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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네옴시티, 디스토피아일까? 환상적 미래도시일까? - 공학적/환경적 검토

정석균 전문 기자
  • 입력 2023.01.01 21:05
  • 수정 2023.01.02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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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고 있는 네옴시티 더 라인이 전 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2년 11월 빈 살만 왕세자가 방문하면서 네옴시티관련 기사로 시끌벅적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고, 8명의 대기업 총수들과 환담하면서 상공회의소에서 26개 투자 및 협력 관련 MOU를 체결했었다.

네옴시티의 더 라인이 디스토피아가 될 지, 환상적인 미래도시가 될 지 의견이 분분하다. 이를 공학적, 환경적 측면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자는 디스토피아가 될 것이라 예상한다. 첫째, 초고층의 좁은 수직도시가 길게 이어지는 구조는 수평적 지구에서 살아온 인류의 DNA와 맞지 않다. 둘째, 500 미터의 초고층 건물로 인해 도시의 지표에 햇볕이 들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정상적인 생태계가 형성되기 어렵다. 셋째, 도시는 수직적, 계층적 구조로 인해 하부층은 도시빈민과 부랑아로 넘쳐날 것이고, 영화 블레이드 러너처럼 어둡고 칙칙한 도시가 될 것이다. 즉, 범죄도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 외 다양한 문제점은 하나씩 훑어보자.

네옴은 새로운 미래란 뜻이다. 네옴시티는 크게 세 파트로 구성된다. (1) 자급자족형 직선도시인 더 라인, (2) 친환경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 (3) 해상 부유식 첨단 산업단지인 옥사곤이다.

네옴시티는 사우디아라비아 북동부에 위치하며, 홍해와 인접한 외딴 곳으로 현재는 접근성이 좋지 않다. (이는 공사가 진행되면 개선될 것이다.)

더 라인을 검토하기 전에 빈살만 왕세자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보자.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는 MBS라 약칭하고, 별명은 Mr. Everything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로서 왕세자, 총리, 국방장관, 왕실 직속 경제위원장 등을 겸직하고 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 FC 구단주이고, 세계 최고의 부자, 2조달러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한다.

한편, 빈 살만은 아마 미국을 상대로 No라 말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 지도자이지 않을까? 바이든이 2021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한 사건에 대해 비난하자 그는 2022년 석유대금을 위안화로 지급받을 수 있다는 한 마디로 미국을 움추리게 했다. 미국 달라가 기축 통화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의 하나가 석유대금의 달라화 결제다. 다시 말해 미국 주도의 세계 경제 체제 붕괴시키겠다는 위협인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7월 사우디를 방문하여 유가안정을 위한 석유 증산을 요구했으나 사우드는 한 마디로 거절했다. 오히려 러시아와 협력하여 감산하겠다고 발표했다.

더 라인은 빈 살만 왕세자의 권력 기반을 강화하고, 사우디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야심적인 프로젝트다.  

더 라인은 170 킬로미터 길이의 직선도시죠.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컨셉이다. 해안에서 출발하여 산악지대를 거쳐 협곡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 때문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북서부 홍해 인근의 사막지대에 위치한다. (지도 참고) 규모는 서울의 44배에 달하고, 인구 90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우선 2030년까지 150만 규모로 완성할 계획이다. 

네옴시티의 특징은 친환경 에너지로 자급자족하는 최첨단 스마트 도시. 사업비는 5,000억 달러, 약 700조원이라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1,300~1,500억 달러는 투입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더 라인은 폭 200 미터, 길이 170 킬로미터인 직선도시다. 벽 양쪽으로 500 미터 높이의 초고층 쌍둥이 빌딩이 계속 이어진다. 롯데 타워기 555 미터란 점을 감안하고 그 규모가 엄청나다는 것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더 라인은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탄소제로 도시를 지향한다.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5분 이내에 배치하여 자동차가 필요 없도록 설계한다. 장거리는 초고속 철도로 이동한다. 스마트 농장을 통해 자급자족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연중 온화하게 기후 제어를 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기존 사우디와는 별개의 법과 제도 뿐 아니라 별개의 보안군을 운영할 것이라 한다. 

