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시로 엮은, 내 시를 삶으로 엮은
3부, 한 스텝에 한 장발 휘날리며(4)
우리 보고
걔네들이라고
그럼 느네들은
김석태 형
그렇다, 역부러 떨어뜨린 게다
심혈을 기울여 쓴 우리 개미집 명작
김석태 형의 ‘병영일기’가
유명 문예지 최종심에서 나갔다
하필,
형을 엄청 아끼던 스승 유주현 선생께서
거기 심사위원일 줄이야
문학에 발목이 잡혀
부모고 집이고 좋은 의과대학이고
다 때려친 70 편입생 석태 형
술에 꼴아 엉망진창이 되어서도
밥 먹듯 날마다 소설 너댓 권은 뗐다
런던포그 바바리 깃을 세우고 나타나서는
황혼이면 여지없이 개미집 중앙 기둥 앞에
허물어지던 곱슬머리 미남자
하여간 조그만 놈들, 가소로운 것들
몇 놈들은 꼭꼭 보냈지
끝없이 실패하며 증오하며
끝없는 실패와 증오를 즐기며
인간을 너무도 샅샅이 훑고자? 욕심부렸구나
해맑은 듯, 게게 풀린 듯
그러나 어느새 아프게 찌르는 눈
고치고 또 고치고, 만지고 또 만지던
결벽 문장 같던 눈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교수실파 조그만 놈들이 까분다기에
술 몇 잔 얼큰하게 걸치고
나 학교로 올라갔네 견딜 수 없었네
올라가던 길에 그만 존경하는 유 교수님 만났네
안보이더니 왠일인가
너무나 유심히 건너다 보시기
얼떨결에 자퇴하러 왔다고 했지, 아뿔싸,
느닷없이 입에서 그런 말이 튀어 나올 줄이야
한참을 숙고하시더니
그러게나, 내 손을 꽉 쥐셨네
어쩔 수 없었네
나 그렇게 문창과 떠났지
그때처럼
오랜
시간
없더군
이제 책도 싫고 인간도 싫어졌나, 석태 형
지리산 자락 어디메 바람을 읽고 있다고 들었네
오히려 스스로 조그만 놈이 되려나 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