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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4] 플라스틱 생산 및 한국인의 플라스틱 발자국

정석균 전문 기자
  • 입력 2022.12.31 11:47
  • 수정 2022.12.3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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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0만톤씩 만들어지는 플라스틱
플라스틱 대한민국-일회용품의 유혹
페트병이 재활용된다는 믿음이 죄책감 지우개 역할을 한다

한국인의 플라스틱 발자국

​한국은 일회용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는 나라 중 하나며, 그만큼 폐기물 발생량도 많다. 하지만 얼마나 소비하고 폐기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는 없다. 그나마 확인 가능한 통계치인 환경공단의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을 살펴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이 매년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주로 일회용 플라스틱과 관련한 생활계 폐기물이 늘어난 점을 미뤄볼 때, 일회용 플라스틱이 전체 폐기물 증가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

그린피스는 충남대 장용철 교수팀과 함께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3가지 품목(생수 PET병, 일회용 플라스틱 컵, 일회용 비닐봉투)의 소비량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 한국인 1인당 연간 일회용 플라스틱 발자국은 생수 PET병 96개, 일회용 플라스틱컵 65개, 일회용 비닐봉투 460개로 나타났다. 세 가지 품목을 더하면 한국인은 일 년에 약 11.5kg의 플라스틱을 소비한다. 전체 연간 소비량으로 계산하면 586,500톤이다. 이는 2017년 기준 생활계 플라스틱 폐기물의 20%에 달하는 양이다. [1]

​현재 한국은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을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재한 상황이다. 그러나 생수 페트병, 일회용 플라스틱 컵, 일회용 비닐 봉투와 같은 대표적인 일회용 플라스틱의 소비 현황은 한국이 얼마나 일회용 플라스틱을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는 지를 보여준다.

​또한 연구에서 볼 수 있듯이 일부 품목이 폐기물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가 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품목을 파악하여 감축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그 순위에 따라 불필요하게 사용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을 파악해, 규제 및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할 것이다.

​<2013년도~2017년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 (단위: 천 톤/년)>

<한국인의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 [1]

매년 3억톤 이상의 플라스틱 생산

세계자연기금이 발행한 보고서 '플라스틱 비즈니스 가이드'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1950년 2백만 톤에서 2015년 4.07억톤으로 매년 8.4%p씩 증가하여, 65년 동안 2백배 이상 늘어났다. 1950년부터 2015년까지 인류가 생산한 플라스틱 총량은 약 83억톤으로 추정되며, 이 중 비섬유계가 약 73억톤(합성수지 68톤, 첨가제 5톤), 섬유계가 약 10억톤을 차지한다. 용도별로는 비섬유계 플라스틱의 약 42%은 포장에 사용되었으며, 주로 PE, PP, PET(페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2]

전 세계 연도별 플라스틱 생산량 (출처: 유럽플라스틱산업협회) [2] 재인용
전 세계 연도별 플라스틱 생산량 (출처: 유럽플라스틱산업협회) [2] 재인용

같은 기간 동안 플라스틱 폐기물은 약 63억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폐기물 중 77%에 달하는 약 49억톤이 매립되거나 버려졌으며, 12%(8억톤)가 소각되고, 재활용된 폐플라스틱은 약 9%(6억톤)에 불과하다. 현재 전 세계 인구 1인당 667kg의 폐플라스틱을 자연생태계에 매립하거나 버린 셈이다(2015년도 세계인구 73.5억명 기준). [2]

1950~2015년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 및 처리량 [2]
1950~2015년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 및 처리량 [2]

플라스틱 폐기물 중 포장재 폐기물이 약 절반 정도로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으며, 섬유계 폐기물과 건설계 폐기물이 10% 이상의 비중으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전 세계 용도별 1차 폐플라스틱 발생량 (1950~2015년) [5]
전 세계 용도별 1차 폐플라스틱 발생량 (1950~2015년) [5]

현재의 생산 및 폐기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경우, 2050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 총량은 340억톤에 달하고 폐기물은 약 330억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폐플라스틱이 매립 또는 방치되는 비율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를 반영하더라도, 2050년까지 매립되거나 버려지는 폐플라스틱의 양은 약 120억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세계 곡물 생산량이 약 27억톤 (2019년)이고 연간 어로어업 생산량이 0.96억톤(2018년)인 것을 감안하면 폐플라스틱의 양은 압도적으로 많다. [2]

세계 폐플라스틱 누적 발생량 및 경로별 누적 처리량(1950~2050년) [5]
세계 폐플라스틱 누적 발생량 및 경로별 누적 처리량(1950~2050년) [5]

우리나라의 석유화학 및 플라스틱 산업의 수준은 세계적 수준이다. 원유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나라의 석유류(석유를 정체하여 생산한 가솔린, 디젤류 등) 수출액이 원유 수입 금액의 50%에 이르며,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 제품류를 합하면 반도체 수출액을 상회한다.

