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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은 시』 ‘한 스텝에 한 장발 휘날리며’ (2)

윤한로 시인
  • 입력 2023.02.1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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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시로 엮은, 내 시를 삶으로 엮은

3부,  한 스텝에 한 장발 휘날리며(2)

 

우리 보고

걔네들이라고

그럼 느네들은

 

개미집

 

오오, 문리대니 예대니 약대니 부르동들은

왜 그렇게 깔깔거리는지

스모르에 백구두에

꾀죄죄 시 나부랭이 좀 써보겠다고

대학물 한번 먹어보겠다고

우리 같은 노가리들 포천, 연천에서 올라와

잔디밭 노란 개나리 덤불 속 쑤셔박혔지

외롭고도 마냥 쪽팔리더라

청자 한 대 꿀리곤 신문지 뒤집어썼지

스물한두 살 초여름

파란 하늘에 흰 구름

천천히, 되도록 천천히 떠돌도록

햇빛에도 가는구나 햇살에도 취하는구나

가자꾸나 우리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져 확확 꼴아 보자

벌건 대낮부터 흘레붙은 개들이여

연못시장 개미집 왕개미 아줌마여

구정물 한 세숫대야 쏟아붓고

서슬에 덜컹이는 유리문짝 밀어제치면

저 한물간 서라벌 황공들

삐걱거리는 나무의자 도라무깡 탁자마다

불콰히 고여 있었다, 펄럭이고 있었다, 쌍눔들

쉰 막걸리 양은 종재기마다 흔쳐 주던 찝찔한 소금

좋쉬다, 우리도 시와 흘레붙은 놈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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