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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RE100 선언, 한국경제에 대한 경고

정석균 전문 기자
  • 입력 2022.12.26 13:53
  • 수정 2022.12.30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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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까지 사업장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
RE100은 Renewable Energy 100%.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량, Top 5 기업의 전력 수요도 충당 못해.
2021년 삼성전자의 재생에너지 충당량, 전체 전력의 2.7%에 불과.
획기적 정책 없으면 해외로 나갈 수 밖에 없어 !

삼성전자가 2022년 9월 15일 RE100 선언을 했습니다. RE100은 기업의 자발적 참여 선언입니다. 이는 한국경제에 위기 알람을 울리고 있습니다. 

발표된 삼성의 RE100 선언이 갖는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문제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만으로 삼성의 전력수요조차 제대로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삼성은 재생에너지가 공급되는 해외로 공장을 옮길 수 밖에 없겠죠.

삼성전자의 국내 사업장은 DX부문과 DS부문(반도체부문)으로 구분되는데 DS가 전력의 90%를 사용합니다. DX는 2030년까지 RE100 달성하는 것이 목표죠. 그러나 DS는 2050년에 이르러야 RE100이 가능합니다.

그 동안 글로벌 고객과 환경단체들이 삼성의 참여를 촉구했습니다.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을 위해 국내 1위인 삼성의 참여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삼성전자의 고민은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삼성은 더 이상 국내에 공장을 지을 수 없습니다. 해외로 나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국내외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 대비 17% 증가했습니다. 과연 대책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글로벌 투자사와 주요 환경단체들은 삼성의 RE100 참여선언을 일단 환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력 사용량이 많은 삼성전자가 재생에너지 공급이 부족한 국내 여건 속에서 어떻게 재생에너지를 조달한 것인지 우려합니다. 윤석열 정부의 원전 중심 에너지 정책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기에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죠.

반도체는 우리나라 최대의 수출품이죠. 반도체가 전체 수출액 중 17%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도체는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미국과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핵심기술입니다.

2022.5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국 방문 시 맨 처음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했다.
2022.5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국 방문 시 맨 처음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했다.

최근 5년간 반도체 수출액은 17~20%를 차지하고 있죠. 메모리반도체는 초격차 기술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반도체 시장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는 대만이 1위죠. TSMC가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2021년 4월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산업의 경쟁력을 갖기 위해 미국 내에 반도체 생산기반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올 해 5월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에 도착했을 때 바로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했습니다. 바이든이 그만큼 반도체를 중요하게 본다는 것이죠.

미국은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해 칩4동맹의 결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4개 국가로 동맹을 결성하여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억제하겠다는 전략이죠. 미국은 설계를 책임지고, 한국은 메모리와 파운드리 산업을, 일본은 반도체 소재와 장비를, 대만은 파운드리 분야에서 압도적 파워를 갖자는 의도입니다.

RE100은 Renewable Energy 100%

이제 RE100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RE100은 Renewable Energy 100%를 뜻합니다. RE100 선언은 기업이 사용하는 에너지를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자발적인 캠페인입니다. 대표적인 재생에너지는 수력, 태양광, 바이오, 지열, 풍력(육상/해상) 발전으로 생산한 에너지입니다. 글로벌 기업 중에는 RE100을 이미 달성한 곳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협력회사들에게 RE100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RE100을 충족하지 못하면 제품 공급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죠.

RE100은 더 이상 환경문제가 아닙니다. 기업의 생존 문제죠. RE100을 달성하지 못하면 제품을 팔 지 못하니까요. 자산운영 분야 1위인 블랙록은 탄소중립 로드맵이 없는 회사는 지속가능한 발전이 어렵다고 보고, 더 이상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네덜란드 연기금에게 물었습니다. 한국 투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그러자 한국 원전은 친환경이 아니며,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하는 기업에는 투자를 회수하겠다고 합니다. EU는 2027년부터 화석연료 전력으로 생산된 제품에 대해 탄소국경세를 부과할 예정입니다.

현재의 재생에너지 정책이라면 2030년 우리나라 수출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자동차는 15% 감소되고, 반도체는 31%, 디스플레이는 40% 하락될 정도로 심각한 문제입니다.

삼성전자는 2021년 전체 사업장에서 25.8 TWh 소모했습니다. 이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0.5 TWh, 2.7%에 불과했고요. 국내 사업장에 사용하는 전력량은 18.4 TWh인데 서울시 가정용 전력보다 1.4배 많은 전기를 쓰고 있다니 놀랍죠. 삼성전자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고 하니, 삼성도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ICT 기업 중에서 가장 많은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네요. 구글은 5년 전에, 애플도 4년 전에 이미 RE100을 달성했습니다. 반도체 분야의 가장 큰 경쟁사인 대만의 TSMC도 2년 전에 RE100을 선언했습니다. TSMC의 사례는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대만 정부는 RE100 때문에 원전을 폐쇄하고, 대대적으로 해상풍력 단지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태양광 사업자들을 때려잡고 있는 윤석열 정부와 비교가 많이 되죠. 친기업을 표방하는 윤 정부가 우리 기업들의 RE100을 가로막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주요 IT기업들 중 삼성은 가장 많은 전기를 사용한다. (출처) 한경닷컴
주요 IT기업들 중 삼성은 가장 많은 전기를 사용한다. (출처) 한경닷컴

