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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587] 볼빨간사춘기의 '나의 사춘기에게'를 아시나요?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3.01.0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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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언젠가는 짧게나마 빛을 내 비출 거다."

세상이 모두 내 것 같다가도 별안간 세상에 나 홀로 남겨진 막막한 기분에 잠길 때, 한때처럼 살아가며 겪는 성장통에 아파하는 모든 이에게 위로의 마음을 건네는 노래. 아름답고 아름답던 이 시절은 언젠가는 짧게나마 빛을 내 비출 것이라는 소망을 담은, 아직은 여리고 어리숙한 이 시대의 사춘기들에게 보내는 위로- 볼빨간사춘기의 '나의 사춘기에게'

"나는 한때 내가 이 세상에 사라지길 바랬어. 온 세상이 너무나 캄캄해 매일 밤을 울던 날"

꼭 사춘기가 아니더라고 불안정 미래 때문에 온 세상이 캄캄하게 느껴진 적 있는 수험생, 취준생 혹은 그냥 고민이 많은 사람, 막 이별을 경험한 사람 등 인생의 고비에 처해있는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도입부의 첫 소절부터 공감이 간다는 건 슬프기도 하다.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라는 반복구는 미완의 시점에서 진짜 뭘 해야 할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열심히 공부했는데 성적은 오르지 않고 의지가 꺾일 때, 가까운 사람에게 힘든 일이 생겼는데 뭔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한없이 작아지는 날, 나는 왜 이렇지?"를 반복하며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나를 누르고 무한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든다. 누구든 경험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조금 나아질까 생각하는 내가 이기적인 거 같아서 다시 나를 괴롭히기를 반복한다. 하늘이 무너질 큰일도 아닌데 종일 휘청거리다 위가 아파진다. 매일 즐거울 수 없지만 이젠 익숙해져도 괜찮을 거 같은데 흔들릴 때마다 부족하다고 느낀다.

세상에서 가장 길게 느껴지는 그 시간 동안 마음에 품고 있던 꿈과 빛은 여러 풍파에 닳고 또 닳아서 희미해지고 이내 바래진다. 이에 시간적 화자는 마음의 빛이 희미해지고 탁해진 감정적 화자에게 동정 어린 시선으로 '그 마음이 얼마나 바랬겠니"와 같은 메시지를 보내는 거 같다. 이 노래는 아픔과 위로를 이야기하면서도 볼빨간사춘기 안지영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하고 그 감성 자체가 저마다의 '사춘기'를 겪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노래라고 여긴다. 세상의 모든 '기대' 받는 사람들은 항상 부담을 같이 짊어지게 되고 그 부담의 무게는 또 느끼는 것마다 다르기에 누군가는 쉽게 들고 이겨내지만 누군가는 너무 버거워서 다 버리고 도망가고 싶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던 다른 종류의 아픔, 하지만 의외로 많은 이들이 가지고 있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앓게 되는 아픔, 바로 그 아픔을 이야기하는 노래여서 더 특별하다. 누구로부터 쉬이 이해받기 어려운 아픔이지만 이제는 이런 아픔도 드러내 보일 수 있을 만큼, 사회도 조금은 성장한 것 아닐까 여긴다. 나는 이 아픔이 나와 모두를 찔러서 아프지만 이 아픔을 세상에 찔러준 것이 감사하고 이렇게라도 아픔을 토로할 수 있게 된 세상도 달갑다. 그때는 왜 그리 힘들었는지, 지금 와서 생각하면 별거 아니었던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고 잘했다고 칭찬하고 싶다. 그리고 지금도 자라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남들과 똑같은 시간을 가지고 있지만 절대 비교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멋지고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나 자신이 인정하고 토닥여줘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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