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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은 시』 ‘청춘예찬’ (1)

윤한로 시인
  • 입력 2022.11.03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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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시로 엮은, 내 시를 삶으로 엮은

2부, 청춘예찬(1)

아, 인천
너무 커서
토할 것 같았습니다
너무 많아서
토할 것 같았습니다
너무 가난해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너무 작아서, 찌그러져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저 육십 년대 마분지 시대
우리는 인천 끄트머리 8번지
곧 말번지에 살았네
덕지덕지 말번지를 겪었네

인천 송림동
말번지 살 때 우리 어머니
옷 살 돈마저 없어
문종이로 옷 지었네
희한한 종이옷 한 벌
그리곤 억지로 입혔네
먼저 단추 하나 뜯어지고
사마귀 잡다가 또 하나 뜯어지고
야구하다 팔꿈치 한쪽 떨어지고
거북이란 놈하고 싸우다
바지 다리 한쪽 떨어지고
고새 여우비 오니
남은 팔과 다리, 어깨마저
너덜너덜 누더기 되었네
그것도 옷이라고
우리 어머니 반나절은 시치고 말라 지은
문종이 옷
황금 갑옷을 입고 나간 듯
쪽팔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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