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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2] 편리함이 가져온 위기,일회용 플라스틱

정석균 전문 기자
  • 입력 2022.12.31 04:20
  • 수정 2022.12.3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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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플라스틱, 6개월 동안 사용하고 폐기.
땅에 묻혀 분해되려면 500년 걸린다.

​플라스틱은 오래 전부터 일상 생활용품은 물론 포장재, 절연재, 단열재, 전기·전자제품, 자동차 등에 폭넓게 사용되어 왔다. 이러한 장점이 현재의 ‘생산-소비-폐기’의 선형 경제구조와 맞물려 일회용 플라스틱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일회용(single-use)으로 디자인돼 재사용이 불가능하고 한 번 쓰고 나면 폐기해야 한다. 일회용 플라스틱의 정의는 국가마다 다르지만, 보통 여러 차례 재사용하거나 순환시킬 목적으로 설계되지 않은 것을 말한다.

일회용 플라스틱 : 평균수명 6개월, 분해되는 데 500년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의 분야별 비율을 살펴보면 포장재 및 용기 생산이 36%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그 다음은 건설재료(16%), 섬유(14%) 순이다.16 한국의 분야별 합성수지 생산 비율도 비슷하다. 전체 생산량 중 포장재 및 용기 생산이 40% 이상을 차지했다.

​오늘날 플라스틱 소비량이 가장 많은 분야는 포장재다.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거의 절반이 포장재다. 대부분은 재활용되거나 소각되지 않는다. 플라스틱의 평균 수명이 건설재료 35년, 전자제품 20년인 것에 비해, 포장재는 평균 6개월 이하다. 플라스틱 소비량 가운데 이러한 포장재가 가장 많다는 것이 플라스틱 위기의 근원을 보여준다.

​<플라스틱의 용도 및 수명>

전 세계 산업별 플라스틱 생산량(누적) 및 수명
전 세계 산업별 플라스틱 생산량(누적) 및 수명

<표>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 제품(식료품 위주)과 합성수지의 종류

 

적절한 규제 없이 무분별하게 생산, 소비되는 일회용 플라스틱은 막대한 폐기물로 쌓이고 있다. 플라스틱은 다양한 종류와 형태로 가공돼 소비되고 버려지기 때문에 폐기물 수거체계를 구축하기가 어렵다. 재활용하기 어려워 단순히 소각하거나 매립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정부는 각 품목에 대해 사용 또는 무상제공 금지 등의 소비저감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관리되지 않는 일회용 플라스틱이 훨씬 많은 실정이다.

플라스틱 사용량 '악명' 한국, 더이상 묻을 곳도 없다 [3]
플라스틱 사용량 '악명' 한국, 더이상 묻을 곳도 없다 [3]

정의되지 않는 일회용 플라스틱

국내에는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법적 정의가 불명확하고 통합적인 규제 체계가 없다. 자원재활용법 시행령에 일회용품에 대한 정의와 사용규제 제도는 존재한다. “일회용품”은 같은 용도에 한번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제품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며 그 종류는 아래와 같다.

1. 일회용 컵·접시·용기(종이, 금속박, 합성수지 재질 등으로 제조된 것)
2. 일회용 나무젓가락
3. 이쑤시개(전분으로 제조된 것은 제외)
4. 일회용 수저·포크·나이프
5. 일회용 광고선전물 (신문·잡지 등에 끼워 배포하거나 고객에게 배포하는 광고전단지와 카탈로그 등 단순 광고목적의 광고 선전물로서 합성수지재질로 도포되거나 첩합된 것만 해당)
6. 일회용 면도기·칫솔
7. 일회용 치약·샴푸·린스
8. 일회용 봉투·쇼핑백(환경부장관이 재질, 규격, 용도, 형태 등을 고려하여 고시하는 것은 제외)
9. 일회용 응원용품(응원객이나 관람객 등에게 제공하기 위한 막대풍선, 비닐방석 등)
10. 일회용 비닐식탁보(생분해수지제품 제외)

대부분의 일회용품은 업종에 따라 사용억제, 무상제공 금지 등 규제를 받고 있으며, 일회용품의 많은 부분은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일회용 봉투·쇼핑백은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에서 정의한 필름류 플라스틱 포장재에 포함된다. [2]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

