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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 쓰는 감정] 어느날, 갑자기

이진성
  • 입력 2022.12.1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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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5. 17:50

어느 날 갑자기 되는 것은 없더라. 함께 작품을 했던 배우가 요즘 많은 작품에 나오고 스크린에 걸린다. 대단하고 대견하여 칭찬을 많이 했다. 어딜 가도. 좋은 말을 하게 되더라. 근 2~3년간 근황을 모르다가 주조연으로 스크린에 나오고 시상식에서도 상을 받았다. 눈 여겨 볼 신인임을 모두가 인정하는 자리 아닐까.

 

이렇게 말하니 마치 갑자기 어느 날 자리를 차지한 것처럼 쓴 것 같다. 물론 어느 날 갑자기 잘 된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쉬는 날 함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그간 있었던 일들을 물었다. 이런저런 오디션을 붙고 떨어지며 회사도 옮기고 했다 한다. 그리고 자기의 꿈과 반대되는 역할을 고민 끝에 안 한 적도 있다고 했다. 남는 시간에 알바도 여러 개 하면서. 본인은 운이 따라서 연달아 좋은 역할이 들어왔다고 하지만 나는 기다림의 값이라 생각한다. 장장 3년 가깝게 자기한테 맞는 옷을 기다린 것이 공짜로 주어지진 않는다.

 

어떤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대단히 참으며 기다리는 일은 보통의 스트레스가 아니다. 어제 운동을 하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은 매일 오네.' '그래서 몸이 좋은가보다.' 특별한 운동법은 없다. 연기도 무슨 특별한 기술이 없다. 자꾸 표현하고 상상하고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흔히 떠드는 '가능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로 더 오래 머무를 수도 있다. 섣불리 나섰다가 원치 않는 결과를 맞이하는 것보다 안 하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

 

갑자기 오디션을 보니 망하는 것이고, 갑자기 운동하니까 다치고, 갑자기 살을 빼니까 건강을 해치듯. 어느 날 갑자기 뭐가 되겠다 하면 어려운 것이다. 겉으론 그래도 사실 기다리고 버텨 온 것이다. 기다리는 것은 그래서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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