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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574] 이 한 권의 책: 클래식 유나이티드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2.08.26 10:02
  • 수정 2022.08.2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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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유나이티드(똑똑한 형제들)은 성악가 정경이 클래식 음악 각 분야 12명의 명사들을 만나 그들의 철학과 삶에 대해 대담식으로 엮는 책이다.

필자의 책장에 꽂혀있는 도서출판 똑똑한 형제들에서 출간한 바리톤 정경의 '클래식 유나이티드'

1980년대부터 음악동아, 객석, 음악춘추, 음악저널, 피아노음악 등의 음악전문잡지에서 수많은 음악가들의 인터뷰 기사를 접했으며 최근의 월간리뷰에서도 피아니스트 최경숙이 만난 사람들이라는 비슷한 콘셉트의 연재까지 있었기 때문에 동종업계 종사자인 필자 입장에선 별 새로울 게 없다. 더군다나 일반인들이야 들어도 좋은지 모르겠으나 왠지 지루하고 싫다고 하면 안 될듯한 서양 클래식 음악을 하시는 분들이다 보니 나하고는 다를 거 같고 다른 세상에서 다른 방식으로 사는 선망 또는 경외의 대상들이다. 그런 점에선 연예인과 비슷하다. 연예인들이 브라운관에 있다면 음악가들은 무대에서 관객을 만난다는 그 차이점 빼곤 말이다. 필자야 맨날 만나는 사람들이 음악인이고 그들과 같이 밥 먹고살아야 하는 업계 종사자이다 보니 대중들에게 보이는 이미지 말고 이기적이고 남 배려할지 모르고 유아독존에 허영심 끝판왕이라는 걸 대부분 음악인들의 진면목을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연주와 음악을 존경하고 따를 뿐 인간 자체에 대해선 넌저리를 치는데 그것도 모자라 글로까지 읽어야 된다고???

EBS-FM <정경의 11시 클래식>을 진행하고 있는 성악가 정경

그래도 친구라고 고등학교 동기인 퍼커셔니스트 심선민부터 손이 갔다. 대학까지 마치고 유학을 가서야 자신의 연습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는 그녀의 토로에 대한민국의 오직 입시를 위한 교육, 기초 테크닉을 등한시한 문제 풀기와 과제 완수라는 해묵은 문제점의 지적에 공감이 갔다. 물론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그렇기 때문에 유학을 가지 않아도 임윤찬 같은 국제 콩쿠르 우승자가 탄생하니 말이다.

다음은 필자와 같은 작곡가다. 신동일이라고 해서 봤더니 작곡가가 아닌 동명이인 오르가니니스트다. 작곡가는 그다음에 있다. 서울대학교 교수로 있는 최우정이다. '독일의 베토벤에 견줄 만큼 특별하다'라는 오그라드는 평가 뒤의 최우정의 음악적 사고가 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우회적이지 않고 재미있다. 궁금하다고? 그럼 직접 한 번 사서 최우정의 답변을 읽어보면 된다. 필자도 끔찍이 싫어하고 졸작이라고 평하지만 자기들의 여러 사정으로 인해 연주자들 사이에서 애정해 마지않는 베토벤의 '삼중협주곡'에 대한 평에 동의한다. 또한 현대음악, 즉 이미 사양길에 접어들어 마이너리티 오브 마이너리티인 클래식 음악에서도 변방의 현대창작음악에서 작품을 통해 대중성을 확보하겠다는 건 뜬구름 잡는 주장이라는 최우정의 말에도 동의한다. 음악 외적인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일상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말까지 맞장구를 치다가 우연히도 지인의 연락을 받았다. 8월 30일 국립합창단이 최우정의 곡을 연주한다는.... 이 책 덕에 최우정을 조금 더 자세히 알게 되었으니 이제 그의 음악을 들어보고 싶어서 책을 덮고 직접 현장에 가서 언행일치인지 확인해야겠다.

성악가들이야 바리톤 고성현이 직접 자신의 입으로 언급한 스승인 피에로 까푸칠리(Piero Cappuccilli)처럼 자뻑과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는 몸이 악기인 사람들이니 넘어가고 61페이지에서 첼리스트 양성원이 말한 이상적인 음악가의 모습, 즉 균형이 맞는 삶을 사는 사람이라는 대답은 꼭 음악가에만 해당되지 않은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는 말이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 그러면 큰일 나는지 아는데 양성원의 조언처럼 가끔은 손에서 일을 놓고 멍떄리기를 해보자. 그저 유유자적, 목적 없이 시간 때우고 무위를 누려보자. 신박한 아이디어는 그럴 때 나오더라...

클래식 유나이티드

69페이지의 피아니스트 박종화의 스승인 러셀 셔먼이 강조한 인문학은 기능인이 아닌 음악가로, 음악가에서 예술가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원동력이다.

플루티스트 조성현이 172-173페이지에서 밝힌 입시 중심 위주의 교육으로 인한 전공 악기에만 한정되는 좁은 음악적 사고와 시야는 우리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문제다. 남의 것을 듣고 남과 같이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음악 이전에 남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워야 하는데 우린 그게 결여되어 있는 마당에 음악에서만 그렇게 하라는 건 불가능이다.

바리톤 정경

공통적으로 모든 음악인들은 듣는 사람 없으면 존재할 필요가 없는 음악을 천직으로 하니 클래식 대중화가 화두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진정한 클래식 대중화란 위대한 예술 작품을 작곡가의 작곡 의도에 부합되게 올바르게 연주하여 제대로 음악의 진의를 파악시키고 음악의 감동을 알아가는 거다. 기쁨, 희망, 평화, 우정, 사랑을 전달하는 사명을 하나씩 경험하며 찾아가고 완수하는 게 음악인의 본분이다. 위대한 작품의 가치를 알고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찾아 들으면서 그 감상을 통해 상처받은 영혼의 자생 과정에 있다는 자가 치료가 음악의 목적이다.

결국 음악인들도 어쩌면 일반인들보다 더욱더 대중들의 관심과 애정에 목말라 있고 그게 없다면 존재하지 못하는 외롭고 불쌍한 영혼들일지도 모른다. 정작 끊임없이 물을 주고 깨지지 않게 조심조심 다루어야 할 자들이 음악인이다. 위인들의 영웅담이나 추앙보단 인간적인 매력을 보게 될 때, 다 똑같은 사람이구나 느끼며 삶의 위안과 활력을 느낀다. 그래서 정경의 '클래식 유나이티드'는 용어 그대로 우리와 음악인, 일상과 음악을 하나로 묶어 주고 엮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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