네옴시티에 대한 논란이 많다. 우선 천문학적 건설 비용을 조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제 아무리 사우디라 하더라도 1조 달러를 조달하려면 해외자본의 투자유치가 불피하다. 빈 살만이 지난 11월 방한한 이유도 투자유치가 목적이다. 언론에서는 더라인의 건설 프로젝트 참여의향 기업과 미팅하는 것처럼 보도하지만 실상을 모르는 소리다.

만약 국내 건설사가 건설 프로젝트 수주에 눈이 멀어 네옴시티 펀드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면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너무 Risk가 크기 때문이다.

친환경 스마트 도시에 대한 우려도 많다. 현대 기술로 가능할 것인가? 결국 그린워싱 아닌가? 많은 전문가들이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한편, 원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키면서 인권 논란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빈 살만은 지난 방한 때 26건의 MOU를 체결했다. 레옴시티와 연관된 MOU는 현대로템의 레옴시티 철도건설 협력과 삼성물산의 모듈러 사업협력건 외에는 없는 것 같다. 아직 더 라인 건설 관련 MOU를 체결할 때가 아니다. 

더 라인 프로젝트 개요

더 라인은 지금까지 인류가 살아온 수평적 생활체계를 완전히 뒤집은 수직도시다.  쉽게 말해 기존 도시를 둘둘 말아서 초고층 빌딩에 재배치한다는 것이다. 

세 가지 특징을 강조한다. 2 minute, Zero, 5 Minute Walk. 문 열고 나서면 2분 안에 자연 속으로 들어가고, 차 없는 거리, 탄소배출 제로인 도시를 건설하며,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5분 거리에 있는 미래 도시라는 것이다. 도시의 모든 기능을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으로 제어하여 온화한 기후를 가진 천국을 만드는 게 목표다. 

더 라인의 조감도에 나오는 건물 형태는 다소 기괴한 모습을 띤다. 환상적 미래도시라 주장하지만 기자가 보기엔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 나오는 건물이 연상된다. 조감도만 보면 200 미터 폭의 긴 도시에 엄청난 녹지도 배치하고 있다. 500 미터 높이의 유리 벽 안에서만 살아가려면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긴 하죠.

더 라인의 기본 컨셉은 수직마을 트라제나의 조감도에서 차용하고 있다. 네옴시티 전시장에 있는 모델 건물을 통해 알 수 있다. 더 라인은 500 미터 높이의 트라제나 수직마을을 계속 이어붙인다고 보면 된다.

문 열고 나서면 정원이 있고, 휴게 공간에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아늑한 정원도 보이고, 환상적인 도시 인프라도 곳곳에 배치된다.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5분 거리 안에 있다니 편할 수는 있다. 

네옴시티의 중요한 축의 하나인 부유식 해상 산업단지는 그다지 복잡한 컨셉이 아니고, 더 라인과는 별개의 단지이므로 크게 고려할 필요는 없다. 거대한 부유식 구조라는 것 말고는 특이한 것이 없다.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 역시 기술적으로 어려운 점은 없어 보인다. 2029년 동계올림픽이 유치할 것이라 한다. 

900만이 거주할 도시에는 다양한 인프라가 필요하다. 식량을 조달할 대규모 농장도 필요하고, 거주민을 위한 식수와 생활용수, 녹지에 공급할 물도 필요하다. 물은 해수 담수화 플랜트에 제공한다. 전력은 태양광 ,풍력 등 100% 재생에너지를 조달한다.

일반 신문에는 태양광 발전이라 말한다. 그러나 아래 이미지는 태양열 발전이다. 태양광은 태양전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데, 사막의 먼지와 높은 온도에서는 효율이 좋지 않다. 오히려 태양광을 집광하여 물을 가열하고, 증기를 이용해 증기터빈을 돌려 발전하는 태양열 발전이 더 효율적이다. 집열판은 집광기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설치된다.

더 라인의 문제점

과연 네옴시티는 새로운 미래가 될 수 있을까요? 또한 바람직한 도시일까요?

