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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 쓰는 감정]10년의 일기를 꺼냈다

이진성
  • 입력 2023.01.10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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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0. 00:51

본가에서 딱 10년 치 일기를 가져왔다. 군시절부터 일기를 썼던 것 같다. 일기를 쓰는 이유는 누군가에게는 할 수 없는 이야기를 꼭 머리 밖으로 꺼내고 싶은 심리도 있던 것 같다. 이를테면 선임에 대한 욕이라든가 군생활의 거지 같음이 그렇다. 어쨌는 어딘가에 털어내는 후련함 때문에 아직까지도 일기를 쓰고 있다.

나에게 일기를 쓰는 시간은 황홀하고 행복한 일과다. 항상 쓸 수는 없지만 일주일에 한 번은 쓰고자 노력한다. 그렇게 10년 정도 연기활동을 하며 길고 짧은 이야기와 글을 적었다. 10년인 이유는 졸업한 후의 기간이 올해로 10년을 넘었기 때문이다. 하필 졸업하고 연기를 한 기간이냐 묻는다면, 그것이 내 20대 30대의 청춘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 일기들 10년 치 첫 장에 '배우 이진성'이라고 적고 첫 장을 장식했기 때문이다. 허세스럽긴 하지만 정말 아끼고 사랑한 존재였고 내 청춘의 대부분이 담겨있는 카테고리가 나에게는 연기였다. 대부분의 배우가 그럴 것이다. 그래서 참 부끄러운 줄 모르고 일기장에 첫 장에 그런 글을 적어 넣었다.

길지 않은 시간 안에 그 글들을 추려서 세상에 꺼내고 싶다. 누가 내 일기를 궁금해하겠어. 하고 생각할 수 있다. 특히나 '연기'라는 한정된 내용의 일기를 말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런데도 그런 글을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 이유는 공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느꼈다. 법적으로 34세까지 청년이라고 하는데, 청년을 겪지 않은 사람도 않을 사람도 없지 않다. 청년시기를 청춘이라 일컫는다면 누구에게나 청춘은 있는 거니까 말이다. 그 청춘의 날들을 공감할 수 있는 기록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너무 늦은 행동이지만 바보 같고 멍청한 날들의 청춘이었던 나와, 비슷한 마음을 가졌던 사람들끼리 위로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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