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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6] 플라스틱‘재활용’이라는 거짓말에 속지마라

정석균 전문 기자
  • 입력 2022.12.31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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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재활용’이라는 거짓말

​일상생활에서 쓰는 일회용 플라스틱은 복잡한 유통구조와 배출 특성을 갖고 있다. 일반가정, 상업시설, 공공기관, 사업장 등에서 발생한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은 주로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거나 재활용품으로 분류해 배출한다. 단독주택과 소규모 상업시설은 지자체 직영 또는 대행업체를 통해 재활용품을 수거한 후 선별장을 거쳐 재활용 업체로 인계한다. 반면 공동주택은 주로 위탁처리업체와 계약을 맺고 재활용품을 수거, 처리한다. 종량제 봉투는 매립하거나 소각하고, 일부 지자체의 경우 전처리 선별 시설을 거친 후 고형연료로 만들어 열적 처리 시설로 이송한 후 처리하기도 한다. 사업장은 재활용품 위탁처리업체를 통해 판매하거나 무상 인계하기도 한다. [1]

​국내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와 관련한 공식 통계는 없다. 이는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의 정의와 범위에 대한 법적 규정이 아직 없고, 별도의 수거 체계와 처리 시설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의 배출-수거-처리 흐름도>

1) 재활용, 얼마나 잘될까

​대다수 사람들은 분리수거를 통해 많은 자원이 다시 재활용될 것이라 믿는다.

​플라스틱은 화학적으로 합성한 물질이다. 유리, 알루미늄캔, 종이 등과 달리 재활용하더라도 본래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 플라스틱은 필연적으로 재활용 과정에서 기존보다 더 낮은 품질의 제품이 되고(Down-Cycling), 궁극적으로는 불가피한 오염을 발생시킨다.

​폐기물로 배출된 플라스틱류는 통상적으로 재활용, 소각, 매립 방식으로 처리된다. 2017년 통계로 봤을 때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폐기물의 재활용 처리 비율은 전체의 약 62%다. 이 수치가 사실이라면 우리의 재활용률은 꽤 높은 축에 속한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 허수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바로 ‘에너지 회수’다.

​‘에너지 회수’란 소각의 일종이다. 플라스틱을 태워서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다. 바로 이 ‘에너지 회수’가 국내 재활용률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소각은 폐기물을 관리하고 에너지를 생산하는 가장 비싼 방식에 속한다. 게다가 혼합된 가정 폐기물은 연소성이 낮고 변동이 심할 뿐 아니라, 시스템을 유지하려면 지속적으로 폐기물 원료가 필요하다. 이상적인 폐기물 처리법과는 거리가 멀다. [2]

​<플라스틱 폐기물 생산 과정과 처리 방법의 비율>

유럽연합(EU)은 재활용과 에너지 회수를 구분하고 있다. 그 결과 재활용률은 약 40% 정도다. 이 기준에 따르면 국내 재활용률은 22.7%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2017년 통계에는 에너지 회수가 포함돼 재활용율이 약 62%로 집계돼 있다. 사전적 의미의 재활용(RECYCLE)인 물질 재활용량은 표기되어 있지 않다. 에너지 회수뿐 아니라 시멘트의 보조 연료로 사용하는 경우처럼 물질 재활용으로 볼 수 없는 방식까지 포함해 전체 재활용률을 계산한다. 정부가 부풀려진 수치로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충남대 연구결과에 따르면, 일회용 플라스틱이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 추정되는 생활계 폐기물의 물질 재활용률은 전체 물질 재활용률보다 훨씬 낮게 나타났다. 약 13%에 불과한데, 실제로 대부분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소각되는 것을 알 수 있다. [1], [3]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원별 및 처리방법별 현황(2017)>

물론 이 수치는 활용 가능한 통계자료를 기초로 추정한 값이다. 물질 재활용으로 처리되는 플라스틱 폐기물 양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회용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확한 통계에 기반해 국가 정책과 규제를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얼마나 쓰고, 버리고, 재활용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베이스가 없다.

따라서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규제정책이 나올 수 없다. 또한 정확한 통계가 없다는 것은 쓰레기 처리에 대한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일회용 플라스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통계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그것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물질 재활용이란 ?

