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플라스틱 14] 탈 플라스틱과 기후위기 극복

정석균 전문 기자
  • 입력 2023.01.09 07:29
  • 수정 2023.01.10 08: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플라스틱은 왜 이렇게까지 미움 받는 소재가 되었을까?

버려진 플라스틱이 썩지 않고 지구를 뒤덮고 있다. 인류가 만든 플라스틱 중 썩어서 분해돼 없어진 건 아직 하나도 없다. 소각하지 않는 한 생산된 플라스틱은 500년 이상 분해되지 않는다.

​용도를 다한 플라스틱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살펴보자.

(1) 재생원료로 재활용되거나 에너지로 회수
(2) 소각 (온실가스 배출)
(3) 땅 속에 매립 또는 방치
(4) 하천 및 해양 방류
(5) 미세 플라스틱이 되어 생물체의 몸 속에 축적

​플라스틱은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다. 무엇이든 만들 수 있고, 값도 싸다.

음악, 의학, 유통, 가전 등 전 산업에서 너도나도 플라스틱 소재를 쓰면서 산업 구석구석에 자리잡은 플라스틱은 사람들에게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요술램프로 인식됐다. 공장에서는 열과 압력과 성형틀만 있으면 저렴한 가격에 수천 개에서 수만 개의 플라스틱 제품을 마구 찍어낼 수 있다.

플라스틱이 나오면서 인류가 누린 생활의 편리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과연 편리함을 포기할 수 있을까?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 각국의 정부와 기업과 개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다. 탈플라스틱은 전세계적으로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하는 과제가 되었다. 편리함과 경제성, 친환경성을 모두 취할 수 있는 대안은 없을까?

인류가 만든 플라스틱 중 썩어서 분해돼 없어진 건 아직 하나도 없다. 이것이 플라스틱이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인류가 만든 플라스틱 중 썩어서 분해돼 없어진 건 아직 하나도 없다. 이것이 플라스틱이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전세계적으로 탈플라스틱을 외치며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는 흐름이 만들어진 데는 제조 시 사용되는 화석원료 문제도 있다. 플라스틱의 제조 과정을 알면 왜 탈플라스틱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하는지도 명확해질 것이다.  출처: 그린포스트코리아
전세계적으로 탈플라스틱을 외치며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는 흐름이 만들어진 데는 제조 시 사용되는 화석원료 문제도 있다. 플라스틱의 제조 과정을 알면 왜 탈플라스틱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하는지도 명확해질 것이다. 출처: 그린포스트코리아

사후 처리 비용 빠진 플라스틱이 문제

플라스틱에 대한 기준은 시대에 따라서 달라졌다. 최대의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싸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플라스틱은 최고의 상품이었다. 많이 생산하면 가격이 더 떨어지는 규모의 경제 속에서 플라스틱은 대중이 숨 쉬듯 쓸 수 있는 소재로 자리잡았다.

​플라스틱 가격이 저렴할 수 있었던 건 원료 값만 따지고 사후 처리 비용은 빠졌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들은 기업에서 처음부터 재활용 및 사후처리 비용까지 포함해서 플라스틱을 보다 책임감 있게 만들고 유통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후 처리 시간과 비용을 빼고 책정된 저렴한 가격은 대량생산 및 소비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시대 한가운데에서 환경적인 요소를 포함하지 않은 가격 책정 자체가 잘못됐다는 얘기다. [1]

​사후 처리 비용에는 시간적인 요소도 포함돼야 한다. 플라스틱이 쓰레기로 버려지기까지 시간은 평균 3일, 썩는 데는 최장 500년 이상 걸린다고 알려진다. 지구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데까지 지구에 미치는 피해를 계산하여 제품 가격에 반영해야 한다.

