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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사례 9] 나이키, 제3세계 아동노동 착취자 비난, ESG로 넘는다

정석균 전문 기자
  • 입력 2022.12.28 10:41
  • 수정 2023.01.10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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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신발 이어 탄소 배출 없는 소재로 제품 만든다

아동 노동 착취 이미지를 떨쳐낸 나이키의 변신

1996년 6월 미국 <라이프>지에 어린 소년이 나이키 로고가 새겨진 축구공을 바느질하는 사진과 함께 나이키의 파키스탄 시알콧 지역 아동 노동 착취를 폭로하는 기사가 실렸다. 사진의 주인공은 나이키 농구화가 130달러일 때 일당으로 60센트(시급 6센트)를 받는 12살 파키스탄 소년 타리크였다. [1]

나이키의 아동노동을 보도해 전 세계에 충격을 던져주었던 ‘라이프’ 지의 사진.
나이키의 아동노동을 보도해 전 세계에 충격을 던져주었던 ‘라이프’ 지의 사진.

시민단체들은 나이키가 하청을 맡긴 제3세계 공장의 노동자가 미성년자이며, 하루 2달러 이하의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열악한 작업환경으로 인해 공장 노동자들이 유해물질에 노출될 위험에 처해있다고 성토했다. 나이키는 이러한 비판에 대해 "직접 소유하지 않은 공장의 작업환경에 대해 우리의 책임은 없다"고 대응했다. [2]

​나이키와 같은 다국적 기업들은 제3세계에 생산시설을 두고 대부분의 제품을 공급하는 예가 많다. 이 때 노동자의 작업환경과 인권 등은 해당 국가의 통제를 받는다. 미국 정부는 나이키가 개발도상국 노동자를 착취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국 노동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기소할 수 없었다. 이에 미국 전역의 소비자 단체들은 어린이 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을 사지 않겠다며 반 나이키 캠페인을 벌였다. [3]

나이키의 아동노동 착취를 성토한 풍자만화
나이키의 아동노동 착취를 성토한 풍자만화

한편, 아동노동으로 생산한 제품의 불매운동 및 수입금지 운동에 대한 반론도 많다. 수입금지의 결과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은 더 열악한 공장으로 옮겨서 일할 수 밖에 없다. 아동 노동 금지만을 주장하기보다는 아동 노동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 관심을 기울이고 작업환경이 개선되도록 기업과 정부에 압력을 가하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주장이다. [4]

1997년 11월, 나이키 하청업체인 베트남 공장(한국 태광실업의 베트남 공장 태광비나)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된 사건이 <뉴욕타임스>에 보도됐다. 유독물질인 톨루엔이 현지 법정 기준치의 최대 177배까지 초과 검출된 것이다. 톨루엔에 장기간 노출되면 두통 및 어지럼증, 기억력 장애를 일으키는 등 신경계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며, 유엔 국제암연구소(IARC)는 톨루엔을 발암성 등급 3군으로 분류한다. 태광비나 공장은 1996년 12월 현재 평균 연령 18~24세 9200여 명의 직원이 매월 40만 켤레의 운동화를 만들었다. 일부 작업장은 직원 165명 중 128명(77.57%)이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었다. [5] [6]

이후 나이키는 생산선도기업(MLP, Manufacturing Leadership Partner) 체제를 도입해 평가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하고만 하청 관계를 유지하였다. MLP 시행 초기에는 평가에 따라 수시로 하청기업을 바꾸는 전략을 취했다. 이는 나이키가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하청공장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노동권 보호에는 미온적일 수 밖에 없었다. [7]

1998년 나이키는 기업책임부(Office of Corporate Responsibility)를 신설하고, 안전과 건강, 경영자 태도, 인력 개발, 환경 관련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이 지침을 기준으로 나이키는 개발도상국의 노동 환경과 청년 노동자 교육훈련 환경 개선에 힘쓰는 노동자 및 공동체를 위한 국제연대를 창립하는 데에 힘을 보탰다.

