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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 쓰는 감정] 연애편지

이진성
  • 입력 2023.01.2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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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1. 20. 16:58

연애편지. 일기나 글에 연애 이야기를 거의 적지 않는다. 그것은 현재에도 미래에도 도움 될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발목만 잡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관계가 끝날 때에는 마치 나만 상처받고 홀로 남겨진 기분이 들곤 한다.

이석원, <보통의 존재>라는 책을 읽는데 무수한 연애 이야기가 나온다. 사랑했던 글, 사랑하던 글. 짝사랑 같은 글. 나는 일기에도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쓰지 않았다. 아주 어렸을 적에는 썼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다음 사람에게 일기를 들키고 싸움의 구실을 만든다. 결론적으로 연애를 처음 한 것처럼 일기를 가져간다. 한편으로는 슬픈 일이다. 내 기록에 사랑에 관한 수기나 감상이 없다는 것은. 그렇지만 편지는 쓰는 것 같다.

새해 복 많이 받고 반갑다는 내용의 짧은 카드를 수기로 적고 전달했던 적이 있다. 평소에 편지를 자주 쓰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돌이켜 봤다. 일기와 비슷한 이유로 편지를 자주 쓰기도, 그렇지 않기도 했었다. 어떤 친구에게는 적당히 썼고, 어떤 친구에게는 참 많이도 썼었다. 편지보다 다른 걸 가치 있게 여기던 친구도 있었고 나는 초라해했던 것 같다. 또 그러다 어느 날 편지를 쓰는 일이 결국 상처만 됐다고 여겼던 때도 있었다. 내가 연기하면서 생활력이 모자란 걸 감추기 위해 편지를 쓴 것 같다는 못난 생각도 했었다. 그 상처가 쌓여서 정작 편지를 써달라고 했던 사람에게는 그러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편지를 많이 써도 나중에 마음에 상처만 남겠지' 이런 모자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일기에 사랑을 적지 않았던 것과 비슷한 바보짓을 여기저기에 하는 꼴이다. 정답은, 적당히 쓰고 책임지는 마음을 갖는 것이리라 여긴다. 그러니 연애를 하면 그래도 가끔 편지를 써봐야겠다. 서로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적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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