​또 생산-운송-소비-처리까지 수명 주기 전체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치명적인 문제도 빠져 있다. 단순히 사용 후 처리하는 과정에서만 지구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2050년까지 전체 탄소 예상배출량의 10% 이상을 플라스틱이 차지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강력한 규제로 절대 소비량을 감축하고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1]

재활용되지 못한 플라스틱 어떻게 처리되나

그린피스 자료에 따르면 1950년부터 2015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생산된 플라스틱은 83억 톤으로 이 가운데 9%만이 재활용되고 63억 톤이 폐기됐다. 전체 플라스틱 생산량의 40%를 차지한 건 일회용 플라스틱이었다. 한 번의 사용을 위해서 무분별하게 생산돼 소비된 일회용 플라스틱은 소비 후 고스란히 폐기물이 된다. [1]

​문제는 현실적으로 플라스틱의 종류와 형태가 워낙 다양해 수거 체계가 일괄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열악한 수거 체계에서 재활용되지 못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단순소각이나 매립으로 처리된다. 소각은 폐기물을 관리하는 비싼 방식에 속하며 매립은 육상 매립지 포화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린피스가 2019년 발표한 <플라스틱 대한민국: 일회용의 유혹>에 따르면 소각은 폐기물을 대기오염물질, 비산재, 저회, 광재로 전환시키고 그 과정에서 호흡기를 자극하는 발암물질인 다이옥신, 푸란, 수은, 카드뮴, 납 등 중금속과 주요 온실가스를 배출해 인간과 지구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오염물질을 통제하기 위한 장치 중 가장 발전된 기술도 여전히 일부 오염물질을 제거하지 못하고 대기로 방출시킨다는 지적이다. [2]

​플라스틱 사후 처리는 여러모로 우리 사회에 골칫거리로 존재하고 있다. 심지어 마땅히 처리할 방법이 없어서 불법 수출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린피스는 2018년 한국에서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된 플라스틱 쓰레기 방치 현장을 조사해서 공개한 바 있다. 당시 불법 수출된 플라스틱 1400톤은 2019년 설날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2]

​처치 곤란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다른 나라로 흘려보내는 건 비단 우리나라의 문제만이 아니다. 칠레 북부 사막 아타카마에는 각국에서 버려진 옷으로 만들어진 쓰레기 산이 있고, 서아프리카 가나에도 매주 기부라는 이름으로 서구로부터 옷 폭탄이 쏟아진다. 심지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고 플라스틱이 사용된 적 없는 북극해 빙하와 남극해에서도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견되고 있다. [1]

​쏟아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생태계를 파괴하고 해양생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 그린피스는 “우리나라 바다에서 발견되는 쓰레기의 82%는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로 2017년부터 연근해에서 폐사한 거북이 44마리를 부검한 결과 20마리가 플라스틱을 삼키고 죽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있다. [2]

매년 64만 톤의 유령어구가 바다로 유입되고 있다. 실제로 바다거북의 코에 꽂힌 빨대, 플라스틱 링에 부리가 끼인 새, 고래 뱃속에서 발견되는 수많은 비닐 등을 담은 사진과 영상들은 플라스틱이 자연과 생태계에 어떠한 위해를 가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2019년 말 스코틀랜드 해변에 좌초한 고래 뱃속에서는 100kg에 달하는 플라스틱 어구와 비닐봉지, 플라스틱 컵 등이 나오기도 했다.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는 근본 대책은 ?

한번 세상에 나온 플라스틱을 제대로 처리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방식에 수많은 문제가 있다면 플라스틱 자체에 다시 접근해야만 한다.

​다양한 해결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멈춰야 한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수요는 쉽게 줄일 수 없지만 일회용 플라스틱 수요는 법적 규제와 소비자운동을 통해 축소할 수 있다. 둘째, 용도가 다한 플라스틱은 재사용하거나 리필하고 재순환시켜야 한다. 셋째, 자연에서 생분해되는 플라스틱의 생산량을 높여야 한다. 넷째, 단순 소각보다 에너지 회수 기술을 적극적으로 보급해야 한다. 다섯째, 매립을 금지하고 해양방류를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제한

​OECD는 2022년 6월 발행한 보고서에서 '만약 현행대로 플라스틱 사용이 늘어나고 대처가 없다면, 폐기물 비율이 2060년까지 현재의 거의 세 배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OECD의 플라스틱 폐기물에 관한 보고서
OECD의 플라스틱 폐기물에 관한 보고서

캘리포니아는 2022년 6월 31일,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전면적으로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의 전면적인 규제를 법률로 승인한 첫 주로 기록됐다고 가디언지가 보도했다.

