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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581] 리뷰: 플루트 장주연 리사이틀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2.10.1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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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12일 수요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

국내에서 선화예고를 졸업하고 건국대에서 학사를, 이화여대에서는 석사를 그리고 단국대학교에서 박사까지 수학하고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사범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과 최고교육자과정 디플롬을 취득하고 전문연주자 과정을 수료한 후 현재 대만에서 활동 중인 플루티스트 장주연이 피아니스트 첸 웨이치(Chen Weichih)와 함께 한국에서 듀오 리사이틀을 개최했다.

피아니스트 첸 웨이치와 플루티스트 장주연
피아니스트 첸 웨이치와 플루티스트 장주연

첫 곡인 윤이상의 '가락'은 한국 전통 음악의 정서와 도교의 철학을 음악에 담으면서 국악에서 자주 쓰이는 주요음, 시김새, 농현 등의 연주 기법을 플루트를 통해 이식하려고 시도한 작품이다. 윤이상이 독일로 건너가 활동했던 1960년대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서양에서 아시아, 그것도 한국이라는 나라에 무지하고 신기해했으며 이국적인 문화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과 그걸 대범하게 수용한다는 서구 문화 우월주의 차원에서의 관용이 있었을 건데 그런 서양 지식인들의 구미와 맞닿아 떨어진 게 윤이상의 작품이었다. 그런데 한국인인 필자도 감지하기 힘든 한국의 혼과 색채가 작곡된 지 60여 년이나 넘었지만 여전히 통하지 않는다. 외국에서야 한국을 대표하는 플루트곡으로 한국 연주자로서 정체성과 한국 문화 전령으로서의 의무가 있겠지만 정작 그 음악의 모체인 한국에서는 듣기가 고행이다.

반면 윤이상보다 반세기 정도 전에 '진지한' 음악이 아니 아르헨티나 뒷골목의 탱고를 보편적인 정서와 서양악기를 위한 성공적인 이식을 통해 세계적인 민족음악으로 승화시킨 피아졸라의 <탱고의 역사>는 지구 반대편의 한국인들에게까지 정서적 교감을 느끼고 통하게 만든다. 마치 현재 2022년대의 Kpop의 위상 같고 우리 국악 이날치 밴드와 같다.

무대인사하는 장주연과 첸 웨이치
무대인사하는 장주연과 첸 웨이치

인터미션 후에는 브라질 작곡가인 마차도의 춤곡 3개가 산뜻하게 연주되었는데 1부에서와는 달리 머리를 깔끔하게 묶고 나온 정주연의 인상과 함께 모히또 한 잔을 곁들이면서 듣고 싶은 기분 좋아지게 만드는 악풍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프랑스의 끌로드 볼링까지 크로스오버와 융복합, 연계라는 측면에서 한국부터 시작된 플루트로 듣는 세계여행이 즐겁게 마무리되었다.

재미있는 점은 원어로 적은 곡명 다음의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이라는 문구는 곡의 출처와는 상관없이 전부 프랑스어로 명시되었다. 정주연과 첸 웨이치가 프랑스에서 공부해서 불어로 소통해서일까? 기회가 된다면 그 둘에 드럼과 콘트라베이스까지 합세한 끌로드 볼링의 '모음곡'을 다시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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