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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신사(259) - 장화자와 찜질방의 여인들

서석훈
  • 입력 2015.06.2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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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창(소설가, 시인)
왕년의 여배우 장화자는 젊은 사내 강호영과 일식집을 나와 논의 끝에 사우나 즉 찜질방으로 입장했다. 가족도 아니고 동네 여자끼리도 아니고 오랜만에 만난 사내놈과 찜질방에 간다는 것이 좀 이상하긴 했지만 이상하다고 인생이 잘못 되기야 하겠나. 이왕 가는 거 놈의 돈으로 전신안마나 좀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찜질방에 자신이 가야 할 이유가 납득이 되었다.
각자 남탕과 여탕으로 입장하여 놈과 정확하게 한 시간 후에 휴게실의 대형 텔레비전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장화자는 오늘 고급 명품시계나 값비싼 보석을 차고 나온 것은 아니어서, 실은 그런 건 벌써 중고시장에 팔아치우고 짝퉁을 휘감은 바 어느 년이 도둑질을 해 가더라도 크게 상관없었다, 아니 도둑질을 해가면 배상을 청구해 한몫 챙길 수도 있어. 어서 가져가라고 하고 싶었다. 장화자가 탈의실에서 옷을 벗어 칸에 넣으려 하자 옆에서 땅딸만한 여자가 기가 눌린 표장으로 흘낏거렸다. 그녀가 지나치게 위축된 모습을 하고 있어 장화자는 미소를 한 번 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그 미소를 얼떨결에 받아들였다.
장화자가 상체만 벗었는데도 탈의실이 환해지며 몇몇 여자가 돌아봤고, 그녀의 가슴이 완전히 드러나 몸을 비틀 때마다 여러 각도에서 조명되자 여인들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여인들은 나름대로 가꾸었다고 생각하는, 제법 탱탱하다고 생각해온 자신들의 가슴을 장화자의 것과 비교해보며 깊은 회환이 서린 표정을 지었다. 장화자는 이런 상황은 여러 번 겪었지만 옷을 벗는 과정에서의 타인의 눈길은 자주 겪어보는 게 아닌지라 이 과정이 매우 즐겁고 스릴이 있었다. 해서 되도록 여인들이 스스로 자책하도록 천천히 움직이며 몸을 보여주고, 하의를 벗을 때는 바지가 잘 안내려간다는 듯 시간을 끌었다. 하의를 벗고 팬티바람으로 잠시 서 있자니 아니나 다를까 여인들은 장화자의 몸매에 완전히 주눅이 든 표정으로 큰 충격을 받은 듯 멍하니 서 있었다.
속옷으로 말하자면, 장화자는 혼자 있을 때도 자기만족을 위하여 늘 명품으로 가슴과 엉덩이를 감싸왔다. 사실 도둑년이 뭘 가져간다면 이 팬티와 브래지어를 가져가는 게 가장 돈이 될 것이었다. 아직도 엉덩이는 가히 국제적이라 할 만큼 둥근 구형이 탱탱한 탄력을 자랑하고 있었고, 탄탄한 허벅지 또한 함부로 넘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집에 있을 때면 컴퓨터나 유선방송에 나오는 국내외 연예인들의 몸매와 자신의 것을 비교해가며 많은 시간을 보내 온 그녀였다. 그리고 대다수의 경우에 비교우위를 느껴온 그녀였던 것이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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