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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나에게 가고 나 그대에게 오고』 - 66. 산

윤한로 시인
  • 입력 2022.08.10 08:15
  • 수정 2022.08.1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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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가는데

학식이 필요한가

돈이 필요한가

명예가 필요한가

신앙이 필요한가

얼굴이 필요한가

그러나 꼭 한 가지

는 필요합디다

허름한 신발에

허름한 잠바에

허름한 주제에

허름한 웃음에

얼뱅이 모자 똥배낭 하나 걸머메곤

아아나같은새끼도거저갑니다요

도서관 가듯, 촛불 나가듯

 

허름한

황혼에

 

 


시작 메모
몇 시간째 폭우가 쏟아진다. 지금 나라는 온통 물을 겪고 있다. 같이 겪어야 할 텐데. 마음도 갈수록 무뎌지고 게으르다. 얼마 전 문학 계간지(시와 산문)에 이 시를 보냈는데, 그만 퇴직에 부쳐라고 부제를 달았다. 그걸 왜 달았던가. 얼굴 뜨겁다. 너무 한심스럽기도 하고. 내 영혼 아직도 사치와 허영에 찌들었다. 그렇게 노력했건만 나는 멀었다. 그러나 저 개돼지들하고 똑같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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