국내 재생에너지 총생산량은 Top 5 기업의 전력 수요도 충당하지 못합니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전력수요가 아니라 5대 기업의 전력수요도 못 미치는 현실이죠. 암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재생에너지 생산의 확대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고, 30.2%를 목표로 잡았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이 목표를 21.5%로 대폭 낮추었습니다. 에너지 정책을 대폭 전환하지 않으면 2050년 RE100 달성은 불가능하고, 우리나라 수출 경쟁력은 추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RE100은 기업이 죽고 사는 전쟁입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협력업체에 “RE100 가능하냐?”고 묻습니다. 아니면 제품을 사지 않겠다는 것이죠. 최근 한국에 투자를 검토하던 글로벌 기업은 지방자치체와 계약 막바지 단계에서 확답을 요구했습니다. “RE100 가능합니까?” 그 기업은 RE100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투자계획을 취소했다고 합니다.

그 동안 삼성전자는 국제 환경단체들로부터 RE100에 대한 많은 압박을 받았습니다. 삼성의 글로벌 위상에 걸맞게 기후위기 대응에 참여하라는 것이죠. 그린피스는 독일 전시회나 삼성 본사에서 수 차례 시위를 했습니다. 그럼에도 삼성은 계속 미룰 수 밖에 없었죠.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이 너무 취약해 약속을 지키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지난 9월 삼성은 뚜렷한 대책도 없으면서 RE100 선언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에 공장을 건설할 수 없다면 해외로 나가면 되니까요. 어느 나라든 삼성이 투자한다면 대환영이니까 어려울 게 없겠죠. 불쌍한 중소기업들은 대책이 없습니다. 그저 어떻게 되겠지 하면서 손놓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초저전력 기술확보를 통해 2025년 데이터센터와 모바일 기기에서 사용되는 메모리의 전력 소비량을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2030년 전력소비량을 2019년 동일 성능모델 대비 30%를 개선하고, 고효율부품을 적용하고, AI 절약모드 등이 도입됩니다. 2027년까지 모든 업무용 차량 1500여대를 100% 전기, 수소차로 전환하고요.

삼성전자는 소재 재활용 기술과 제품 적용을 연구하는 조직인 ‘순환경제연구소’를 설립했습니다. 2030년까지 플라스틱 부품의 50%, 2050년까지 모든 친환경 플라스틱 부품으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폐배터리의 경우 2030년까지 광물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체제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국내 사업장에서 ‘물 취수량 증가 제로화’를 추진하는 등 전사적으로 친환경 경영전략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나라 경제는 이대로 침몰할 수 밖에 없을까요? 시간이 없습니다. 째깍 째깍 위기의 시간이 다가옵니다. 생각하면 앞이 깜깜하네요. RE100을 어려우면 기업들은 사업장을 해외로 이전할 수 밖에 없습니다. 2027년부터 산업이 공동화되고, 일자리가 감소할 것입니다.

국내 재생에너지 환경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국토가 좁아서 수력발전을 할 수 있는 수자원도 없고요, 지금처럼 산을 파헤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수도 없습니다. 바이오매스도 산업용으로 사용할 만큼 충분하게 공급되지 않습니다. 지열은 열원 자체가 취약하고, 그나마 가능하다던 포항지역은 지진으로 중단되었죠. 그나마 증설이 용이한 에너지는 해상 풍력 발전입니다. 바다에 발전기를 건설하고 육상까지 먼 거리를 전기를 끌어와야 하니 발전단가가 좀 비싸고요.

그럼 답이 없을까요? 어쨌든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원자력 발전은 친환경이 아닙니다. EU 택소노미에 포함된 원전의 요구조건은 아주 까다롭습니다. 친환경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려면 최소 15년 이상 걸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방사능 폐기물 비용을 감안하면 전력생산비도 결코 싸지 않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던 동북아 수퍼그리드를 활용하여 몽골 고비사막에 태양광/풍력 발전소를 대규모로 건설하는 것입니다.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를 해결할 수 없다면 해외에서 답을 찾아야죠.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마쳤다고 합니다. 한전과 소프트뱅크 간의 수퍼그리드 건설 관련 MOU도 체결한 상태고요.

문제는 북한이죠. 미국과 UN의 대북제재로 건설 프로젝트가 중단되었습니다. 중국과 해저케이블을 건설할 수도 있지만 가능하면 북한을 거쳐오는 것이 좋겠죠. 북한을 개발하려면 전력이 필요하니 일부 나눠줘야 할 테니까요.

문재인 정부의 북방외교 3대 핵심정책인 동북아 수퍼그리드와 한반도 파이프라인, 시베리아 횡단철도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면 대한민국은 세계 Top 5 경제대국으로 비상할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대북 평화정책에 매달린 이유라 생각합니다.

3년 안에 UN의 대북제재가 풀릴까요? 제발 그렇게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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