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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568] 리뷰: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실내악 시리즈: 브람스 판타지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2.08.13 09:12
  • 수정 2022.08.1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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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12일 금요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작곡가 육성을 위한 '아틀리에'(여기서 상주작곡가로 성장한 사람이 1980년생 김택수), 전 세계를 무대로 차세대 지휘자를 발굴하는 'KNSO국제지휘콩쿠르'(그 전신인 Next Stage의 2020년 8월 무대에서 당시 만 16세의 임윤찬이 박승유의 지휘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협연했다)와 함께 실내악 시리즈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을 때부터 이어오는 고유 사업이자 브랜드이다. 

좌로부터 바이올린 박인희, 조진원, 클라리넷 라파엘 세베르, 첼로의 홍서현 그리고 비올라 김나영

국립심포니의 실내악 시리즈는 오케스트라와의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평상시 멀리 떨어져서 하나의 집합으로 오케스트라라는 하나의 전체로 바라만 보았다면 좀 더 가까운 거리에서 내밀하게 실내악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이번에는 브람스다. 그것도 초기와 후기의 대표적인 작품들이 하나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특이하게 오케스트라의 정규편성에 들어가 있지 않은 피아노 작품도 있었다. 국립심포니의 피아니스트 고윤진이 1부에서 악장 이정일, 첼로 수석 이경진과 함께 피아노 트리오 1번을 들려줬다.

① 피아노트리오 1번 나장조 op.8

1악장 발전부에서 산만해지기 쉬운 형태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갔다. 브람스 음악 특유의 주제에서 파생된 여러 요소들의 산개를 하나로 모아가며 다시 재현부에서 피아노로 1주제에 도달하였다. 2악장에서 피아노가 조금 더 날카롭고 특히 연타에서 날렵하였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대신 고윤진의 하향하는 아르페지오 컨트롤은 일품이었다. 음악스타일에서 전혀 공통분모가 보이지 않는 3명의 연주자들이 자신의 개성과 장점을 드러내면서 누구 하나 튀지 않으려고 자제하고 협력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바이올린의 이정일은 마치 음악제나 마스터 클래스, 콩쿠르나 실내악 캠프에서와 같은 리더 역할로 피아노와 첼로를 주도하면서 이끌어갔다. 전반적으로 바이올린 위주의 연주였고 위 3명의 조합으로는 브람스보다는 멘델스존 트리오가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한다. 그리고 연주가 끝나면 들어준 객석의 청중에게 먼저 인사를 하는 게 예의다. 연주자들끼리 무대에서 서로 수고했다고 악수를 나누는 건 그다음인데 순서가 바뀌었다.

좌로부터 바이올린 이정일, 피아노 고윤진, 첼로 이경진
좌로부터 바이올린 이정일, 피아노 고윤진, 첼로 이경진

② 클라리넷 5중주 나단조 op. 115

1부의 피아노 3중주가 나장조의 젊은 브람스였다면 2부에선 단조로 바뀌고 초로의 브람스다. 클라리넷티스트 라파엘 세베르가 객원으로 합류했다. 야구에서 투수의 투구 습관, 특종 구종을 던질 때마다 나오는 버릇, 모습을 뜻하는 일본어로 쿠세가 있다.(요즘은 루틴이라 영어로 대체하지만) 라파엘 세베르는 다리를 엑스자로 꽈서 앉는다. 1악장 발전부에 가서야 처음으로 다리가 풀리고 바르게 앉더니 브람스의 그윽한 맛이 더해지고 완급조절과 단원들간의 호흡이 절묘했던 오늘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연출했다. 2악장에서는 라파엘 세베르의 다리가 한 번도 펴지지 않았다. 왜? 2악장의 중간부 랩소디 풍의 클라리넷 솔로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라파엘 세베르는 그 부분에서 자유분방한 아티큘레이션을 보여줬다. 3악장에서는 마지막 장조의 화음에서야 다리가 수평으로 되더니 마지막 변주곡 악장으로 넘어갔다. 4악장 3변주에서 다섯 악기의 조화와 유기적인 관계가 흠잡을 데 없이 깨끗하더니 중간부분의 클라리넷 독주와 현의 피치카토에 이은 제1바이올린 박인희와 클라리넷의 대화로 짙은 애수를 풍겼다. 또 5변주에서의 김나영의 비올라 독주는 쇼팽의 녹턴과 같이 극히 멜랑코니했다. 라파엘 세베르가 서서 연주하는 독주 때는 어떤 쿠세를 보여주는지 궁금하게 만든 시간이었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고유 브랜드인 실내악 시리즈의 2022년은 브람스였다!

앙상블(Ensemble)의 의미는 조화와 일체다. 여러 사람이 모여 하나의 소리로 일체가 되고 서로의 호흡을 맞춘다는 건 장기간의 단체 연습과 시간을 요구한다. 그런 의미에서 같은 악단의 단원들로 멤버를 조성하면 그만큼 장점이 크다. 이탈리아의 이 무지치나 캐나디안 브라스 등등의 독자적인 실내악 단체나 앙상블이 전무한 대한민국 음악계 현실에서 오케스트라가 관현악 연주 외에 실내악까지 해준다면 청중 입장에선 감사한 일이다. 물론 같은 직장의 단원들이라 해서 호흡이 더 잘 맞고 다른 멤버들에 비해 연습을 더 많이 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여건은 조성되어 있다. 실내악에서의 완성체는 연주로 종결되는 것이 아닌 연주자의 입/퇴장, 무대매너, 통일된 복장, 연주자 상호 간의 호흡과 소통까지 모두 포함된다. 무대 위에선 위계에서 오는 제약이 아닌 동등한 앙상블의 멤버로서 지분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 서로 간의 합이 연주 내외로 절묘하게 맞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 자체가 음악의 연장선이고 지속이기 때문이다. 무대 위에서의 모든 언행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연주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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