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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은 시』 ‘모개 시절’ (4)

윤한로 시인
  • 입력 2022.10.07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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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시로 엮은, 내 시를 삶으로 엮은

1부 모개(木瓜) 시절 4

그때 나 또한
영동 국민학교에 입학해서 일학년을 다녔는데
어느 날 어머니 손에 이끌려
상주 국민학교로 전학을 갔다
먼 고모네가 거기 살았을 게다
그러나 한 달도 채 안 돼
다시 영동국민학교로, 그것도 처음 반으로
전학을 되돌아왔다
선생님과 애들 앞에
창피스럽기 이루 말할 수 없었고
내 손을 꽉 거머쥔
어머니 손이 싫었다
온통 트고 갈라져 겨울이고 여름이고
소나무 껍데기처럼 꺼끌꺼끌한 손
가자 이눔아,
어머니는 또 한번 내 손목을 잡아끌었다
이번에는 작은아버지 댁이었다
사방이 산으로 꽉 막힌
두메 분교 마을이었다
썩은새 추녀, 돼지울 마당, 노래기 냄새

작은집

장마 끝나고 뙤약볕 쏟아지누나
똥구멍이 찢어져라 가난한 오막살이라고
피지 말란 법 있댜
돼지울 개구랑창 흰 도라지 분홍 도라지 한창이고
저녁 새때 웬 눔의 초학에 더우까지 잡숫더니
시나브로 까부라지던 성님
썩은새 추녀 끝
장근 보름 고인 지스락 물 뚜욱 뚝
맑게 듣네
굼벵이 노래기 냄새에 예미,
한 대접 벌컥벌컥 들이켜곤
씻은 듯
가운뎃 성님 용두질 쳤네
지게작대기 잡은 참 낭구하러 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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