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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598] 리뷰: 팬아시아 필하모니아 제12회 정기연주회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3.02.1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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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8일 토요일 오후 2시에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열린 팬아시아 필하모니아의 제12회 정기연주회는 쇼팽이 남긴 2개의 피아노 협주곡을 한 무대에서 2명의 피아니스트에 의해 들을 수 있었던 기회이자 대립과 조화라는 콘체르토(Concerto)의 형식과 이상에 부합된 시간이었다.

피아니스트 김은진
피아니스트 김은진

① 피아니스트 김은진의 1번 마단조

1부의 1번에서는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도독하여 슈투트가르트와 드레스덴에서 학위를 취득한 피아니스트 김은진이 협연했다. 바리톤 안대현과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전곡을 완주했을 때의 그 학구적이면서 진지한 자세와 오늘도 여실히 드러났다. 김은진의 장기는 음색구사에 있다. 1악장 왼손 8분음표에 반주는 오른손의 고음처리, 2악장 오케스트라의 서주 후에 나오는 긴 솔로 그리고 중간부의 평안한 꿈결같은 분위기, 3악장 론도에서의 세 번째 주선율이 반복될 때 구사했던 고음의 연타는 명확했고 이지적이었다. 2021년 11월의 쇼팽 '발라드' 전곡 연주회에서도 느꼈던 형식과 구조의 적절한 파악, 매듭과 매듭 사이의 정경과 배경의 구분, 주어와 부사의 구분은 여전했다.

피아니스트 김은진과 지휘자 이종진
피아니스트 김은진과 지휘자 이종진

② 피아니스트 강소연의 2번 바단조

2부의 2번에서는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역시 도독하여 슈투트가르트에서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친 피아니스트 강소연이 협연했다. 2번 협주곡은 들을 때마다 조가 같은 쇼팽 발라드 4번의 요소가 아른거린다. 강소연의 날카로우면서도 명징한 터치가 1악장의 비장미와 극적 요소를 더욱 배가시켰다. 특히나 말미의 비극적인 정서를 박력 있게 표현하며 2악장으로 자연스레 넘어갔고 2악장 중간부에서는 여유 있에 완급조절한 하였다. 3악장에서는 최고의 F1 선수처럼 빠른 스피드와 코너워크에서도 냉철하게 중심을 잡으며 코다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담백하게 분위기 전환을 이루어냈다. 1번의 김은진이 애처롭고 애달픈 그러면서 지나간 사랑을 절절하게 그리워하는 미카엘라였다면 2번의 강소연은 도도하면서 '내가 제일 잘나가~~'를 외치는 카르멘이었다.

피아니스트 강소연
피아니스트 강소연

③ 지휘자 이종진과 팬아시아 필하모니아

목금관과 팀파니가 빠진 현악기만의 반주다보니 전체적으로 갑갑하고 둔탁했다. 차라리 피아노5중주의 실내악이었더라면 쇼팽 특유의 순발력과 발랄함이 살아났을건데 두터운 현악의 벽에 피아노의 움직임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더군다나 자꾸 원곡에서의 악기와 진행이 귓가에 맴돌고 기다려지게 만들었다. 맨손의 연금술사 이종진의 모습은 피아노에 가려 아예 보이지 않아서 포디엄 위에서 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팬아시아 필하모니아
팬아시아 필하모니아

④ 김은진 vs 강소연 그리고 김은진 & 강소연

쇼팽의 협주곡 2개를 전혀 다른 성격의 매력적인 피아니스트 2명을 통해 비교, 감상할 수 있어 색달랐다. 이유 불문하고 음악이 업인 사람들은 무대에서의 희열이요 연주로서의 성취니 협연을 즐겁고 행복한 일로 여기고 기회가 된다면 무조건 해야 한다. 무대에서의 물아일체와 무아지경에 다다른 짜릿한 그 한순을 위해 어렵고 험난한 길을 묵묵히 걸어오는 게 아닌가! 음악회 전 강소연의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을 미리 감상할 수 있었던 건 그녀가 소니에서 음반을 발매했기 때문이요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연주로 2번을 들었다는 건 그녀의 다른 매력과 연주곡을 알 수 있었던 계기도 된다. 상술한 김은진의 <겨울나그네>와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1번을 비록 그것도 정식 편성이 아닌 현악4중주와의 실내악이지만 유튜브에서라도 들을 수 있는 건 기록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자신을 발견하고 관객을 만난다. 학습의 장이자 성장의 발판인 무대에서의 콘체르토를 더욱더 많이 누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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