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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 쓰는 감정]너는 꽃, 나는 나무라 했다

이진성
  • 입력 2022.10.18 01:50
  • 수정 2022.10.18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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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8.01:16.

나는 꽃이라 했고 너는 나무라 했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서 공기 좋은 곳으로 가서 커피를 마셨다. 하늘이 맑기도 너무나 맑은 10월의 어느 날이다. 나는 그곳에 가면 해가 지는 것을 멋지게 볼 수 있다며 권했다. 기와 넘어서 낙조가 멋질 것 같은 곳에 자리를 잡고 사소한 얘기를 했다.

 

 난 요즘 소금 빵을 좋아해. 그래서 지나가는 빵집마다 들러서 소금 빵을 먹어. 그래? 나도 그런데, 여기는 명장이 하는 곳이니 먹고 어떤지 말해보자. 겉은 먹기 좋게 단단하고 속은 보들 하네. 그렇지? 너무 달지도 짜지도 않아서 좋다. 그렇구나 정말. 진성아 난 요즘 나무를 보는 게 좋다? 그래? 난 요즘 꽃을 보는 게 좋던데. 그게 왜 좋은지 물어봐도 돼? 글쎄, 그냥.. 가만히 있어서 좋은 거 같아. 누가, 무엇이 옆에 있어도 잘 어울리고 잘 맞춰지니까. 음. 나는 그걸 보는 시간이 좋더라. 바람도 불고 해도 보고 하늘도 보고 흙냄새 비 냄새도 나고. 뭐 둘 다 비슷한 거네. 하면서 키득거린다.

 

 누가 한 말인지 굳이 구분 없이 써도 된다. 그 친구가 하는 말과 내가 하는 말이 사실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 뒤로도 사소한 연기 이야기, 예술 이야기를 했다. 우리 요즘 그리 큰돈은 멀지 못해도 이런 안정감 있는 삶을 사는 게 참 좋다. 길게 되었든 짧게 되었든 배우 생활에 있어서 당장 입에 거미줄 치지 않아 좋다고 하는 말까지도.

 

 굳이 구분하지 않아도, 우리가 한 말은 마치 한 사람 입에서 나온 듯 비슷했다. 단지 우리가 다른 것은, 나는 꽃이 좋다고 했고, 너는 나무가 좋다 했다. 나는 꽃, 너는 나무. 그 정도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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