국내 플라스틱 생산 및 폐기물 발생 현황

​국내 플라스틱 생산량은 2018년 현재 1,401만 톤을 기록하고 있다. 2011년의 생산량 1,203만 톤을 기준으로 연평균 2.2%씩 증가한 셈이다. 국내 생산량 중 약 60% 가량이 해외로 수출되고, 수입량은 수출량의 10% 미만이다. 2018년 국내 플라스틱 수요는 633만 톤으로 국내 생산량의 약 45% 수준이며,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2.5%씩 증가하였다. [2]

2020년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145.9kg/년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현재의 생산 증가 추세가 유지된다면, 2030년 국내 플라스틱 생산량은 1,740만 톤 그리고 국내 수요는 864만 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국민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

우리나라 플라스틱 소비량은 세계 3위. (출처: 유럽플라스틱제조자협회) [3] 
우리나라 플라스틱 소비량은 세계 3위. (출처: 유럽플라스틱제조자협회) [3] 

2017년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폐합성고분자화합물) 발생량은 1,090만 톤으로, 10년 전인 2008년(739만 톤) 대비 47%p 증가했다. 처리 방법별로는 재활용이 증가하고, 소각과 매립은 감소하는 추세이다. 폐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은 2008년 33.0%에서 꾸준히 증가하여 2017년에는 51.9%를 기록하였다. 같은 기간, 소각률은 44.7%(2008년)에서 38.9%(2017년)로 감소하였으며, 매립 비중 또한 22.3%(2008년)에서 9.2%(2017년)로 10%p 이상 낮아졌다. 과거 추세에 이은 폐기물 처리 방법 별 전망에 따르면, 2030년 재활용률은 64.5%까지 증가하고, 소각률은 35.1%로 소폭 감소하며, 매립 비중은 거의 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

​<국내 폐합성고분자 화합물 처리 현황 (2008-2017)>

국내 연도별 폐플라스틱 처리 현황 [5]
국내 연도별 폐플라스틱 처리 현황 [5]
국내 폐합성고분자 화합물 처리 현황 (2008-2017) [6]
국내 폐합성고분자 화합물 처리 현황 (2008-2017) [6]

최근 중국의 폐기물 수입금지, 폐기물연료(SRF) 사용축소로 재활용 시장이 위축되었으며, 폐기물처리시설 용량부족으로 폐플라스틱은 불법 방치되고, 미세플라스틱으로 ⋅ 전환되어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쓰레기의 국제적 이동이 규제되고 있어서 자국내에서 처리할 수 밖에 없는 폐기물
쓰레기의 국제적 이동이 규제되고 있어서 자국내에서 처리할 수 밖에 없는 폐기물
전국 여기 저기에 불법적으로 숨겨진 쓰레기산
전국 여기 저기에 불법적으로 숨겨진 쓰레기산

이에 정부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 50% 감축, 재활용 70%의 목표를 설정했다. 생산단계에서부터 제품의 환경성 재활용성을 고려한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플라스틱의 편리성으로 인한 소비단계의 저감 및 NIMBY 현상으로 인한 처리시설 정비의 한계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사회적 여건 분석 및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7]

​그렇다면 플라스틱과 우리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선의 방법은 플라스틱 생산량 및 방출량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한다면 폐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율을 높여야 하고, 매립이나 소각을 하더라도 최대한 친환경적인 처리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해야 하는 숙제다.

​우리 국민들은 쓰레기 분리수거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 보면 대한민국은 플라스틱 재활용 선진국이다. 미국, 유럽 어느 나라도 우리처럼 철저한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다. 싱가폴의 경우 모든 폐기물을 인도네시아의 섬에 매립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돌이켜봐야 한다. 분리수거만 잘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까?

수전 프라인켈의 말을 되새겨보자.

​페트병이 재활용된다는 믿음이 죄책감 지우개 역할을 한다
- 수전 프라인켈

21세기, 플라스틱 딜레마를 겪게 된 인류

​플라스틱은 화석연료(석유, 석탄)로부터 만들어진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플라스틱을 매우 저렴하게 공급된다. 우리는 얼마간 사용하다 닳기도 전에 부담 없이 버린다. 분자 간의 결합이 강한 플라스틱은 분해 속도가 느려서 어떤 플라스틱은 분해되는데 500년이 걸린다. 버려진 플라스틱 중 오직 10% 정도만 재활용되고, 대부분은 바다로 흘러들어가거나 매립 또는 소각된다. 플라스틱의 발명은 산업 전반에 걸쳐 놀라운 발전과 풍요로움을 가져왔지만 그 결과 엄청난 환경재양을 안겨주었다.

부리에 플라스틱 어망이 감긴 채 죽은 바다새 가넷(Gannet) [4]
부리에 플라스틱 어망이 감긴 채 죽은 바다새 가넷(Gannet) [4]
바람과 해류의 영향으로 북아메리카, 아시아에서 흘러온 플라스틱 쓰레기가 모여 있는 쓰레기 섬(GPGP, The Great Pacific Garbage Patch)의 크기는 한반도 면적의 7배에 달한다. [사진 출처: THE OCEAN CLEANUP] [4]
바람과 해류의 영향으로 북아메리카, 아시아에서 흘러온 플라스틱 쓰레기가 모여 있는 쓰레기 섬(GPGP, The Great Pacific Garbage Patch)의 크기는 한반도 면적의 7배에 달한다. [사진 출처: THE OCEAN CLEANUP] [4]

[참고자료]

  1. <플라스틱 대한민국-일회용품의 유혹>, 그린피스코리아, (2019)

  2. 플라스틱 비즈니스 가이드 - 한국기업을 중심으로, (2020.12), 세계자연기금(WWF)

  3. 플라스틱 리터러시 (GS칼텍스), https://www.gscaltexplasticliteracy.com/chapter1

  4.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그리고 위험한 발명품 플라스틱, GS칼텍스 2022/6/24

  5. Geyer R, Jambeck JR, Law KL. (2017) Production, use, and fate of all plastics ever made. Science Advances, Vol.3(7)

  6. 석유화학산업: 통계-수급, (2019), 한국석유화학협회

  7. 폐플라스틱 관리정책의 한계와 시사점, (2019.05), 경기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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