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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빗나간 경로의존성

정문섭 전문 기자
  • 입력 2022.08.07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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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순환과 선순환 경로의존성

사회심리학에서 등장한 용어로 경로의존성(經路依存性, Path dependency)이라는 개념이 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폴 데이비드 교수와 브라이언 아서 교수가 주창한 것으로, 한 번 일정한 경로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나중에 그 경로가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여전히 그 경로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일컫는 개념이다.

사람들은 과거에 만든 제도, 습관 등 현시점에선 맞지 않는 것조차도 한번 익숙해지고 나면 주변 여건이나 조건이 바뀌어도 이를 버리지 못하고 답습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정치권에선 현대건설 대표를 역임한 이명박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가장 큰 공약으로 내걸고 추진했던 운하 건설 사업도 경로의존성의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경로의존성은 통상 악순환(vicious circle)의 폐단으로 나타날 때 흔히 인용된다. 그러나 때론 선순환(virtuous cycle)을 만들 때도 있다.

필자는 아침에 일어나면 주변을 산책하면서 널려있는 운동기구를 활용해 가볍게 몸을 푼다. 아파트 주변과 인근 공원에는 거꾸리, 철봉, 허리 돌리기, 역기 올리기, 역기 내리기, 공중 걷기, 상체 근육 풀기, 양팔 로프 당기기 등 다양한 기구가 있다.

처음에는 산책만 했다. 이후 5가지 운동기구를 활용하다가 지금은 맨손체조와 더불어 15가지 기구로 늘려 내 몸에 맞게 운동의 강도를 조절하고 있다.

관찰(觀察)을 잘하면 통찰(洞察)이 되고, 통찰이 경지에 이르면 현찰(現札)도 벌 수 있다.’

마케팅 업계에서 인용되는 문구다. 내가 아침 산책을 시작할 때는 자연이 가져다주는 사계절의 풍경을 눈으로 즐기는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인근 우암산에서 우연한 기회에 무더기로 밤을 발견한 이후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을 눈여겨 관찰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모르는 열매를 보면 사진부터 찍고 네이버로 검색한 뒤 주변 사람에게 묻는다.

자연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의외로 많다. 늘 같은 코스를 산책하면서 처음엔 나무들을 무심코 지나쳤다. 그런데 어느 날 산수유와 모과의 효능을 알고부터 이를 따서 손질하여 차로 끓여 마시기 시작했다. 은행이 몸에 좋다는 것을 알고는 산책할 때마다 떨어진 은행을 비닐봉지에 담아 날랐다.

이렇게 모은 은행알은 매일 10개씩 꺼내 아침마다 구워 먹으면서 내 건강의 필수영양제가 되고 있다. 새봄이 시작되면서 이번에는 길가에 널린 민들레를 주시했다. 위염을 다스리고 암세포를 죽이며, 간을 보호하고 머리카락을 검게 한다는 민들레는 우리나라 어디에든 널려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흔한 민들레가 그리 중요한 약재인 줄 모른다. 덕분인지 내 머리카락도 몰라보게 자라나고 있다. 요즘은 민들레잎을 비빔밥에 넣어 비벼 먹거나, 민들레 절임과 민들레 김치를 담가 먹으며, 줄기는 술을 담가 좋은 벗과 함께 마실 날을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 이후 나의 삶의 패턴은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산책하면서 자연을 향한 나의 선순환적인 경로의존성은 갈수록 늘어나고 그 범위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요즘 추가로 발견한 것은 오디와 쇠비름이다. 탈모방지와 함께 흰 머리카락을 검게 만든다는 오디도 바닥에 떨어진 열매를 열심히 모아 담금술을 두 병이나 담가놓았다. 오메가-3가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쇠비름은 아침마다 사과나 요구르트를 넣어 즙으로 갈아 마시며 식사할 때 밑반찬으로 먹는다.

7~8월의 은행잎이 혈액순환에 가장 좋다는 것을 알고 요즘은 은행잎도 모으고 있다. 관찰을 거듭하면서 주변에 소중한 약재가 의외로 많이 널려있음을 새삼 깨닫고 있다. 이처럼 자연을 향한 경로의존성은 나의 일상에 소확행이라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차곡차곡 안겨주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 지지율이 20%대까지 추락해 안타까움과 함께 정국불안의 요소가 되고 있다. 많은 국내 언론은 외국언론까지 이와 관련한 여러 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그의 지지율 하락 역시 경로의존성과 무관치 않다고 여겨진다. 윤석열 대통령은 평생을 검사로 살아왔고,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서울지검장과 검찰총장을 하다가 대통령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었음에도 민생을 돌보기는커녕 오로지 상명하달과 일사불란한 관료조직인 검사들을 전면에 내세워 내각을 짜고, 문재인 정부의 비리를 캐는 등 지금까지도 검찰총장 마인드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의 기본은 민신불립(民信不立)이다. 헌법 1조에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했다. 백성의 신뢰가 무너지면 정권존립은 위태로워진다.

윤석열 대통령은 88일 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다. 파사현정(破邪顯正)을 통해 공정과 상식을 회복하고 국민의 생명과 삶을 책임지는 민생경제의 선순환 경로의존성을 처절하게 깨우쳤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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