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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그가 있다

김정은 전문 기자
  • 입력 2022.10.04 23:58
  • 수정 2022.10.0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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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의 향수

           정지용(출처=네이버 갈무리, 정지용 문학관에서)
           정지용(출처=네이버 갈무리, 정지용 문학관에서)

정지용은 1902년 6월 20일 충북 옥천군에서 태어나 1950년 9월 25일 사망 추정한다. 한의사 연일 정 씨 정태국, 어머니 하동 정 씨 정미하의 4대 독자다.

연못 용이 하늘로 오르는 태몽이라 아명을 지룡으로 하고 한자가 다른 지용을 이름으로 했다. 이름 지용에서 지는 영지 지도 되며 이름을 귀히 여겨 관례 후 대신 부르는 자도 영지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천주교에 입문해 세례명은 프란치스코다.

휘문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하여 1학년 때 요람지 발행에 참여했다. 도시샤대학 영문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전문학교 교수를 한다. 그의 시 향수처럼 그림같은 농촌에서 성장했고 12세에 동갑인 부인과 결혼했다. 6. 25 때 피난 가지 못하고 행방불명됐다.

2003년 문학평론가 박태상은 정지용이 납북되던 중 1950년 9월 25일 미군의 동두천 폭격에 휘말려 소요산에서 폭사했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북한 <통일신보>(1993년)에 기반해서 신빙성이 없다지만 필자는 다른 주요 인사들 자료와 달리 세부적이라 믿을 만하다고 본다.

한국시인협회장이었던 이근배는 정지용 시인 자체가 그냥 한국 시문학사다라고 했으며 한국 현대시는 정지용에서 비롯됐다. 문화훈장 중 1등급인 금관문화훈장도 받았다.

 

별똥

 

​별똥 떨어진 곳,

마음에 두었다

다음날 가보려,

벼르다 벼르다

이젠 다 자랐소.

 

Shooting Star

Where shooting star fell,

I had in mind.

To go next day

waiting for a chance eagerly,

now I am all grown up.

호수 1

얼굴 하나 야

손바닥 둘 로

폭 가리지 만,

보고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밖에.

Lake 1

Just a face,

with two palms 

I can cover fully;

missing heart is

as large as lake;

just close my eyes.

유리창 1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치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너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Window 1

Cold Sadness flutters in glass.

Standing close awkwardly, I breathe;

it flaps frozen wings wontedly.

I erase it and look at it, erase it and look at it even,

black night goes out and in,

watery stars, glitter, are stuck like jewels.

Wiping glass at night alone

is lonely bliss;

with soft pulmonary blood vessel torn

Alas, you flew like mountain bird!

별똥 시에서 원문 마음해와 인젠을 현대어로 고쳤다. 다음 날, 가보려도 현대 문법에 맞춰 다음날, 가보려로 붙이면 글자수도 어울리기에 세 글자로 했다. 별똥 원어는 별똥별이며 유성과 같은 말이다.

호수 1 시에서 a가 one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시인이 조사를 떨어뜨린 이유는 얼굴 하나를 손바닥 둘로 가리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일 거다.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는 모습이 연상된다.

가리지, 그래 난 널 가릴 수 있어, 안 볼 수 있어 이런 감정이 유지되다가 만을 띄어쓰기 함으로써 하지만 그렇게 못 한다, 노력해도 안 된다, 충분히 오래 노력은 했다 의미로 한 듯 다가온다.

two 대신 both를 쓸 수 있으나 양손 의미보다 한 손도 아니고 두 개나 되는 손으로 널 가리려는 두 배 노력한 숫자 어감이 들어서 two로 번역했고 시인의 원문을 그대로 살렸다. big이 어울리나 large, lake 슬랜트하려 large를 선택했다.

유리창 1은 어린 자식이 폐렴으로 죽어 쓴 시다. 유리에 입김을 불면 천사 날개처럼 파닥거린다. 유리창에 다시 밤이 오고 입김 서린 별이 어른거린다. 자식은 별처럼 새처럼 날아간다. 시인의 고통이 느껴진다. 어린아이의 여린 폐혈관이 찢어질 때 부모는 피를 토했으리라.

윤동주가 정지용을 존경했으며 같은 일본 대학에 유학한다. 도시샤 대학에 정지용과 윤동주의 시비가 있다. 정지용은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서문에서 재주도 탕진하고 용기도 상실하고 8. 15 이후에 나는 부당하게도 늙어간다라고 썼다. 중도 지식인의 고뇌가 느껴진다.

