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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594] 리뷰: 태선이 바이올린 독주회,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연주, 1st Stage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3.02.1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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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11일 토요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한 작곡가의 작품으로만 처음 듣는 연주자를 판단하는 건 어렵다. 예원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예고 재학 중 도독하여 바이마르 국립음대를 졸업한 바이올리니스트 태선이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회 중 1, 5, 7번을 연주한 2월 11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의 첫 번째 무대를 다녀왔다.

태선이 바이올린 독주회 
태선이 바이올린 독주회 

절친 바이올리니스트의 소개로 동행해서 그녀의 이력을 살펴보니 이미 바흐 무반주 소나타 & 파르티타를, 브람스 소나타 전곡을, 이자이&힌데미트 무반주 소나타와 슈만 소나타를 완주한 학구파였다. 일면식도 없는 연주자로 그녀의 연주를 듣기 전부터 그녀 연배 한국 연주자들 중 태선이만큼 바이올리니스트로서 빛나고 성실한 성취를 이룬 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로 감탄사가 나왔다. 더군다나 현재 대전시향에 재직하며 중고생들도 가르치고 있다. 이미 직장을 얻은 사람이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기량을 연마하며 연주자의 길을 걷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한국 현실을 감안하면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종윤은 피아노는 독주자를 빛나게 한다!
김종윤은 피아노는 독주자를 빛나게 한다!

피아니스트 김종윤의 발견도 큰 수확이었다. 그랜드 피아노 전체를 연 상태에서도 피아노 음색과 강약 조절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다. 부드럽게 깔리는 건반은 사르르 입에서 녹는 아이스크림이자 손으로 쓰다듬고 싶은 비단 같았다. 김종윤의 손가락에서 굴러가는 건반은 옥구슬 같았고 그의 손이 허공에서 춤을 추다 건반으로 떨어지는 단 몇 초 만의 순간은 마치 시간을 멈춘 듯, 떨어지고 눌러지면서 나올 피아노 소리에 숨을 죽이게 만들었다. 음색만 만들지 테크닉이 떨어지느냐? 천만의 말씀이다. 김종윤은 태선이의 바이올린을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안정적으로 이끌어 최고의 조력자였다.

좌로부터 피아니스트 김종윤과 바이올리니스트 태선이
좌로부터 피아니스트 김종윤과 바이올리니스트 태선이

 

5번이 전체적으로 너무 급하고 숨 가빠서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곡예가 듣는 사람을 불안하게 할 만큼, 그리고 1악장의 발전부 마치고 재현부 넘어가는 트릴부에서는 둘이 맞지 않아 가벼운 울렁증이 야기될 정도였으나 마지막까지 탈선하지 않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네 소피 무터 이후 어느 순간부터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베토벤 소나타에서의 속주는 이제는 가급적 지양했으면 한다. 누가 몽둥이 들고 뒤에서 잡으러 쫓아오는 건 아니지 않은가! 태선이의 진면목은 노래하는 프레이즈, 노래하는 악절, 노래하는 악장, 칸타빌레와 바리에이션에서 두드러졌다. 1번 2악장의 2번 변주곡에서의 서정성과 피아노 왼손 부점 스타카토와의 대조와 정형미, 3번 변주곡에서의 피아노와의 대비, 5번 변주곡에서 코다에서의 화사함이 돋보였으며 5번 2악장의 꿈결같은 울림은 마치 자연과 하나님을 향한 찬양하는 듯 평화로웠고 여유 있었다. 그건 2부의 7번 2악장에서도 마찬가지로 단순미를 과시하며 한없는 아름다움으로 편안하게 하였다. 쉬고 나와서 그런지 7번은 5번같이 정신없지 않아 내심 다행이었다. 인터미션 때 7번도 5번과 같은 속도로 연주하면 어떠나 내심 노심초사했는데.......

베토벤만으로 그녀를 평가할 수 없단 신중함은 앙코르로 연주한 드보르자크의 '어머니께 바치는 노래'를 통해 확실해졌다. 드보르자크의 원곡이 성악을 위한 노래라는 점을 안다면 더욱 자명하다. 태선이는 바이올린을 통해 노래를 만들지 아는 사람이라는.... 그녀의 베토벤 전곡 연주회의두 번째는 7월 11일 화요일에 3,6,10번으로 거암아트홀에서 열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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