초판에는 없었다. 1연은 인류애가 느껴진다. 휘트먼은 동성애자, 양성애자, 본인 말로 사생아가 여럿이다 얘기가 있는데 사생아는 밝혀진 바가 없다. 오스카 와일드가 휘트먼을 만난 후 시인이 동성애자라고 했다.

그런 관점에서 시를 보면 마지막 연이 다르게 해석된다. 그런 취향을 말할지도. 신념과 주장이 크게 위험할 건 없기 때문이다. 공산주의도 아니고 신비주의도 아닌데. 그 시대 그런 삶을 살기 힘들었을 텐데 본인도 계속 갈등했을 거다. 확신이 들지 않고 들어서도 안 됐을 거다.

그래서 마지막 행을 태생적으로 번역했다. 기존 번역은 거의 원초적으로 번역했지만 시인의 생을 보면 태생적이 더 맞는 거 같다. 태생적 뜻은 새롭게 생기거나 처음부터 가지고 있는 거다.

어떻든 자신의 힘으로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니었을까? 자신의 커밍아웃이 위험한 걸 알면서도 말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시를 통해서라도. 시를 해석하려면 그 시인의 생애도 잘 알아야 한다. 인간의 정체성이 어떠하든 인간의 가치와는 무관하다.

그는 말한다.

“뭔가를 내주어야 한다면 바로 자신을 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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