​물질 재활용은 플라스틱의 물성을 변화시키지 않고, 다시 플라스틱 제품으로 재생하여 이용하는 방법을 말한다. 주로 페트(PET)나 폴리스티렌(PS) 등이 이러한 방법으로 재활용된다. 파쇄기 같은 기계적인 수단을 활용해 깨끗이 씻은 폐플라스틱을 파쇄하고, 그 분쇄물을 플라스틱 원재료로 재생하여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폐기된 병, 쟁반 등의 플라스틱을 세정, 살균하여 그대로 사용하는 재이용 방식과 열로 녹인 다음 여러 가지 형태로 재성형하여 일용품, 다용목재 등의 용도로 활용하는 재생 방법이 있다. 재생 이용 방법은 단순재생과 복합재생 그리고 혼합재생으로 나눌 수 있다. 단순재생은 분리된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하여 다시 제품이나 펠릿을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비교적 단순한 방법으로 대개 선별한 폐플라스틱을 세척, 분쇄한 후 펠릿으로 가공하거나 제품으로 만든다. 복합 재생은 용융 압출성형 방식으로 정화조, 함지박, 건축자재 등을 생산하는 것이다.

​PET병은 가장 널리 재활용되는 포장재다. 하지만 식음료 분야에서 재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고품질 소재로 재활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보통 재활용 과정을 거치는 동안 품질이 열화돼 섬유 등 다른 분야에 쓰인다. 화학적 재활용 방법은 아직 초기 개발 단계에 있고, 일부 플라스틱에는 적합하지 않다. 투입되는 에너지 및 유해 화학물질의 양과 비용 역시 고려해야 한다. 이 같은 한계로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 포장재의 상당량은 가까운 미래에도 계속해서 폐기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플라스틱 리사이클 방법>

2) 폐플라스틱 떠넘기기

​이처럼 물질 재활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플라스틱 폐기물이 ‘재활용’ 목적으로 다른 나라에 수출되고 있다. 대부분의 수출국은 자국의 플라스틱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데 실패한 나라들이다. 재활용 용도로 수거한 플라스틱 포장재를 수입하는 국가는 동아시아나 태평양의 저소득 국가들이다.

​1992~2016년 플라스틱 폐기물 수출량의 대부분(72.4%, 주로 포장재 폐기물)이 도달한 곳은 중국과 홍콩이다.

2013년 중국의 공식적인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23% 로 꽤 높다. 하지만 이는 수입된 폐기물을 포함한 수치고, 중국 국내의 폐기물만 보면 재활용률이 15%에 불과하다. 2013년, 중국 국내 폐기물 중 7,800만 톤은 공식적으로 재활용되지 않았다. 그리고 남겨진 폐기물은 중국의 땅과 환경을 오염시켰다. [4]

​문제가 심각해지자 2018년 1월 중국은 플라스틱 포장재를 비롯한 폐기물 수입을 금지했다. 이후 폐플라스틱은 다른 목적지를 찾아야 했다. 폐플라스틱을 수출하던 국가들은 수백만 톤의 쓰레기 처리를 위해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렸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9년 1월,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한 폐플라스틱의 일부가 평택항으로 되돌아왔다. 2018년 한국이 필리핀으로 수출한 폐기물 6,500톤은 폐플라스틱과 유해물질로 뒤섞여 있었다. 사실상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였다.

​이러한 추세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대부분의 동남아시아 국가는 폐기물 분리, 수거, 재활용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자국의 폐기물 처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방된 공간에 쓰레기를 그냥 쌓아두거나 태워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폐기물 발생 방지책이 미비하고 재활용률도 매우 낮다. 열악한 재활용 인프라 때문에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비공식적인 재활용을 위해 노동자들이 손으로 폐기물을 골라내는 경우도 많다. 최근 필리핀과 말레이시아는 폐플라스틱을 수출국으로 돌려보냈으며, 태국은 2021년까지 폐플라스틱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궁극적으로, 모든 국가는 자국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국내에서 처리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수년간 재활용 쓰레기를 최대로 수입하는 나라였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지난해 7월 중국은 WTO에 서한을 보내 종이와 플라스틱 등 24종 쓰레기를 더 이상 수입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수입 금지를 발표하기전까지 전 세계 쓰레기의 절반 이상을 처리해오던 국가였기 때문에 쓰레기를 처분해야 하는 주요 창구가 갑자기 사라진 것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가 겪게 되는 일은 무엇일까?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의 재활용 쓰레기가 한국으로 몰리고 있다. 올해 1~2월 플라스틱 수입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수입량의 3.1배였지만, 수출량은 3분의 1로 급감했다.

