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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 쓰는 감정] 볼에 닿았던 기억

이진성
  • 입력 2022.08.1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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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4. 23:54

볼이 닿았던 기억. 일요일 아침밥을 먹고 TV를 본다. 101세 연로하신 할머니의 부지런하신 일상을 보고 감탄하며 부모님과 관람하고 있었다. 매일 같이 불경을 읽으신다며 불경을 훑어 넘기다가 한 사진이 끼어있는 장을 보고 멈추신다. 그리곤 책에 얼굴을 묻으시고, 부비적 하신다. 

제작진이 그게 뭐냐고 묻자, 돌아가신 남편과 찍은 사진이라고 하셨다. 그 모습이 정말 사랑했던 기억을 기억해내는 할머님만의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옷감도, 사용감이 있던 도구도 아니라 두 분이 나란히 서계신 사진이었다. 그렇게 한쪽 뺨을 대고 있어도 실제 촉감과 다르다는 것은 할머니도 충분히 아셨지만 '그만큼 좋았다.'라고 하셨다.

그리고 말씀하시길 무뚝뚝하고 멋있고 잘생겼다고 회상을 하시며 행복한 웃음을 보이셨다. 할머니의 볼에 닿은 사진은 할머니를 그 옛날 소중한 시절로 돌아가게 했다. 그렇게라도 닿고 싶은 존재가 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그런 마음에 사진에 볼을 비빈다는 게 순수해 보였다. 그런 행동 속에서, 두 분의 오붓한 시절로 돌아가서 서로의 뺨에 손을 대로 체온을 느꼈던 시간이 있었을 것 같다고 짐작한다.

볼을 만진다는 것과 볼을 대본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정말 소중한 존재에게 하는 행동이다. 친구가 갓 태어난 자기의 아이에게 뺨을 비비고, 사랑하는 연인이 서로 뺨을 맞대고, 내가 우리 집 강아지들에게 아침마다 하는 것. 심지어 헤어지는 연인도 그동안 수고했다며 자기의 뺨을 내어주는 것. 그래서 볼에는 많은 기억이 있다. 그리고 너무나 기억해내고 싶은 사진 속 추억에는 뺨을 댄다. 할머님은 눈보다 더 가까이 느끼시고 싶어 하신 것 같았다. 더 깊고 더 가깝게. 닿을 수 없는 곳 너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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