​캘리포니아는 2032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의 사용을 최소 25% 줄여야 한다. 또한 2028년까지 캘리포니아에서 판매되거나 구매되는 플라스틱 제품의 최소 30%가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플라스틱 오염 완화 기금도 설립한다. 산업 대표들로 구성된 생산자 책임 기구가 설립될 예정이다. 이 기구는 국가가 감독하는 재활용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다. 또한 플라스틱이 환경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한 새로운 플라스틱 오염 완화 기금에 대한 지원으로 연간 5억 달러를 지원하게 된다. 

​주정부는 또한 2023년까지 식품 용기에 흔히 사용되는 발포 폴리스티렌의 사용을 25%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생산업체들이 목표 재활용률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발포 폴리스티렌 사용은 완전히 금지된다. 재활용률은 2032년까지 65%에 이를 때까지 수 년 동안 증가하게 된다. 다시 말해 오는 2032년까지 캘리포니아에서 판매되거나 유통되는 모든 플라스틱 품목의 65%가 재활용이 가능해야 한다. 새로운 법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은 하루에 최대 5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4]

​호주는 좀 더 발 빠르게 움직였다. 호주 남동부에 있는 뉴사우스웨일스 주는 이번달 1일부터 일회용 비닐봉투의 사용을 금지시켰다. 뉴사우스웨일스 주는 주에서 배출하는 전체 쓰레기에서 일회용 플라스틱과 플라스틱 포장이 약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벼운 일회용 비닐봉투는 이번달 1일부터 금지되지만 올 11월부터는 플라스틱 식기류와 접시류도 금지할 예정이다.[4]

​중국에서는 2021년 1월 1일 전국의 식당과 주요 도시의 상점들이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플라스틱 금지법이 시행되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이하 NDRC)는 쇼핑백, 빨대, 식기 등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2020년, 2022년, 2025년까지 각각 제한하기 위한 5개년 로드맵을 제시했다. 

​인도 또한 올 7월 1일부터 전국적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금지를 시행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올해 초 인도의 환경부 장관은 "인도는 매년 350만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배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캐나다도 단기적으로 유해한 일회용 플라스틱의 사용을 금지하고, 장기적으로는 플라스틱 오염에 대처하기 위한 포괄적인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캐나다 연방정부는 특정 일회용 플라스틱을 금지하는 규정을 확정하고 추가 의견을 검토, 2022년 말부터 금지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다. [4]

플라스틱 재활용 극대화

​플라스틱을 땅에 묻는 것은 사실상 방치에 가깝다. 플라스틱이 썩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난분해성 물질인 플라스틱을 매립하면 환경오염과 미세플라스틱의 원인이다.

​플라스틱 병 하나가 분해되는 데는 450~500년이 걸린다. 그렇다고 플라스틱이 지구상에서 말끔하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단지 미세하게 분해될 뿐이다. 플라스틱은 분자 간 결합이 단단한 고분자 물질에 여러 독성 첨가제가 들어가 있어 미생물이 침투할 틈이 없다.

​소각은 어떨까. 소각과정에서 다이옥신 같은 위해물질이 발생한다. 나아가 기후위기 원인물질인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기에 바람직한 처리법이 아니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방법은 (1) 물질 재활용(다른 제품을 생산하는 원료로 활용), (2) 에너지 재활용(소각을 통해 에너지 생산), (3) 화학적 재활용(화학적으로 분해해 다른 제품의 원료로 활용)등으로 분류한다.

27년 전 쓰레기를 돈 내고 버려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우리나라는 이후 재활용률 강국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수치뿐이라는 말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이런 말은 왜 나오게 된 걸까.
27년 전 쓰레기를 돈 내고 버려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우리나라는 이후 재활용률 강국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수치뿐이라는 말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이런 말은 왜 나오게 된 걸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재활용은 물질회수, 즉 물질 재활용이다. 물질재활용을 하려면 먼저 파쇄, 세척, 용융 등의 과정을 거쳐 폐플라스틱을 다른 물질의 원료가 되는 재생 펠릿으로 만든다.