상식을 파괴한 공상과학적 디자인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죠. 500 미터 높이의 170 킬로미터 직선도시라니. 200 미터 폭 안에 고층 건물 2개가 평행하게 일직선으로 전개된다니. 도대체 상상이 되지 않는다.

첫째, 일조량 문제. 폭이 200 미터인 좁은 직선도시의 양쪽에 500미터 초고층 빌딩이 서 있다면 햇빛이 지표까지 원활하게 도달할 수 있을까? 

일조량이 부족하면 도시 내 식물들이 원활하게 성장하기 어렵다. 자연스런 생태계가 형성되지 않는다. 좀 비약하자면 인류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미생물이 성장할 수도 있다. COVID19 같은 신종 전염병이 창궐할 위험성도 있다.

지표나 저층부는 일조량이 턱없이 부족하니 부자들은 저층부를 피하고 고층에 거주할 것이다. 

대낮에도 어두컴컴한 골목에는 부랑아와 마약꾼들이 휘청거리고, 아파트 하층에는 가난한 빈민들이 기생충처럼 살아간다. 위로 올라갈수록차례로 중류층, 부자 순으로 살게 될 것이다.

영화 설국열차가 떠오른다. 설국열차를 수직으로 세운 듯한 계층적 사회구조가 형성될 것이다. 부자들 전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야 할까?.

둘째, 수직 유리벽에 의한 돌풍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고층빌딩이 많은 지역에서 빌딩풍이 심각하다. 부산 마린시티에서 측정한 데이터를 보자. 

건물 앞쪽에서 초속 23 미터였던 바람이 뒤쪽에서는 순간 초속 50 미터에 달하는 센 바람으로 바뀐다. 

더 라인 반대편에서는 엄청나게 빠른 돌풍이 불게 된다. 더 라인의 유리 벽 같은 구조물은 기계적 강도를 높이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반대편에 시설물이 있다면 돌풍에 의해 파괴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그림처럼 보는 것처럼 바람을 강하게 불면 종이가 떠오르는 것처럼 돌풍에 의해 아래에 있는 도시 시설물이 빨려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토네이도가 휘몰아치면서 건물을 송두리째 끌고 올라가는 것처럼.

셋째, 블레이드 러너처럼 어둡고 칙칙한 도시가 될 것이며, 범죄도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네옴시트는 독립적인 법률로 유지, 관리되며, 별도의 보안군을 운영한단다. 왕족과 수퍼리치들을 유치하기 위한 특별구역이란 뜻이다. 그러나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계층적 사회구조가 만들어진다면 치안 문제는 예상 외로 심각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네옴시티를 오로지 수직형 직선도시가 아니라 수평적 기능을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에 나타난 이후 지금까지 우리는 수평적 세상에서 살아왔다. 인간의 DNA가 수평적 세계에 적합하게 진화했는데 수직형 도시에서 살 수 있을까? 

네옴시티 중간 중간에 위성도시를 만들어 수직도시의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 해수 담수화 플랜트, 태양열 발전소와 같은 도시 인프라도 연결되어야 하고, 대규모 공원, 스마트 농장, 스포츠 Complex 같은 위락시설도 맞물려야 한다.

또한 산악지대에서는 인근 산악과 자연스럽게 연계시켜야 하며, 스키장 같은 힐링 공간도 자연스럽게 배치해야 한다.

첨언하자면, 네옴시티가 과연 친환경을 위한 도시계획인가에 대한 의구심이다. 5천억 달러를 투입한다면 레옴 전체를 녹지로 바꿀 수 있는 엄청난 투자가 아닐까? 차리리 네옴에 나무를 심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진은 유한킴벌리의 몽골 숲 조성 프로젝트다. 유한 킴벌리는 15년간 몽골에 나무를 심어 잡초만 있는 지역을 울창한 숲으로 변모시켰다. 이게 더 지구를 살리는 이로운 행동이 아닐까?

유한킴벌리에 의한 15년간 숲조성 프로젝트를 실행한 후 변화된 모습
유한킴벌리에 의한 15년간 숲조성 프로젝트를 실행한 후 변화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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