지용의 에피고넨(모방자)가 많았다.160센티가 안 되는 키에 두꺼운 안경을 끼고 독설과 야유를 날려 학생들의 사랑을 받았고 시 낭송 목소리가 낭랑해서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조선어 사용이 금지 이후 단 한편의 글도 일본어로 쓰거나 발표하지 않았다. 일제강점기 발간된 잡지 중 가장 격조 높은 『문장』 발간할 때 시 부문 추천위원으로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신인을 추천했다.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 등 청록파 시인과 이상 등을 등단시켰고 강처중과 정병욱의 요청으로 추천사를 써서 윤동주도 등단시켰다. 서정주, 이용악과 함께 한국 시단 3천재로 불리는 오장환의 스승이며 구인회 창립 멤버이며 시집 『백록담』은 청록파에게 영향끼쳤다. 정지용 시는 같은 제목에 숫자를 붙인 시가 많다. 하나를 두고도 사고가 풍부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의 이토라는 시가 있다. 사람들은 친일 시라지만 필자는 이토 히로부미같다. 남의 땅이라고 해석하지만 이토는 남의 나라다. 이토 히로부미와 한자가 다르지만 한글로는 같기에 그를 두고 비난하는 시인듯하다. 또한 이토 히로부미로 대표되는 일본군, 일본 전체를 힐난하는 거 같다.

이 시를 끝으로 더 이상 시를 짓지 않았기에 일본의 강요로 억지로 복선을 깐 시를 쓴 거지 절대 친일 시가 아니다. 해방 이후 다시 시를 썼다. 말을 안 해도 행동을 보면 답이 나온다.

네가 낳고 자란 곳이 일본이더라도 네가 묻힐 곳을 네가 밀었구나, 네가 밀어버린 곳이 네 무덤이다, 넌 꼭 거기서 죽는다 이런 의미로 보인다. 고양을 개인적으로 기름지고 비옥한 땅으로, 미신을 잘못된 믿음으로 해석하면 네가 꿈꾸는 통합은 우리 비옥한 땅을 가지려는 착각이다.

이토 히로부미가 쓴 시가 있는데 모두 신선이 되자는 시인데 신선은 설산에 살지 않나. 제비는 봄을 전해주는 희망이니 설산 신선 이토 히로부미를 뛰어넘어 우리 민족에게 희망을 준다.

적도도 위치가 아니라 적군도로 음만 빌려온 건 아닌지. 물결 속에 죽어 동해가 너희 무덤이다. 탄환 찔리고 충성과 피의 흙도 반어적으로 야유하는 듯하다. 죽는 게 너희들의 충성이냐 하는.

그런 땅을 차지하려 너희는 싸워 이기려 하고 우리는 비록 졌지만 우리 문화, 문학은 오래도록 영원하다. 요새 한류를 보면 전 세계 문화 승리를 이뤘다.

우리 민족 모두 전열을 가다듬고 호랑이 꼬리를 세우자. 우리나라 모양은 토끼가 아니라 호랑이 모양이다. 전열을 가다듬고 도전하고 싸우려는 형태다. 형제같은 우리 국민은 역전을 한다. 동사도 의도적으로 쟈로 쓴 거 같다. 이 시는 제대로 된 시가 아니라는 복선이 깔려 있는 듯하다.

옥천에 정지용 문학관이 있고 매년 지용제라는 큰 행사와 정지용 문학상을 시상한다. 올해는 9월 22일부터 25일까지 치뤘다. 국제 포럼도 하고 신달자 님 등 유명 시인들도 많이 참여하는 좋은 축제다. 시민 참여 프로그램도 운영하니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문학관 해설사 님들도 시인과 시에 대한 정확한 설명과 풍부한 지식이 놀랍다. 모르는 게 없이 설명하신다.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분들이시다.

법을 집행할 때 당사자가 해외에 있으면 시효가 중단된다. 헌법에서는 북한도 우리나라 영토고 북한 주민도 우리나라 국민이지만 실제로는 북한은 개별 나라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에 끌려가 생사도 모르면서 자손들은 동일한 저작권법에 속한다. 저작권이 사후 70년에 풀리지만 그 자손들은 북한에 끌려가 있을 동안은 한국 법 아래가 아니니 제외하고 계산되길 바란다. 그게 맞는 듯하다. 한국 법이니 한국 내에서 효력이 있어야 한다. 자식들은 그 동안 저작권 행사를 못해 불평등할 수 있다. 저작권도 형평성이 있어야 한다.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그곳엔 꿈엔들 잊을 수 없는 정지용이 있다.

이토

낳아자란 곳 어디거나

묻힐데를 밀어나가쟈

꿈에서처럼 그립다 하랴

따로짖힌 고양이 미신이리

제비도 설산을 넘고

적도직하에 병선이 이랑을 갈제

피였다 꽃처럼 지고보면

물에도 무덤은 선다

탄환 찔리고 화약 싸아한

충성과 피로 곻아진 흙에

싸움은 이겨야만 법이요

시를 뿌림은 오랜 믿음이라

기러기 한형제 높이 줄을 맞추고

햇살에 일곱식구 호미날을 세우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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