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한쪽에 쓰는 감정]도태감

이진성
  • 입력 2022.12.25 02:45
  • 수정 2022.12.25 03: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2.12.19

사람은 무리 안에서 인기인이 되고 싶어 한다. 어릴 땐 춤을 잘 추는 사람. 중학교 땐 노래를 잘하는 사람. 고등학교 땐 공부를 잘하는 사람. 그 사이 어딘가에는 싸움을 잘하는 사람도 인기가 있었을 것이다. 대학교 다닐 땐 싸움을 잘하는 사람이 결코 멋질 수 없다. 법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생도 입학 시기엔 잘 노는 사람이, 졸업할 땐 성적 좋은 사람이 인기인이 된다. 그렇게 졸업을 하고 내 직업군에서 좋은 성과를 낸 사람이 인기인이 된다. 선망받게 된다. 그러나 연기하면서 성과를 빠르게 낸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이라 여기서부터 기점이 만들어진다. 좋은 옷 좋은 차 좋은 집에 살며 번듯한 삶을 사는 무명배우. 쪼들려 살지만 쉴 틈 없이 작품을 하며 작품을 많이 쌓아가는 배우. 그래서 번듯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대개의 경우는 사업을 시작하고, 작품을 쌓고자 하는 경우는 알바를 끊임없이 한다.

두 부류 다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목표의식이 있기에 어느 것이 정답이 될 수는 없다. 37세의 나를 보니 연기를 잘하고 싶은 배우인지도, 번듯한 생활을 하는 사회인인지도 모르게 헷갈린다.

무리에서 멋지다고 평가하는 기준에 맞게 살아오다가, 졸업하고는 갑자기 '내 기준을 찾아가겠어.' 하며 '무리의 기준 따위 어때.' 하며 튕겨져 나온 기분이 든다. 그래서 점점 친구들과 만나기 어려워진다. 어릴 때 난 무리의 기준에 잘 맞춰가는 사람이었고 지금은 그 무리가 아니니까. 어린 시절 친구들 속에서 난 도태된 기분이 든다. 속칭, 돈 잘 버는 무리에서 있었다면, 나는 도태감이 들지 않았을까? 계속 그 무리의 기준에 맞춰 살았다면난 어떤 감정으로 오늘에 살고 있을까.

가끔은 내가 나이가 들어서도 내 기준을 갖고 사는 것이, 마치 성인이 넘어서도 싸움 잘하는 걸 기준으로 혼자 으스대며 허공에 빈 주먹으로 요란히 흔드는 사람은 아닐까 싶다. 멋없게 도태된 사람인 줄도 모르고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