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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은 시』 ‘모개 시절’ (3)

윤한로 시인
  • 입력 2022.10.07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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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시로 엮은, 내 시를 삶으로 엮은

1부 모개(木瓜) 시절 3

아무튼 왜, 가난한 시절
집집마다 모개가 한 명씩은 있잖냐
이런 모개들은 어렸을 때부터
식구들이 겪는 고생 옴팍 다 뒤집어썼다
식구들이 한데 살기가 어려워
여기저기 흩어지다 보면 한둘쯤
누가 어디로 가서 어떻게 됐는지
도무지 알 바 없었다
어렸을 적 밤하늘 뭇별을 올려다볼 때마다
흩어진 식구, 모개 생각에 가슴 애리곤

모개(木瓜)

할퀴고
멍들고
툭 튀어나온 마빡
아무도 닮지 않아
허구한 날 골목 구석쟁이에 꾸물꾸물
감꼭지 사과껍데기 주워 먹어
이수교 굴다리 밑
주워왔단 모개야
탑삭부리 아버지만이
품에 꼬옥 끌어안고
이 세상에 가장 이쁘다두만
내 상주로 전학 갔다 다시 온 새
여름 지나 가을 된 새
수양딸 가고 없어라
손가락 짭쫄하던
우리 모개
밤마다 황간 쪽 하늘
먼먼 뭇별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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