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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584] 전격 리뷰: 뮤지컬 & 영화 '영웅'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2.12.27 09:08
  • 수정 2022.12.27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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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은 오상준이 작곡한 안중근 의사의 생애 마지막 1년을 다룬 한국 창작 뮤지컬로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20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의 후손들의 참관 하에 초연되었다. 뮤지컬을 원작으로 2022년에 영화로도 제작되어 현재 상영 중이다.

윤제균 감독의 영화 '영웅 ' 포스터
윤제균 감독의 영화 '영웅 ' 포스터

영웅주의나 민족주의에만 호소할 수밖에 없는 직선적인 짧고 빈약한 스토리를 벽돌 배경과 철골, 영상을 적절히 활용해 다양한 장면들을 만들어내는 무대 효과와 암전 없이 빠르게 전환하는 장면으로 몰입도를 높이면서 스테이지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관객들에게 웅장하고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극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는 하얼빈역 의거에서의 열차가 들어오는 CG나 대규모의 합창 등은 전형적인 국뽕인데 내수를 넘어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둔 제작 때문에 제목도 '안중근'이라 하지 않고 영웅이라고 포괄적으로 붙이면서 당대 인물들의 사회상과 내면을 그려내고 있다. 음악이야 예술성을 논하기 전에 스타마케팅과 물량공세로 그저 관객들이 웃고 울면서 눈물을 흘리고 가슴에 뜨거운 애국심을 고취시키려는 목적에 충실하고 있다.

뮤지컬 영화의 불모지에서 그나마 <명성황후>(역시 윤호진의 에이콤) 말고 브라운관으로 옮긴 <영웅>은 ‘해운대’(2009)와 ‘국제시장’(2014)으로 ‘쌍천만’ 신화를 쓴 윤제균 감독이 8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13년째 안중근을 연기해온 배우 정성화가 그대로 주연을 맡아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다. 또 김고은, 나문희, 조우진, 배정남, 박진주 등 익숙한 배우들도 등장하는데 역시나 특유의 국뽕과 신파에 진부함이 덕지덕지 묻어나 있다. (하지만 이게 먹히니 문제다! 이런 수천만 번 우러 먹은 플롯과 우라까이에 사람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환호하니 이걸 비난하면 네가 한번 만들어봐라~~라고 악플을 달고 욕을 한다!)

윤호진 제작의 뮤지컬 '영웅'의 10주년 기념공연 포스터
윤호진 제작의 뮤지컬 '영웅'의 10주년 기념공연 포스터

손가락을 자르는 비장미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원작 ‘영웅’에서 최고의 명장면인 ‘누가 죄인인가’를 열창하는 대목,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나문희) 여사가 아들의 사형 선고 소식을 들은 뒤 부르는 노래가 눈물샘을 자극한다. 하지만 뮤지컬 영화만의 참신하고 색다른 연출은 온데간데없고, 어디서 본 듯한 윤제균 감독의 뻔하고 촌스러운 장면이 이어진다. 김고은의 독창은 ‘알라딘’(2009)의 ‘Speechless’가 떠오르고, 수많은 인파가 거리에 모여 부르는 ‘그날을 기억하며’는 ‘레미제라블’(2012) 속 ‘인민의 노래’를 연상시키지만 어찌하리. 이래야 천만을 찍고 손익분기점을 넘기는데.... 기승전결을 통해 서서히 점진적으로 감정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처음부터 힘이 너무 들어가 시종일간 강강(强强)모드니 듣고 보기에 쉬 지치고 각각의 시퀀스가 끊어져 감정이입도 안된다. 편곡도 "감동을 먹여야지~~"가 작정이 되어 있어 과도하다...

그래도 윤호진의 에이컴이나 되니 <명성황후>에 이어 국내 라이센스 뮤지컬을 하나라도 살렸지 이런 유사한 콘셉트의 국가지원을 받은 셀 수 없을 만큼의 많은 한국 창작 오페라들은 일회성에 그치고 있다. 무대의 크기나 음악적 스펙타클, 규모 어느 면에서나 비교할 수가 없고 오글거림은 <영웅>보다 더했으면 더한 현실에 이렇게라도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제작되었다는 그 자체만으로 다행이고 경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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