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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 쓰는 감정] 자극적인 것들이 자극적이지 않아서

이진성
  • 입력 2022.08.14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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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1.19:50.
자극적인 것들이 이젠 자극적이지 않아 졌다.
어느 날 내 생활을 돌아보니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강아지와 놀다가 꽃을 보고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밤새 놀아주던 재미난 것들은 이제 재미가 없어지고 순한 것들만 좋다. 

자극은 감각기관으로부터 들어온다. 눈, 귀, 코, 입, 피부로 들어와서 머리로 간다. 그리고 어떤 생각을 만든다. 자극적이라는 건 그러니까, 더 큰 충동을 만드는 것이다. 아름다운 걸 '보고 싶다'가 '갖고 싶다'로 변하는 것처럼. 

그런 의미에서 나는 꽤나 순해진 감각을 선호하는 요즘이다. '갖고 싶다'는 생각이나 '먹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보기에 좋다고 생각하고 만다. 그냥 그걸 내버려 둔다. 달고 짠 음식에서 양념이 적은 음식으로 입맛이 바뀌어간다. 번쩍이는 간판보다는 해가 지는 하늘을 본다. 차 안에서 노래를 끄고 비 내리는 소리를 듣는다.

어떤 연기자들은 감각, 오감을 열고 연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감각에 기민하게 반응한다. 그럼 나는 순행하는 것일까 역행하는 것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요즘의 반응이 나는 만족스럽다. 면발로 따지면 컵누들인 셈이다. 담백한 생각과 반응을 한다. 침착한 마음으로 삶을 사는 기분이다. 연습실 바닥에 잦은 비 소식으로 물이 차올라도 숨부터 고르고 생각한다. '갖고 싶다'라는 욕심이 안 드는 것처럼 내가 이 것을 어쩔 수 있다는 욕심이 안 든다. 욕심 없는 감각을 키워가는 거라고 본다.

욕심 없이 보고 듣고 느끼다 보면 그 전에는 안보였던 매력이나 장점이 보인다. 샐러드 먹는 기분이 뭔지 알 것 같다. 아삭하다. 자극들이 순해지니까. 자극이 아삭아삭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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