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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존경받는 진정한 어른, '어른 김장하'

권용 기자
  • 입력 2023.01.2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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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생각하는 진정한 '어른'은 어떤 모습일까?

나이가 더 많다는 이유로 어린 사람들에게 훈계하고 행동과 언어가 일치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도 존경받고 본받고 싶은 '어른'이라고 할 수 있을까? 모두가 기대한 참된 어른, 존경 받는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엠비시 경남'이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를 지난해 마지막 날과 새해 첫날 2부작으로 방영했다. 이 프로그램은 엠비씨 유튜브 채널 '엠키타카(바로가기)'를 통해 공개됐으며, 공개와 동시에 빠르게 시청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갔다.

 

 

지난 1991년 당시 <경남도민일보>의 김주완 기자는 32년 기자 생활을 마무리하며 김장하 선생을 찾아간다. 김 선생은 2022년 5월 말 60년간 운영해온 한약방의 문을 닫으며 30년 전 자신이 세운 남성문화재단 역시 경상국립대에 기증했다.

김장하(79) 선생은 1983년, 당시 나이 39살에 진주에 세운 명신고등학교를 1991년 국가에 헌납했다. 당시 가치로 100억원이 넘는 자산을 기부하며 언론에 주목을 받았지만 모든 인터뷰를 거절했기 때문에 금방 관심이 줄어들었다.

선생이 처음 한약방을 열었을 때 이웃에 살던 사람은 “이 동네 사람들 다 ‘김 약국’ 없으면 못 살았지. 돈 없을 때마다 금고처럼 갖다 썼으니까”라고 회상한다.

문형배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2019년 김 선생의 생일 잔치에서 “(받았던 돈을)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 사회에 갚아라”고 했던 선생의 이야기를 회상했다.

김 선생은 1963년 경남 사천에 처음 한약방을 열었다. 18살 이전까지 한약방에서 머슴살이를 하다가 18살이 되어 국가에서 시행한 한약사 자격시험에 합격하고 이듬해 자신의 한약방을 차렸다. 선생은 다른 약국보다 저렴하게 좋은 약재를 써 효험이 좋았다. 이에 남성당한약방의 약을 짓기 위해 전국에서 찾아오며 문전성시를 이뤘다.

 

 

<어른 김장하>에 등장하는 많은 이들이 선생에게 진심을 담아 고마움을 표현한다. 김 기자는 선생을 자주 찾아가 선생이 좋아하는 야구 이야기와 옛날 이야기 등을 꺼내는데, 선생은 즐겁게 추억을 회상하다가도 자신이 베풀었던 선행 이야기가 나오면 입을 꾹 다문다.

2시간의 영상이지만 선생에게 도움 받았던 이들의 증언을 다 담기에는 모자람이 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선생 덕분에 <친일인명사전> 제작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 빈털털이로 길거리에 나앉게 될 처지의 극단이 공연장을 갖게 됐고,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과 아이들을 위한 쉼터가 만들어졌으며, 수많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를 마칠 수 있었따.

선생은 “내가 돈을 벌었다면 결국 아프고 괴로운 사람들을 상대로 해서 번 건데, 그 소중한 돈을 함부로 쓸 수 없었다”며 “똥은 쌓아두면 구린내가 나지만 흩뿌려 버리면 거름이 돼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는다”고 전하며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한다.

<어른 김장하>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김현지 PD는 “다들 닮고 싶은 어른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꼰대가 될까 봐 두려운 세대나 어떤 어른이 돼야 할지 고민인 이들에게는 책과 다큐가 좋은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여전히 어른이 되어서도 참된 어른의 모습을 갈망한다. 주변의 연장자를 보며 '꼰대'라는 명칭으로 세대의 골이 깊어가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은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바라보며 삶의 방향성을 되짚는 좋은 방송이 되리라 생각한다.

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는 “김장하 선생을 기록한 책과 다큐가 인기를 끄는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모든 것을 증명한 사람이 주는 울림 때문”이라며 “또 무조건 영웅화하지 않고 기자라는 제삼자가 선생의 삶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면서 시청자와 독자들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지역 인물을 다룬 이번 콘텐츠를 지역 방송과 지역 신문 출신 기자가 함께 만들었다는 점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서 “공영방송과 풀뿌리 지역언론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 김장하 선생은 영상 마지막에 “아무도 칭찬하지도 말고 나무라지도 말고 그대로 봐주기만 하라고 말하고 싶다.”라며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어른들이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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