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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567] 재테크의 달인 베토벤의 주식투자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2.08.0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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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클래식 작곡가들은 살면서 예술혼만 불태우다가 세간의 인정을 못 받고 배고픔, 병마와 싸우다가 쓸쓸히 단명하고 사후 위대한 작곡가로서 진가를 인정받은 줄 알지만 그건 극소수 몇몇에 해당되는 이야기고 우리가 알만한 작곡가들은 당대 모두 이름을 날리고 부를 이루고 경제관념도 투철했다.

미국의 팝아트 화가 앤디 워홀의 <베토벤>(1987년). 출처 위키아트

불같은 성미와 타협을 모를 듯한 꼬장함이 얼굴에 배어있는 베토벤. 귀가 먹었음에도 불굴의 의지로 위대한 작품을 남긴 그 베토벤은 투자와 재테크의 달인이었다. 1816년 베토벤은 출판업자 슈타이너의 회사에 투자를 했는데 그때 베토벤은 이미 슈타이너에게 상당수의 돈을 빌린 상태였지만 작가와 출판업자라는 관계상 슈타이너가 베토벤의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다시 돈을 빌려줬고 베토벤은 빌린 돈으로 슈타이너의 회사에 투자를 하여 3년 후 원금과 이자를 챙겨 오스트리아 국립 은행의 첫 발행한 주식 8주를 구매할 정도였다.

빈 국립은행의 창립 100주년 기념주화와 빈 국립은행의 주시 8주를 베토벤이 구입했다는 문서 출처: 빈 역사 위키피디아

주식 투자, 작곡료, 공연료, 인세 등으로 돈을 벌어들인 베토벤은 상당한 액수의 유산을 남겼는데 조카 카를만이 유일한 상속자로서 삼촌 덕에 카를은 평생 부유하게 살았다. 카를 후견인의 아들 게르하르트 폰 브로이닝이 남긴 기록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삼촌에게 고마워하지도 않았고 삼촌 생존 시에도 말썽만 부려 삼촌의 속을 꽤 썩인 인물로 나온다. 망나니 조카 때문에 베토벤이 화병까지 날 정도였으니 금수저는 타고나는 거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할 뿐이다.

독신에 모차르트처럼 사치스럽지도 않았고 부양할 가족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음에도 비정규직 음악가라는 불안감이 컸던 베토벤은 주식 투자 등으로 자산을 불렸다. 그의 돈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컸나면 동전 하나 잃어버리고 찾으려고 혈안이 되었었는데 그 감정을 피아노 곡으로 남겨 '잃어버린 동전에 대한 분노'라는 피아노 작품까지 남겼을 정도였다.

취업시장이 불안하고 심지어 알바자리까지도 치열한 경쟁을 뚫어 쟁취해야만 하는 요즘 세태에 평생직장이라는 개념도 모호해지는 현재, 사람들이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는 게 당연한데 우리가 악성으로 추앙하는 위인까지 우리네와 별다르지 않았다. 만약 베토벤이 주식 말고 부동산에 투자를 하였더라고 어땠을까? 아니, 지금 살고 있다면 비트코인에 전념하고 있지 않았을까? 작곡과 함께 틈틈이 스마트폰으로 업비트차트를 들여다보고 있는 중년 아재 베토벤의 모습을 상상만 해도 지금 나의 상황에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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