한국이 폐플라스틱의 순수입국이 된 셈이다.

3) 포화하는 매립장

​재활용할 수 없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결국 향하는 곳은 소각장 또는 매립장이다. 하지만 소각과 매립 모두 상황이 녹록지 않다. 전국적으로 폐기물의 발생량이 급증함에 따라, 처리시설인 매립장 및 소각장의 잔여 용량이 예상보다 빨리 감소하고 있다.

​<2013년~2017년 전국 폐기물 발생량 추이>

2017년 기준 국내 폐기물 매립시설은 총 281개로 2017년 매립량은 1,169만 톤이다. 기매립량(2017년 매립량 포함)은 전체 매립 가능 용량 중 약 56%이며 잔여 매립량은 28,974만m3이다. 이 추세라면 국내 매립지의 잔존수명은 채 30년도 남지 않았다.22

플라스틱 폐기물은 매립되는 양보다 소각되는 양이 훨씬 많다. 놀라운 사실은 국내 전체 소각시설의 하루 처리량 중 49%를 플라스틱이 차지한다는 것이다. 2017년 기준, 국내 전체 소각시설 용량은 32,083 톤/일이고, 플라스틱 폐기물 중 소각되는 용량은 15,846 톤/일(단순 소각 7,282 톤/일, 에너지 회수 8,564 톤/일)이다. 매년 플라스틱 폐기물의 양은 급증하고 있지만, 소각시설의 숫자 및 시설용량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2016년 기준 국내 매립지 잔존 수명>

출처: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출처: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2018년 전국 소각시설 용량 및 소각시설 개수 현황>

현재 정부 차원에서 마련된 매립시설 및 소각시설 관련 대책은 제1차 자원순환기본계획에 나와 있다. 정부는 소각 및 매립시설의 신규 설치를 지양하고, 기존 시설의 보수와 효율개선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가동 중인 소각시설의 내구연한이 도래하면 대대적 보수를 통해 효율적인 처리성능을 확보할 예정이다.

​하지만 시설 보수는 한계가 있다. 지역주민들의 반발등으로 매립장 추가 증설 및 소각 시설 증설이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때, 대량으로 현재까지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의 약 79%가 매립되거나 자연 환경에 투기 됐다. 약 12%는 소각되었고 재활용된 비중은 9%에 불과하다. 2017년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플라스틱 폐기물 총량은 약 800만 톤이다. 이 가운데 약 23%만 재활용되고 77%는 소각 또는 매립됐다.

​플라스틱은 자연적으로 분해가 어렵다는 큰 문제점을 갖고 있다. 또한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매립과정에서 대부분 생분해되지 않고 작은 조각으로 쪼개져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소각은 폐기물을 대기오염물질, 비산재, 저회, 광재(slag)로 전환시킨다. 그 과정에서 호흡기를 자극하는 발암물질인 다이옥신·푸란, 수은·카드뮴·납 등 중금속과 주요 온실가스를 배출해 인간과 지구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오염물질을 통제하기 위한 장치 중 가장 발전된 기술도 여전히 일부 오염물질을 제거하지 못하고 대기로 방출시킨다.

​지금처럼 대부분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소각, 매립할 경우 대기와 토양을 심각하게 오염시킬 가능성이 크다. 해결책은 정부 규제와 시스템을 바꿔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는 것밖에 없다.

 

​[참고자료]

  1. <플라스틱 대한민국-일회용품의 유혹>, 그린피스코리아, (2019)

  2. Vahk J, The Nordics addiction to incineration fuels the controversy on renewable energy, 2018. Zero Waste Europe, 19th April 2018

  3. plasticseurope.org

  4. National Development and Reform Commission,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2014. Annual report for resources use. 中国国家发展和改革委员会,《中国资源综合利用年度报告》, 2014

  5. 플라스틱 코리아 - 끝나지 않은 플라스틱과의 전쟁 -, 한국에너지정보센터 2019.03.05

  6. <플라스틱 비즈니스 가이드>(2020), 세계자연기금(World Wide Fund for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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