​플라스틱은 단일재질이냐 복합재질이냐에 따라서 재활용 용도가 달라지는데 품질이 비교적 높은 제품 생산이 가능한 건 단일재질로 신제원료와 혼합해 사용하기도 한다. 흔히 버려진 플라스틱을 옷, 에코백, 유니폼 또는 재활용 플라스틱 용기로 업사이클링했다고 하는 경우 단일재질로 물질회수를 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복합재질은 저급 플라스틱 제품으로 재탄생할 수 있고 단열재, 정화조, 건축재 등으로 활용된다.

​플라스틱을 재질별로 선별하기 어렵거나 오염 물질이 묻어 있어 물질재활용이 어려운 경우 태워서 에너지를 얻는 에너지재활용을 한다. 폐플라스틱을 연료화해 발전시설과 보일러 시설 등에 대체연료로 활용하는 것이다. 플라스틱만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가연성 쓰레기와 혼합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연료는 제철소, 시멘트 공장, 발전소 등에서 활용한다.

​화학적 재활용은 분자 구조를 화학적으로 분해해 최초의 원료(주로 나프타)로 되돌리는 방식이다. 재활용이 어렵다고 알려진 플라스틱까지 재활용이 가능하다. 많은 나라에서 폐플라스틱에서 오일을 생산하여 난방유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분리배출 하면 재활용이 잘 될까?

우리나라에 쓰레기 종량제와 분리배출 제도가 본격 도입된 건 지난 1995년부터다. 27년 전 쓰레기를 돈 내고 버려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우리나라는 이후 재활용 강국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수치일뿐이라는 비판이 계속 나온다. 우리 국민들은 분리배출만 잘 하면 재활용이 잘 될 것이라 믿고 열성적으로 분리배출에 참여해왔다. OECD 국가 가운데 독일과 1, 2위를 다툴 정도로 재활용률이 높다.

​환경부가 발표한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쓰레기 양은 연 1억9000만 톤을 넘는다. 그 중에서도 생활폐기물은 2000만 톤으로 전년 대비 6.6% 증가했다. 일 평균 생활폐기물로 따지면 국민 1인당 1.16kg의 생활폐기물을 냈다. [5]

​재활용률은 어떨까? 생활폐기물은 가정이나 상가에서 나오는 생활폐기물과 대형건물에서 나오는 사업장생활계폐기물을 합친 것이다. 2020년에 배출된 생활계폐기물의 재활용률은 59.5%다. 전체 생활폐기물 중 종량제방식 등 혼합배출 비율은 37.8%, 분리배출은 39.3%, 음식물 폐기물은 22.9%를 차지했다. [5]

​이 재활용률은 분리배출된 양이 기준이다. 재활용 과정은 분리배출 후 수거, 선별, 처리라는 3단계를 거쳐 이뤄지는데, 이 중 분리배출을 통해 재활용센터로 운반된 비율을 뜻하는 것이다. 선별장에서 선별 과정까지 거친 후 실제로 재활용된 비율을 뜻하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실질재활용률은 현재 정확한 수치로 공식 발표된 적이 없다. 실질재활용률은 선별업체가 재활용할 가치가 있거나 돈이 되는 품목을 골라내고 나머지 폐기물은 소각, 매립, 처리한 이후 실질적으로 재활용된 비율만을 말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30~40%대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플라스틱 재활용률만 떼놓고 보면 비율은 더 떨어진다. [5]

소비자는 올바른 분리배출...기업은 소재 단일화해야

​기업의 변화못지 않게 소비자의 소비 태도도 중요하다. 환경을 오염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물건에 대한 소비를 거부하고 처음부터 플라스틱 쓰레기가 덜 나오게 고민하고 만들어진 제품과 포장재를 소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생산 단계에서부터의 환경적인 변화를 위해 정부와 국제사회의 더욱 강력한 규제가 요구되고 있다.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떨어지는 이유는 잘못된 분리배출로 인한 것과 생산 및 시스템 문제로 인한 것이 있다. 분리배출 시 생기는 문제는 사용한 플라스틱을 재질 구분 없이 섞어서 버리거나 그 과정에서 재활용 비중이 높은 품목이 오염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는 소비자가 분리배출 시 재질 구분을 잘 하고 내용물을 비우고 헹궈서 분류해서 버리면 되는 문제다.

