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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이에게 작별인사

이진성
  • 입력 2023.01.10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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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1.05.23:08

웅이에게 작별인사. 웅이가 하늘로 갔다는 말을 듣고 집으로 뛰어와서 채비를 했다. 울거나 슬프지 않겠다는 마음의 갑옷을 두르고 담담한 척 병원을 향한다. 그러나 웅이와 산책하던 길에서 추억을 맞이하고, 병원 앞에서 더운 날 사람 구경 함께 했던 추억도 떠오른다. 100미터, 너와 산책하다 쉬어가던 길. 50미터, 신호 대기하면서 어느 길로 갈까 생각하던 곳. 가까워질수록 마음의 갑옷이 부서진다. 10미터, 눈물이 터진다. 도착한 병원에서 박스에 담긴 너의 무게에 무너질 것 같다. 애써 참는다. 화장터로 가서 박스를 장례지도사에게 넘겨주고 우물쭈물한다. 한 번만 더 보고 싶다는 말을 차마 못 해서. 지도사께서 이따 시간을 따로 주신단다. 내가 한마디라도 하면 꽉 깨문 이가 힘이 빠질 것 같은 게 지도사께 들킨 거 같다. 마지막으로 웅이를 볼 시간이 됐다. 침상에 누워 있는 웅이는 마치 잠결에 내 움직임을 주시하는 때의 모습처럼 보인다. 나한테는 이게 너무나 믿어지지 않는다. 금방 다시 일어날 것 같은데 움직이지 않는다. 귀를 까딱하며 꼬리를 바닥에 탁탁 칠 것 같은데 움직이지 않는다. 어머니께서 제일 먼저 인사하고 내가 축 쳐진 웅이의 귀를 만져본다. 항상 따듯하던 귀가 차갑다. 눈이 떠 있어서 마치 날 보고 알아챌 것만 같다. 무릎을 꿇고 마음으로 말해본다. 

웅이는 내가 지어준 이름이다. 손바닥 만한 꼬물이가 먹을 것만 보면 곰처럼 달려들고 생긴 것도 곰처럼 생겨서 웅이라고 했다. 고구마를 좋아했다. 다시 일어나서 마음껏 먹으면 좋겠다고 상상을 해본다. 아무리 늦은 시간에 집에 와도 꼬리를 흔들며 달려왔던 기억. 항상 바보 같은 나에게 웃는 모습을 보여줬던 기억. 나는 너를 보면서 언제나 즐거웠어. 누가 형제가 몇이냐고 내게 물어보면 삼 형제라고, 웅이와 보리까지. 그렇게 너는 내 자랑이었어. 태어나서 나에게 기대는 존재가 있었다는 것과, 너의 부족함을 내가 채울 수 있어서 기뻤어. 먹고 싶은 거 더 많이 줄걸. 그곳에서 원 없이 먹어. 더 많이 사랑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나 같은 주인도 주인이라고 내 옆에 항상 누워줘서 고마워.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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