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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나에게 가고 나 그대에게 오고』 - 69

윤한로 시인
  • 입력 2022.09.0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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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어이 저기 좀 보라구

집채만 한 떡갈나무 한 그루

대형 트럭 위에 쓰러져 끌려온다

백만 도시 한복판

뿌리 채 뽑혀 가히 장관인 게

가지엔 푸른 잎사귀 가득

떫은 도토리,

요란한 매미 소리 매달았다

아직도 골짜기에 처박힌 드키

온통 아스팔트 쓸면서 오누나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닌데

왠지

도살장에 실려가는

소 한 마리 돼지 몇 바리보담

싫여

순교 성인 모냥, 미친 오랑캐 적장의 산발 머리 모냥

 

오히려 이 도시에

남이 것 훔치고 속이고 등쳐먹는 몹쓸 도둑들, 날라리들, 사기꾼, 딴따라들

죄다 슬풰

그날 슬픈 홍어를 먹을 듯

 

 


시작 메모
부요가 슬프고, 저질스런 풍요가 슬프고, 가지고 또 가지고 버리고 만들고, 먹고 토하고 또 먹고, 입고 벗고 다시 입고 찢고, 백만 도시 야만 문화가 역겨워, 언어와 사상과 감정과 느낌과 냄새가 온통 더러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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