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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 쓰는 감정] 내가 아끼는 한 음절들

이진성
  • 입력 2022.10.11 02:21
  • 수정 2022.10.1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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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0. 10. 11:42

 요즘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한 음절이다. 꽃, 책, 차 (커피), 비, 물론 '몸'과 '맘'도 있다. 그러고 보니 한 음절로 된, 좋아했던 것이 참 많다. 일(노동), 극(Drama), 시(詩), 물(water), 비, 눈, 코, 입 널 만지던 내 손길 작은 손톱까지 다아하하...... 왜 그런 노래가 나왔는지 알겠다. 짧아서 강렬하고 길지 않아서 지저분하지 않다. 한 음절은 단순함의 묘미가 있다. 

 

그 단순함이 좋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건 단순한 것이다. 이를테면, '나'도 한 음절이다. '너'도 한 음절이다. 그러니까 '나'는 '너'를 좋아하는 것도 단순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단순한 것이다. 언제부터 복잡해지냐면, '우리'가 되는 순간부터다. '우리'는 두 음절이다. '너와 나'를 동시에 생각해야 되니까. 이기심과 이타심 둘 다 들어있다. 그래서 싸운다. '우리'는 '너'만의 단어가 아니니까. 심지어 '나'의 단어도 아닌데. 

 

그래서 '우리'가 싸우지 않으려면, 서로가 '너'를 생각하면 된다. 마치 서로 떠먹여 주는 천국 이야기처럼. 팔보다 긴 수저를 주고 밥을 먹으라 했더니 지옥에선 자기만 먹다가 다 흘려버렸고, 천국에선 서로 떠먹여 주었다 하더라. 그래서 서로가 '나'보다 상대방을 위할 때 '우리'가 오래 지탱되는 것 같다. 

 

어릴 땐 정말 나밖에 볼 수 없었다. 근데 오히려 혼자 생각하며 시간이 지나니 '나'는 옅어진다. 그래서 이기심을 버리기 쉽다. '철'이 들었나 보다. '철'은 '쇠'다. 요즘 '쇠'를 많이 들어서 그런 것 같다. 오늘도 '쇠'들고 '철'들어야지. 나는 꾸준한 사람이니까. 꾸준함은 한 음절로 하면 '늘'. 또 한 음절로 된 내가 좋아하는 거, 빵, 밥, 회....... 뭐가 있을까? 내가 아끼는 한 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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