일회용 플라스틱 가운데 일부만 일회용품에 해당한다. 여기서 포함되지 않은 일회용 플라스틱은 규제의 틀을 벗어나 있다. 과일이나 채소를 소분 포장할 때 쓰는 비닐 포장재나 제품 포장용 PVC랩, 과자 봉지, 음료 용기 등 대부분의 플라스틱 포장재는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일회용품과 별도로 일회용 플라스틱을 정의하고 관리해야 한다.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식료품 팩, 비닐봉지, 랩, 필름류 포장재 등 다양한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해 관리 우선순위를 정하고, 생산 및 소비 저감 방안 등 구체적인 관리 전략과 이행 방법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기업은 플라스틱 제품을 대량으로 찍어내면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다. 소비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만든 포장재는 애당초 단 한 번 쓰고 버리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그것이 어떤 영향을 낳을지는 대한 고려는 거의 없다. 폐기물 문제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일회용 플라스틱의 해양 오염, 그리고 땅과 바다의 생태계 위협이 중요한 의제로 떠올랐다. 물고기 및 야생동물의 몸 속에 축적되는 미세플라스틱 문제, 플라스틱에 포함된 독성화학물질의 확산 등도 전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다. 그리고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뭐든지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중이다. 각국 정부와 기업도 속속 ‘일회용과의 전쟁’에 동참 의사를 밝혔다. [1], [2]

​각국은 일회용 플라스틱과 관련한 다양한 정책과 전략을 마련 중이다. 사용량 저감과 소비 억제부터 폐기물 발생 억제, 해양 투기 최소화와 예방, 회수 및 재활용, 그리고 제조 혹은 사용 금지에 이르는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유럽은 2018년 플라스틱 전략을 발표했고, 플라스틱 제품의 시장출시 금지, 사용량 감축, 생산자책임 확대등 다방면으로 규제전략을 내세웠으며, 2030년까지 포장재에 쓰이는 플라스틱을 재활용 가능한 물질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8년 플라스틱 관리 전략을 세운 일본은 2030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을 25% 감축할 계획이다. 또 스마트 플라스틱 캠페인을 시행하고, 2030년까지 용기 포장재의 60%를 재사용 및 재활용 가능한 물질로 전환하는 목표를 세웠다. [1]

​환경부는 2018년 5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감축하고 재활용률을 기존 34%에서 70%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4]

▷(생산) 2020년까지 무색 페트병 전환, 재활용 의무대상 확대

▷(소비) 대형마트·슈퍼 비닐봉투 사용금지, 컵보증금 도입, 택배포장 기준신설

▷(배출) 알기쉬운 분리배출 가이드라인 보급, 아파트 분리배출 도우미 시범사업

▷(수거) 아파트 재활용품 계약·보고 의무화 및 표준계약서 보급

▷(재활용) 시장안정화 재원마련, 폐비닐 등 재활용제품 조기 상용화

​국내의 경우, 2018년 공동주택 단지의 플라스틱 폐기물 수거 거부 사태가 있었다. 이어 2018년 11월 재활용 쓰레기를 필리핀에 불법 수출했다 적발돼 크게 논란이 일었다. 이후 의성 쓰레기산 사태가 전세계적으로 보도되었고, 전국에 방치된 폐기물이 약 120만톤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CNN 보도로 국제적 망신을 당한 의성 쓰레기 산의 불법매립 실태
CNN 보도로 국제적 망신을 당한 의성 쓰레기 산의 불법매립 실태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것이다. 우리나라 바다에서 발견되는 쓰레기의 82%는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이다. 2017년부터 연근해에서 폐사한 거북이 44마리를 부검한 결과 20마리가 플라스틱을 삼키고 죽은 것으로 나타났다. [4]

​하지만 한국인의 플라스틱 사용량은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생산된 일회용 플라스틱은 대부분 재활용되지 않는다. 이번 보고서를 통해 밝혀낸 국내의 물질 재활용률은 20% 안팎이다. 반면 매립장과 소각장은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처리하지 못한 플라스틱 폐기물의 환경적 위험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된 플라스틱 쓰레기의 슬픈 ‘귀향’ [4]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된 플라스틱 쓰레기의 슬픈 ‘귀향’ [4]

[참고자료]

  1. <플라스틱 대한민국-일회용품의 유혹>, 그린피스코리아, (2019)

  2. Theresa May targets plastics in war on ‘throwaway culture , January 2018; Finanacial Times (2018)

  3. 플라스틱 사용량 '악명' 한국, 더이상 묻을 곳도 없다, 한국일보 2021.01.05

  4.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 절반으로 줄인다 - 생산부터 재활용까지 각 순환단계별 종합 개선대책 마련, 환경부 보도자료 2018.05.10

  5.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된 플라스틱 쓰레기의 슬픈 ‘귀향’, 그린피스 2019.02.07

  6.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별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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