이 같은 쇄신 과정을 거치자 2000년부터 나이키의 매출은 회복되기 시작했다. 나이키의 추락과 부활은 투자자와 규제당국이 이전과 다른 시각에서 기업을 평가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됐다. 기업 가치를 평가함에 있어 이윤 창출만이 아니라, 인권존중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느냐를 중요한 기준으로 함께 보기 시작한 것이다. [7]

​나이키는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UNGC는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 4개 분야의 10대 원칙을 기업의 운영과 경영전략에 적용하고 지속가능성과 기업시민의식 향상에 동참할 수 있도록 권장하는 국제 기구다. 또한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와 폐기물을 없애기 위한 '무브 투 제로(Move To Zero)' 정책과 다양성을 위한 사내구조 개선, 지역 및 세계 차원의 사회공헌 등 다양한 책임 활동을 펼치고 있다.

Move To Zero 정책

나이키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와 폐기물을 없애기 위한 '무브 투 제로(Move To Zero)' 정책을 쓰고 있다
나이키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와 폐기물을 없애기 위한 '무브 투 제로(Move To Zero)' 정책을 쓰고 있다

패션 업계가 배출하는 쓰레기가 석유화학 다음으로 지구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운동화 한 켤레를 만들 때 발생하는 탄소의 양은 약 12kg이다. 자동차를 45km 운전할 때 발생하는 탄소의 양과 맞먹는다.

​나이키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폐기물을 소재로 사용한 스페이스 히피를 개발했다. 나이키는 ‘이것은 쓰레기다’(This is Trash)라는 과감한 카피를 내걸었다. 나이키는 1990년대 후반부터 탄소저감 소재를 개발해왔다.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과 더 이상 쓸 수 없는 제품들을 새 제품의 소재로 활용해오고 있다. 스페이스 히피의 탄소 발생량은 약 3.7kg이니까 나이키의 혁신은 꽤 성공적인 셈이다.

​재활용 소재로 제품을 만들었다니 품질이 떨어지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환경 보호를 위해 품질 저하를 감수했다면 이걸 ‘혁신 소재’라 부를 수 없겠죠.

​나이키는 2019년 Move to Zero 캠페인을 시작한 이후,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둔 ESG 경영으로 ‘탄소 제로’ 목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로 탄소’, ‘제로 폐기물’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회사가 소유, 운영하는 시설 전력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65%까지 줄인다는 계획이다. 또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탄소 배출량은 30%까지 줄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12년 나이키는 재생 폴리에스터 원사를 사용한 신소재 플라이니트를 선보였고, 이후 이 소재로 엘리트 선수용 러닝화까지 만들어냈다. 더 나아가 나이키의 일부 상품은 플라스틱 물병이나 버려진 어망 같은 쓰레기를 재활용한 소재로 만들어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소재를 채택한 제품의 최소 50%가 재활용 소재로 충당된다. 신발은 중량 기준으로 최소 20%를 재활용 소재를 활용해 제작된다.[9]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처음부터 줄이기 위해 생산 과정을 최적화하고, 제품을 포장할 때는 가능한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를 선택하는 노력이 행해졌다. 과거에는 제품 상자마다 신발 모양을 유지하기 위한 완충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으나 이제는 꼭 필요하지 않으면 사용하지 않아서 포장재가 줄었다.[10]

넷-제로에 도전하는 나이키

나이키는 2021년부터 탄소 배출 없는 바이오 소재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2020년 출시한 스페이스 히피 같은 제품은 일종의 마케팅 이벤트일 수 있다. 그러나 바이오 소재는 좀 더 근본적으로 소재의 저탄소, 탈 플라스틱을 위한 기술혁신을 동반한다.

​나이키는 생명공학 회사인 뉴라이트 테크놀로지스와 협혁해 바이오 기반 소재를 사용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운동용 신발, 의류, 장비 및 액세서리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다에서 온실 가스를 먹고 세포 내부에서 산소로 변화시키는 미생물을 사용해 생산되는 생물재료인 뉴라이트의 ‘에어카본(AirCarbon)’을 활용할 계획이다.

​에어카본은 여러 번 재활용이 가능한 자연친화적 생분해 PE(Polyseter)이며, 내구성과 탄소포집 필요 정도에 따라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난분해성 플라스틱 모두를 생산해낼 수 있는 기술이다. SCS Global Services에서 생산 과정 중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음성 인증을 받았다.