​먼저 개선돼야 할 문제는 소재 단일화다. 재활용률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생산 단계에서부터 재활용이 어려운 복합재질 플라스틱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단일재질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쉽다. 여러 가지 소재가 섞여있는 복합재질 플라스틱 사용률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재활용률이 떨어지는 큰 이유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분리배출을 잘 하는 편이지만 (재질이나 구조상 분리배출이) 어려운 게 많다 보니 정확한 분리배출이 힘든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분리배출이 제대로 안 되니면 선별단계에 가면 더 어려워진다. [6]

​한편, 실질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 국내에서는 지난해 분리배출 표시에 관한 지침이 개정되기도 했다. 재활용이 안 되는 포장재에 별도의 분리배출 표시를 하고, 플라스틱이나 비닐류 재질 표시 중 재활용이 어려워 생산이 금지된 PVC 삭제, 재활용 어려움 등급 표시제 도입 등이 관련 주요 내용이다. 이는 실제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이나 포장재에도 동일한 분리배출 표시를 하고 있어서 실제로는 재활용률이 떨어지는 문제를 개선하고, 생산자의 포장재질 및 구조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실질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생산 단계에서부터 재질 구조 개선이 필요한 만큼 관련한 정부 차원의 기준 마련이 재활용률 개선에 점진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6]

플라스틱 빼고 또 줄이는 유통업계

​탈플라스틱을 통해 탄소중립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이 전 사회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지속가능한 제품 개발은 기업의 생존 문제로 직결된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 감축을 목표로 지속가능한 포장 솔루션을 개발하고 플라스틱을 원료로 하는 제품에 대체재를 도입하는 등 소재를 전환해야 한다.

기업들이 플라스틱 포장재 대체재로 가장 많이 선택하고 있는 건 종이다. 종이는 재활용과 재생에 모두 용이해 포장재 전환 과정의 핵심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홈퍼니싱 기업 이케아는 지난해 11월 ‘2028년까지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 중단’ 목표를 발표했다. 재활용과 재생이 쉬운 종이로 포장재를 전환하고 식품 안전과 품질 관리를 위해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이 불가피한 일부 이케아 푸드 제품은 재활용 또는 재생 가능한 플라스틱 소재로 변경할 예정이다. 신규 제품군은 2025년까지, 기존 제품군은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플라스틱 사용 제로 적용을 완료할 계획으로 알려진다. [7]

​세븐일레븐은 올해 초 수요가 가장 높은 플라스틱 얼음컵 소재를 종이로 바꿨다. FSC 인증 소재를 사용하고 탄산칼슘을 배합한 친환경 코팅 기술을 더한 친환경 종이얼음컵이다. 종이컵의 재활용률은 92%에 달한다. 세븐일레븐은 그동안 얼음컵에 대해 재활용이 용이한 투명 얼음컵에서 재활용 등급이 우수한 PET-A 수지 소재로 변경한 바 있다. 이후 최근 종이얼음컵으로 전환함으로써 아예 플라스틱 저감을 실현한 셈이다.

​동원시스템즈는 지난 12월 국내 골판지 포장기업 태림포장과 MOU를 체결했다. 신선식품 포장재 개발, 포장재 경량화, 포장 비용 절감 등에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동원시스템즈는 2019년 국내 최초의 바이오 기반 생분해 파우치인 에코소브레(Eco-Sobre)를 개발했고, 태림포장은 최근 국내 최초로 100% 재생 페이퍼를 소재로 한 친환경 종이 옷걸이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대체 포장재 개발에 나서고 있다. [7]

생분해성 소재의 적극적인 채용

포장재를 비롯해 기존에 플라스틱이 원료로 들어가는 제품에도 생분해성 소재를 도입하고 있는 기업이 늘고 있다.

포장재뿐만 아니라 생활용품에서도 플라스틱 대신 생분해성 소재가 도입되고 있다. 플라스틱을 원료로 만들어지는 물티슈를 비롯해 칫솔 등에 친환경 소재가 적용되고 있는 추세다.

