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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573] 리뷰: 박수정 피아노 독주회, '소나타의 향연'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2.08.25 10:07
  • 수정 2022.08.2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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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24일 수요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꿈의숲아트센터 콘서트홀

향연.... 손님을 모시고 융숭하게 대접을 하는 잔치라는 뜻이거나 일류 문화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펼치는 대화 또는 즐김을 뜻한다. 피아니스트 박수정이 하이든부터 알반 베르크까지 소나타 4곡으로만 프로그램을 구성해 소나타의 진수를 들려주는 무대를 만들어 그녀에게 특별한 손님들을 모시고 연주하였으니 두 가지 뜻 모두 부합되는 자리였다. 바로 8월 24일 수요일 오후 7시 30분, 북서울 꿈의숲 아트센터 콘서트홀이었다.

피아니스트 박수정

첫 곡인 하이든의 나단조 소나타에서는 다음에 연주할 베토벤의 스승이라는 하이든의 위치와 자격을 먼저 알 수 있게끔 고전음악 특유의 정형미를 박수정만의 단아함으로 엮어 내었다. 바로크 스타일을 연상하는 아티큘레이션으로 꾸밈음과 왼손 베이스를 처리하면서 21세기 서울 강북 북서울 꿈의숲의 그랜드 피아노가 아닌 18세기 후반의 건반악기로 연주하는 하이든의 음향과 시대정신에 부합되는 절제와 절도 그리고 조정이 돋보인 연주였다. 하이든의 소나타 3악장에서 자연스레 베토벤에 의해 펼쳐질 고전음악의 만개가 느껴지며 다음 곡인 베토벤의 30번 소나타 연주를 기대케 만들었다.

베토벤의 후기 소나타는 시대별 사조를 나누고 거기에 억지로 끼워 맞출 필요도 없이 그냥 베토벤 후기 소나타 그 자체이다. 독립된 음악세계이자 서울대학교 작곡과 교수인 최우정의 말마따나 범인이 결코 따라갈 수 없는 베토벤의 작품들 중에서도 단 10%만 허락된 위대한 경지에 속하는 작품이다. 특히나 박수정은 3악장의 변주곡에서 각각의 변주의 특성을 명확히 파악, 베토벤의 음악적 시도와 진보를 짚어내었다. 그녀의 변주곡을 들으면서 그녀는 구조와 형식에 대한 이해가 밑받침된 연주자라는 걸 알아차렸다.

무대인사하는 피아니스트 박수정

조성진 이후 2년 만에 알반 베르크의 소나타를 실연으로 들었다. 베토벤에서 받았던 아카데미, 즉 공부하는 피아니스트라는 인상은 여기서 더욱 농익는다. 피아니스트로의 감성과 기교에 학구적인 지성의 조화가 두르러진 연주였다.

피날레는 쇼팽의 2번 소나타다. 역시나 반복은 없었다. 1악장 마지막 부분에서 흔들리지 않는 타건과 왼손에서의 주제 모티브의 뚜렷한 연타를 통한 하이라이트의 도달은 공부하는 피아니스트 박수정이 '화성학'에도 통달한 실질적인 음악이론까지 겸비한 재원이라는 어쩜 연주 외에도 음악교육에도 탁월함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2악장에서 드디어 반복을 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틀렸다. 90분을 가까이 달려오면서 이렇게 안 틀리기도 힘들 텐데 말이다. 그리고 3악장 장송행진곡에서의 균형 잡힌 발걸음과 중간부의 천상의 노래는 영혼의 달램이었다.

아깝고 아깝도다. 언제까지 이런 훌륭한 인재가 클알못인 엄마아빠 친구들 또는 남편이나 어린 미취학 자녀 그리고 그저 눈도장을 찍기 위해 참석한 자들 앞에서 머리로 배우고 마음으로 느끼고 몸으로 연마한 자신의 피아노 기량을 선보여야 하는 것인지... 과연 그렇게 온 사람들이 이런 향연의 손님으로서 제대로 된 자격이 있는 것인지.....임윤찬 열풍으로 임윤찬을 칭송하고 추앙하며서 임윤찬을 통해 클래식을 알게 되어 자신도 문화인이라고 앞으로 계속해서 클래식을 듣고 사랑할 거라고 목에 핏대를 세우던 수많은 자들은 다 어디 갔는지..... 아하~~오호통재라..... 그저 원통하고 원통할 뿐이다. 이 한국의 우수한 연주자들의 미래와 현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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