나이키는 재활용 나일론 원사를 사용, 탄소 배출량을 최대 50%까지 줄이고 있다.  사진= 나이키
나이키는 재활용 나일론 원사를 사용, 탄소 배출량을 최대 50%까지 줄이고 있다. 사진= 나이키

에어카본을 활용하면 섬유와 시트뿐만 아니라 고체 모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때문에 나이키는 이번 업무 협의가 자사 생산 제품을 탈탄소화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나이키의 최고지속가능성 책임자인 노엘 킨더는 “에어카본은 나이키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의 70%를 감축시킬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양성을 포용하는 작업환경과 사회공헌 프로그램

나이키는 다양성을 포용하는 작업 환경과 기업 구조를 만들기 위해 2015년 회사 인력과 관련된 5개년 계획을 수립하였다. 이 안에는 2025년까지 사내 여성 비율 50%, 소수민족 비율 35%를 달성할 계획이다. 그 결과 2021년 사내 여성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렸다.

나이키는 여성이 고용에 있어 차별당하지 않도록 인사 담당자들에게 교육을 시행했다. 나이키는 2021년에 향후 5년간 인종 등 다양한 차별을 철폐하는 운동을 펼치는 단체들에 1억 25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나이키는 앞서 2008년에 '걸 이펙트(Girl Effect)'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설립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아프리카와 아시아 20개국에 1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그곳의 여성 청소년 수천만 명을 지원했다.

​2020년에 89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하여 전 세계 1700만 명이 넘는 어린이가 스포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동안 스포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여성 청소년이 더 많은 자신감을 가지고 스포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Coaching Girls 프로그램도 실행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14]

아직도 갈 길이 먼 나이키의 ESG 정책

나이키의 ESG 정책은 외형상 대단한 변화를 보이고 있지만 그 진정성에 대해서는 아직 물음표가 따라다닌다. 2019년 나이키는 동일임금법을 위반하고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았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사내 성희롱 가해자를 승진시키고 피해자가 가해자의 관리를 받게 했다는 내용이다. 성별 임금 격차 정보를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았고, 여성 직원들에게 동등한 수준의 능력 개발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15]

​2021년 신장 면화가 중국의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을 착취해 생산되었다는 논란이 증폭되자 나이키는 중국의 신장 면화를 자사 제품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강한 반발이 일어나자 나이키는 중국과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중국 소비자에게 사과했다. 나이키가 중국에 저자세를 취한 이유는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 시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16]

[참고문헌]

  1. 기업의 비정부기구(NGO)에 대한 대응전략, 박희준,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경영연구소, 경영논집, Vol.50, pp. 169-183, 2016

  2. 소비자 정치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나이키의 글로벌 상품사슬을 중심으로, 임석준, 한국정치학회, 한국정치학회보, 2005, vol.39, no.2, pp. 237-254

  3. 소비자 정치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나이키의 글로벌 상품사슬을 중심으로, 임석준, 한국정치학회, 한국정치학회보, 2005, vol.39, no.2, pp. 237-254

  4. <냉정한 이타주의자 (Doing Good Better: How Effective Altruism Can Help You Make a Difference)>, 윌리엄 맥어스킬, 2017

  5. Nike Shoe Plant in Vietnam Is Called Unsafe for Workers, The New York Times, By Steven Greenhouse, 1997.11.08

  6. "Smoke from a hired Gun: A CRITIQUE OF NIKE'S LABOR AND ENVIRONMENTAL AUDITING IN VIETNAM", O'Rourke/콥워치, 1997

  7. 오마이뉴스 22.07.10 나이키의 두 얼굴

  8. ESG경제 2021.08.27 나이키, ‘쓰레기 신발’ 이어 탄소 배출 없는 바이오 소재 제품 만든다

  9. 브런치 2021.11.15 혁신을 향한 나이키의 혁신적 움직임

  10. Nike.com Waste

  11. World Benchmarking Aliance, Gender Benchmark, NIKE

  12. Balanced CSR & ESG 2021.11.27 ESG 사례, 지속가능경영의 실천(6)-나이키

  13. 블로그 2021.11.11 나이키가 비호감 기업 이미지를 벗은 뜻밖의 방법

  14. NIKE.com, Coaching Girls Virtual Training

  15. 경향신문 2019.07.15 나이키의 페미니즘 타고 넘기

  16. 매거진 한경 2021.07.28 중국 신장 위구르 리스크에서 위기 회복력 보여준 나이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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