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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은 시』 ‘청춘예찬’ (2)

윤한로 시인
  • 입력 2022.11.03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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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시로 엮은, 내 시를 삶으로 엮은

2부, 청춘예찬(2)

다닥다닥 붙은 루핑집
야매 전기, 야매 수도, 공동 변소
연탄, 고철, 채소, 판자, 자갈, 모래
밴댕이, 새우젓 나르던 가완이네 말 구루마
비루먹은 말인지, 당나귀인지 억세게 딸랑거렸네
한 달, 두 달, 석 달 학교도 안 가고
와리바시 깎던 그때
고철을 줍고 갯지네를 잡고
뻑하면 점심으로 중국밭에 도둑처럼 들어가
하루나를 뜯어먹었네 때론 목구멍에서
들척지근, 하루나 대궁 신물이 올라왔네
잘못 똥독이 오르기도 하고

겨울나기

꿀꿀이죽 먹고
타마구 주워다 불 때면
등 따습고 배 불렀네
빵에 갔던 형도 나오고
누나들 와리바시 깎으며
‘내 빤스 이 두 마리’
이딴 노래 부르며 즐거웠네
팔번지 날망 바람에 훨훨
루핑 지붕 날아가던 밤
단칸짜리 뜯긴 하늘엔 맨몸 들키듯
화들짝 놀란 별들, 천장이여
귀때기가 떨어져 나갈 듯
억수로 아름다웠지라
땡전 한 푼 못 건지곤
그해 긴 겨울 가고 말아
우린 학교를 꿇었네
그깟 것 국 끓여 먹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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