​유한킴벌리는 부직포 대신 펀연펄프 물티슈를 식품접객업소용으로 출시했다. FSC 인증의 100% 천연펄프 원단을 사용한 제품으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지 않는다. 유한킴벌리에 따르면 1박스 기준 2L 패트병 약 6개 정도의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다. 유한킴벌리는 2030년까지 지속가능한 원료를 사용한 제품 매출 비중을 95% 이상 달성한다는 ‘환경경영 3.0’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생분해 인증 생리대 라네이처 시그니처 맥시슬림, 사탕수수 유래 바이오매스를 적용한 하기스 네이처메이드 등 제품을 지속 선보인 바 있다. [4]

​생활위생기업 쌍용C&B는 화장지, 미용티슈, 키친타월, 물티슈 포장재에 생분해성 소재를 도입했다. PLA, 셀룰로스, 화학계 고분자인 PBAT 등으로 이뤄진 혼합 소재로 만들어 180일이면 자연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이밖에 롯데마트는 플라스틱 대신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원료와 나무를 주 원료로 사용한 칫솔, 혀클리너, 치간 칫솔로 구성된 치위생용품을 선보였다. 자연에서 생분해되는 원료로 만들고 친환경 패키징을 적용했다.

플라스틱과 기후위기

린피스에 따르면 플라스틱 생산량은 전세계적으로 2000년대 이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플라스틱이 개발되고 약 50년간 생산된 양보다 최근 20년 사이에 생산된 플라스틱 양이 훨씬 더 많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난 2년간 생산된 플라스틱 양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유럽 플라스틱 산업협회는 2020년 전세계적으로 생산된 플라스틱 양은 3억6700만 톤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정부가 일회용품을 규제하고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감축하고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나서고는 있지만 그마저 원활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탈플라스틱 정책 도입에 더욱 더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한다. 단순히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이나 매립장과 소각장이 줄어들어 생기는 현실적인 문제, 불법적으로 처리되는 플라스틱 폐기물 등 사후 발생하는 문제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문제도 있다.

​플라스틱을 사용한다는 것은 이 모든 복잡한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발자국까지 생각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석유화학" 기반의 플라스틱은 악마고, 바이오매스는 천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둘 모두 생산-유통-폐기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한다. 초점은 자연상태에서 생분해가 되느냐 아니냐의 문제다.

​최선의 해결책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것. 그러나 생활의 편의성과 플라스틱의 기능적 탁월함에 의해 사용할 수 밖에 없다면 동일한 성능을 지닌 생분해되는 소재로 대체하자는 것이 초점이다.

​​

[참고자료]

  1. [2022 탈플라스틱 프로젝트] 인류는 플라스틱과 이별할 수 없다?, 그린포스트 코리아 곽은영 기자, 2022.02.07

  2. 『플라스틱 대한민국: 일회용의 유혹』, 그린피스 코리아, 2019.12.31

  3. 캘리포니아, 미국 최초로 일회용 플라스틱 전면 규제법 시행, 스마트시티투데이 2022.07.04

  4. 동시다발로 쏟아지는 각국의 '일회용 플라스틱' 금지 규제, 임팩트온 2022.06.14

  5. [2022 탈플라스틱 프로젝트] 플라스틱 뒷모습...정답은 '재활용', 그린포스트 코리아 곽은영 기자, 2022.02.25

  6. [2022 탈플라스틱 프로젝트] 분리배출 하면...재활용 정말 잘 될까?, 그린포스트 코리아 곽은영 기자, 2022.03.11

  7. [2022 탈플라스틱 프로젝트] 플라스틱 빼고 또 줄이는 유통업계, 그린포스트 코리아 곽은영 기자, 2022.04.07

  8. [2022 탈플라스틱 프로젝트] 플라스틱과 기후위기의 연결 고리, 그린포스트 코리아 곽은영 기자, 2022.04.18

  9. [2022 탈플라스틱 프로젝트] 지구를 망치는 버려진 플라스틱, 그린포스트 코리아 곽은영 기자, 2022.05.12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