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의 일생>
어둡고 소란스럽다
아비규환의 땅 속
시기 질투 증오가 난무하여 갈등이 증폭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꼼수가 넘친다
너를 죽이지 못하면 내가 살지 못하는 악의 경쟁이 휘몰아친다
네가 잘하면 박수쳐주고 나는 그보다 더 잘하겠다는 선의의 경쟁은 온데간데 없다
봄장마가 엄습할 때는 썩어 문드러지면 어쩌나 걱정했다
폭염의 나날로 여름가뭄이 이어질 때는 말라죽는 건 아닌지 노심초사했다
이어진 폭우 속에서는 통째로 떠내려가지 않을까 조마조마 가슴 쓸어내렸다
땅 위의 시련도 시련이지만 땅 속에선 더 많은 아귀다툼이 벌어졌다
두더쥐가 뿌리를 관통하여 터널을 뚫으며 위협하던 날이 그 몇 날이었던가
땅강아지들도 덤벼들고 뭇 벌레들도 무차별 공격했다
시시각각 시련이 닥쳐와도 견디고 버티기 존나게 버티기
조금만 더 버티면 밝은 날 오리라 믿었다
버티고 버티며 악착같이 버티며 몸집을 불려온 나날들
고통스런 시간이 흐르고 무성했던 잎들이 생명을 다하는 시간
모든 고통 극복하고 나름의 결실 맺는다
지내고 보면 시련의 시간도 추억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